이 소설은 두 가지 특이한 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유작인 '굿바이'의 속편을 써달라는 편집자의 기획에 따라 집필했다는 점입니다. '굿바이'는 초고 13회분을 끝으로 다자이 오사무의 자살 덕분에 영원한 미완성으로 남은 작품입니다. 이사카 코타로는 아버지가 다자이 오사무의 열혈팬이었다는 이유로 절대 그의 작품을 읽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 소설을 쓰기로 마음 먹기까지 상당한 고집과 고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특이한 점은 바로 '우편소설'이라는 점입니다. 이 소설에서는 무려 '다섯 여자'와 동시에 사귀는 남자가 각각의 여자에게 이별 통보를 한다는 줄거리를 가집니다. 그렇게 다섯 단편을 차례로 독자에게 우편으로 발송한 뒤 마지막 한 편을 더해 단행본으로 발간했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을 직접 우편으로 받아본다는 기획은 너무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이사카 고타로의 팬이라면 정말 두근거리며 직접 편지를 받는 기분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굿바이'는 - 언제나 그렇듯 - 작가 자신의 실제 삶이 어느 정도 반영된 부분이 있는 반면 아이러니하게도 '자살'에 대한 불쾌한 시선도 등장합니다. 이런 작품을 쓰다가 자살을 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전부인 사이에서의 딸과 함께 시골에서 살고 있는 지금의 부인을 두고 여러 여자를 만나온 다지마 슈지는 부인을 불러 다른 인생을 살고자 합니다.
그래서 만나온 여자들을 정리하기 위해 묘안을 짜냅니다. 절세 미인을 데리고 다니며 그녀가 자신의 부인이라고 소개하면서 함께 살려고 불렀다는 이야기를 하면 그동안 만나온 정부들이 알아서 이별해 줄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요. 그러나 그런 절세 미인은 쉽게 만나지 못하는 법.
그러다가 만난 보따리장수인 '까마귀소리'의 목소리를 지닌 이상한 여자, 나가이 기누코. 그녀가 평소와 달리 꾸미니 완벽한 절세 미녀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이 여자가 생긴 것 빼고는 이상하기 이를데가 없습니다. 뻔뻔하고 무식하고 힘도 쎄고 돈은 밝히고 깐깐한 그런 여자입니다.
이런 다자이 오사무의 '굿바이'가 이사카 고타로 스타일의 '굿바이'로 변신한다? 팬들의 마음을 동하게하기에 충분하지요. 제목부터가 그의 취향을 반영합니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트럼펫 연주로 유명한 '바이바이, 블랙버드'의 곡명을 붙입니다.
이야기는 아름다운 두 남녀의 첫만남에 대한 회상씬부터 입니다. 이 소설에 대한 아무 사전 지식없이 읽으면 조금은 허황된 이야기로 인연을 엮으려는, 조금은 뻔한 러브 스토리 같은 시작입니다. 그런데 그 로맨틱한 시작이 급반전하여 이별을 꺼내는 이야기로 순간 변모합니다. 호시노 가즈히코는 180cm에 180kg인 마유미란 여자와 등장하여 결혼을 할꺼니 헤어져달라고 이야기합니다. 당연히 상대 여자는 황당해 하지요.
그런데 이 마유미란 여자가 겉모습 이상의 이상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상대가 상처를 받을지 잘 알고 지나친 언동을 서슴치않기도 하고 논리적으로 반격을 하는 대화도 아무 의미없습니다. 사전을 하나 꺼내서 자기 사전엔 그런 단어는 없다고 합니다. 그 단어엔 검은 줄이 그어져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굿바이'와 다른 설정을 비교해보면 역시 '굿바이'에서는 다자이 오사무스러운 캐릭터 선택이고, 이사카 고타로의 스타일에 대해 알아왔던 독자에게는 납득이 가는 이사카 고타로스러운 비범한 설정입니다.
천진난만한 한 인물은 자신도 모르게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를 제대로 판단하는 한 인물이 있습니다. 그들은 일반적인 '선, 악'의 개념을 뛰어넘는 '비도덕적인' 행위도 서슴치 않지만 이런 비정한 상황 속에서도 줄곧 누군가를 도와주고 구해줍니다. 이는 그 천진난만하여 무능해보이는 인물의 설정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헤어지는 대가로 점보 라면을 다 먹어야한다던가 비합법적인 약을 소지한 범인을 잡는다던가, 로프를 좋아하는 여자친구 때문에 이상한 방법으로 도둑을 잡는다던가, 암에 걸렸는지에 대한 진단을 훔쳐서 들으려한다던가, 영화의 엑스트라로 출연한다던가'의 엉뚱한 상황들에 놓이게 됩니다.
그러면서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하거나 도와주거나 혹은 위로받는 그런 상황들에 놓이게 됩니다. 단지 이런 이별의 과정이 단순한 '굿바이'에서와는 달리 주인공 호시노가 빚을 져서 이상한 버스를 타고 알 수 없는 곳으로 가야만 한다는 조건이 항상 붙어있다는 문제가 항상 있기는 합니다. 그리고 덧붙여 거대하고 다룰 수조차 없는 마유미란 인물과 함께한다는 점도 그렇지요. - 이 점은 원작의 기누코도 만만치 않지만요. -
마지막장을 읽기 전에 설마 이 모든 것이 호시노가 죽기 전에 일어나는 일이라던가 그런 황당한 결말은 아니겠지라고 우려했지만 다행히 그 '버스'의 존재는 사실이었더라구요. 대신 그 '버스'에 대한 정확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조금 재밌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함께 했던 시간이 진행될 수록 서로에 대한 유대 관계가 싹텄다고 할까요. 이 둘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읽고나서 좀 더 다른 미래를 다양한 방식으로 꿈꿔보기도 하게 되네요.
인생에 대한 시니컬하다던가 자조적인 관점은 이사카 고타로의 다른 소설 '사신 치바'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물론 거기선 파트너의 개념은 아니었지만요. 인생을 시니컬하게 바라보지만 결국 자신의 방식으로 따스함을 보여주는 작가 이사카 고타로. 이번 이야기도 역시 그렇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굿바이'를 내가 써보면 나는 어떤 색깔로 만들어낼까 생각해보게되는 소설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