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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도나토 카리시는 범죄학과 행동과학의 전문가로 연쇄살인범에 대한 논문을 쓴 바 있습니다. 10년간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해오다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한 이 소설로 데뷔하여 이탈리아에서 20만 부, 프랑스에서 15만 부의 판매고를 올리며 유럽 문학계에 돌풍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이탈리아에서 프레미오 반카렐라 상 등 4개의 문학상을 수상하여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이야기는 한 편지로 시작됩니다. 교도소장이 한 남자를 잡았는데 그가 신원을 밝히지도 않고 문제도 없어보이지만 자신의 신분을 밝힐 수 있는 것들을 지워나가는 것이 이상해 검사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그것과 별개로 이 소설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범죄 소설이 그렇듯 첫 장면은 언제나 피해자의 시체가 발견됩니다. 이 소설에서의 다른 점은 온전한 시체가 아니라 왼쪽팔만이 발견됩니다. 데비, 에닉, 세이바인, 멀리사, 캐럴라인까지 고급 사립중학교의 여학생 실종사건의 당사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신원을 알 수 없는 또 다른 팔 하나가 더 발견됩니다. 이 이야기는 게블러 박사를 비롯한 경찰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야기는 전환되어 한 40대 남자의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또 다른 사건에서 활약하는 밀라 수사관은 남자 아이를 구출하러 갔다가 여자 아이도 함께 구해오게 됩니다. 밀라는 게블러 박사의 수사에 참여하게 되고 여섯번째 팔의 신원을 밝히고자 합니다.
이런 표면적인 줄거리만 보면 여느 수사물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이지만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은 게블러 박사와 밀라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1권에서는 '속삭이는 자'의 정체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범인을 비롯한 더 넓은 의미에서 쓰이려는 것일까 추측을 하게 만들더라구요.
아내를 잃은 게블러 박사와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밀라의 이야기가 2권에서는 더 자세히 다뤄질지 궁금합니다. 범죄자의 심리나 행동 패턴을 분석하는 부분이 본격적인 수사를 하는 형사들의 부분에 비해 두드러지는 소설이구요. 아이들을 납치했을 때 추측할 수 있는 범인상과는 다르다는 면에서 이 소설의 독특함 점을 갖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는 소아성애자를 좇다가 급변하여 다른 부분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1권에서는 현재의 범인보다는 과거의 범인의 이야기를 통해 이 범죄에 대한 힌트를 주게 되고 누가 범인인지 드러나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납니다.
밀라라는 인물이 범상치 않기 때문에 과연 그 어두운 면을 이 범인은 꿰뚫어보고 그것을 건드리는 이야기가 될지 아니면 누구에게도 그 부분을 감춘 채 이 사건에 관한 것만을 다루게 될지 전개를 추측할 수 없습니다.
사건을 진행하는 과정이 모든 것을 배제한 채 수사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게블러 박사와 밀라 수사관의 시점을 넘나드며 그들의 내면과 사생활을 다룬다는 점에서 또 다른 형태의 인간상을 보여줍니다. 그런 면에서 역시 저자가 인간의 심리를 연구한 학자기 때문에 탁월한 것 같습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소설답게 깊이도 있고 흥미도 있는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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