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소설은 제2회 무라사키 시키부 문학상 수상작입니다. 이리사와 야스오의 시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제목을 빌려 왔다고 합니다. 총 12개의 장으로 묶여 있고 주인공 쇼코와 무츠키의 시선으로 번갈아가며 쓰이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부부인데 평범하지 않습니다. 평범하게 사랑을 해서 결혼을 한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가 맞아서 결혼했습니다.
쇼코는 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얼마 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많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집에서 결혼을 바라고 있는 상황에 선을 보다가 무츠키를 만납니다. 그리고 정신과 주치의도 결혼을 권합니다. 한편 무츠키는 동성애자입니다. 곤이라는 이름을 가진 애인이 따로 있습니다. 곤은 내과 의사인데 부모님이 사회적으로 그럴듯해 보이는 가정을 일궈 평범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길 원합니다.
두 사람은 선을 보며 이런 상황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결혼을 결심합니다. 서랍에는 두 장의 서류가 있습니다. 정신과 상담의 진단서와 에이즈 확인 진단서입니다. 무츠키의 부모님은 이 사건의 맥락을 알고 있지만, 쇼코의 부모님과 친구 미즈호는 모르고 있습니다.
덕분에 쇼코는 자신이 선택한 이 기묘한 상황들을 살아내는 것과 일반적으로 평범하다고 생각되는 삶과의 괴리감 덕분에 '울' 상태가 조금 심각하게 진행되지 않나 싶습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다면 무츠키와의 결혼 생활에 균형을 잡고 그럭저럭 살아낼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끊임없이 그녀에게 '제대로' 살기를 권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우울한 상황은 조금 지나치게 된듯합니다.
무츠키는 아주 친절하고 성실한 사람이라 결국 쇼코의 사람들에게 이 상황에 대한 진실을 알리게 됩니다. 거짓말하는 것 때문에 괴로운 것이 아니라 쇼코의 상황 때문에 걱정이 되어 결정한 행동입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급변하게 되지만 결국 자신들의 상황을 균형잡게 됩니다.
마지막까지 읽고 보면 결국 이야기의 주체는 쇼코가 아닐까 싶습니다. 흔히 이런 설정의 이야기 속에서는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게 되고 질투하게 되고 견디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나 쇼코는 그렇지 않습니다. 곤을 사랑하는 무츠키의 그대로를 좋아하고 그 전부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아무런 불만이 없습니다. 쇼코가 어린아이처럼 순수해서 흔히 생각되는 감각을 느끼지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어쨌든 이야기는 진흙탕 싸움도 아니고 조울증을 알고 있다고 해도 우울한 상황들이 너무 숨 막히게 답답하게 그려지지도 않습니다. 끈적거리는 사랑이야기로 쓰고 있는 것도 아니고 세 명의 상황을 아주 담백하고 멀끔하게 그려내서 읽기 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기묘한 사랑이야기지만 함께 행복해지는 결말을 맞았으니 편안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리사와 야스오의 '반짝반짝 빛나는'도 어딘가 비극적인 분위기가 감돌고, 은사자 이야기 역시도 그렇지만 이들은 슬픔을 머금고 행복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보여서 힘이 느껴지는 인물들의 삶을 엿본 기분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