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을 샀어요
벤저민 미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서평

제목만 보면 어느 소설에서 나올 법한, 로맨틱 홈드라마 정도의 이야기가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실화라고 하더라구요. 영국에 실존하는 다트무어에 있는 동물원을 한 가족이 사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치열하게 10여 년 동안 신문 칼럼니스트로 일하다가 날씨 나쁜 영국보다는 좀 더 자연과 함께 살 수 있고 날씨 좋은 프랑스의 한 시골 마을로 이사를 하게 됩니다. 아이 둘과 부인과 함께 헛간 두 채를 사서 수리하면서 매일매일을 행복하게 삽니다. 9년간 사귀다가 결혼한 부인 캐서린은 프랑스 마을 사람들과 친해질 정도로 사교성 있고 유능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뇌종양 4기에 해당하는 교모세포종 환자라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생존기간은 1년이 채 안 되는 그녀와의 행복한 프랑스에서의 삶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다음 해 동물원을 인수하고 싶어지는 상황들로 이 엉뚱한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어머니가 집과 땅을 팔기로 결정했습니다. 120만 파운드가량과 형, 여동생, 자신의 재산을 모두 합해서 이 동물원을 인수하면 어떨까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2005년부터 2006년까지 1년 남짓한 동물원 개장까지의 일들이 이어집니다. 저자는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한 번의 후회 없이, 두려움 없이 지속적으로 이 동물원에 대한 애착을 보입니다. 

전문가들이 비웃을 정도로 그는 동물 자체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있습니다. 경영을 위해서 안락사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의 처지에서 그는 아무래도 초짜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경영에 실패한 동물원은 들어가야 할 돈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동물의 먹이와 치료비부터 시작해서 시설들을 수리하는 비용과 운영을 위해 재단장해야 될 것들이 한두 푼 드는 것이 아닙니다.

그의 형이 이 동물원에 모든 재산을 투자했다가 빈털터리가 될까 불안해서 손을 떼고 싶어했던 일화도 등장합니다. 그런 반응이 어쩌면 더 현실적일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당장 현금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집도 팔리지 않은 상황이고 돈이 궁한 티를 냈다가는 그들이 제값에 사가려 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재정적인 문제들을 안고 있고 게다가 동물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른 채로 하나씩 상황들을 직면해갑니다. 게다가 부인 캐서린의 건강 상태도 악화되는 과정을 함께 겪다 보니 그가 이런 모든 시기를 버틸 수 있었던 것이 단지 동물에 대한 애정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결국, 캐서린은 죽게 되고 각각 사람들은 그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달리하며 열심히 동물원 개장을 위해 힘씁니다. 단순히 시설만 정비해서 개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허가를 받아야되기 때문에 불안한 상황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수많은 고비를 넘기고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고 여러 직원 덕분에 동물원이 개장할 수 있는 상황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 동물원의 이름을 '다트무어 동물공원(Zoological Park)'이라고 짓게 됩니다. 그리고 개장 자체는 성공 하지만 비 오는 날이 너무 많아 은행에서는 대출을 허가하지 않습니다. 다행히 BBC에서 방송을 타는 바람에 더 많은 사람이 오게 되고 지역 주민도 반가워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습니다.

저자는 끊임없이 동물들에 대한 애착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개나 고양이 같이 귀엽고 해가 없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표범, 곰, 호랑이, 재규어 같은 자칫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거대 동물들을 다루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 일이 얼마나 위험부담을 안고 있는지 경험할수록 긴장하게 합니다. 그런 상황들을 겪으면서도 폐장되면 죽을 수밖에 없는 동물들을 위해 미래가 약속되지 않은 이 일에 뛰어든 저자의 이야기는 정말 그 어느 소설보다도 극적이었습니다.

BBC 방송용으로 쓰인 건지는 모르겠는데 사진 촬영도 해갔다는 부분이 내용 중에 등장합니다. 그런 사진들을 모아서 사진집을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앞에 몇 장의 사진이 있는데 적어서 좀 아쉬웠습니다. 실제 약간의 미국식으로 각색되어 크리스마스 개봉을 목표로 영화 제작 중이라고 합니다. 카메론 크로우 감독, 맷 데이먼, 스칼렛 요한슨 주연이라니 더욱 기대됩니다. 

 


책 정보

We Bought a Zoo by Benjamin Mee (2008)
동물원을 샀어요
지은이 벤저민 미
발행처 (주)웅진씽크빅
임프린트 노블마인
옮긴이 오정아
초판 1쇄 발행 2011년 5월 10일
디자인 design Vita 김지선, 박정은, 성지현
본문 디자인 최미영
본문 일러스트 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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