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사랑이다 1
피에르 뒤셴 지음, 송순 옮김 / 씽크뱅크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서평


15살 연하의 제자를 사랑하고 결국 자살을 택한 여교사. 이 문장만 보고 자유의 상징인 것 같은 프랑스에서 그런 비극적인 일이 있을 수 있는지 갸웃거린채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배경이 전혀 프랑스같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고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같고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모습이라던가 학교에서 대처하는 방식이라던가 그런 것은 세월이 지나도 나라가 달라고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이 소설은 단순히 신파조의 러브 스토리는 아닙니다. 문체는 상당히 담담한 편으로 기술되어 있어서 사랑에 관한 세밀한 묘사도 적은 편입니다. 실화라는 것을 염두해두지 않아도 마치 그들을 거부한 모든 이들을 고발하는 르포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배경이 프랑스의 그 유명한 '5월 혁명'이 일어난 전후의 상황이라 시대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읽은 시점도 5월이라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한 청년의 이야기로 이 책은 시작합니다. 진정한 사랑을 만나기 위해서 준비되어온 청년은 학교에 부임한 자그마한 선생님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첫눈에 반하고 여교사를 열렬히 사모하는 이야기와는 조금 다릅니다. 1968년, 학생들에게 암기만을 강조하고 가르치는 교사들과 달리 교수 임용을 앞두고 고등학교에 잠시 부임한 이 신입교사는 자유와 인권을 알려줍니다. 열정적인 가르침과 거리감 없는 행동으로 단연 인기 교사로 자리매김 하게됩니다.

그래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라기 보다는 전반부는 상당히 학교 생활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편입니다. 그리고 결국 5월 혁명이 번져나가고 모두 함께 그 혁명에 동참하게 됩니다. 그 곳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더욱 확고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비극은 아버지의 입장에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젊은 시절 좌파활동을 벌였던 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는 진보 계열이었고 그것을 강조하는 사람이었지만 결국 이 전국적인 혁명에 대해서 전혀 진보의 입장에 서지 못합니다. 전형적인 기성 세대로써 젊은 아이들을 비판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 소설 안에는 단순히 사랑이야기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의 부재와 가치관의 차이, 당시 혁명을 주도한 진보의 관점과 보수의 관점들이 융합되어 있어서 시대상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라고 생각했던 아들은 정면에서 아버지를 비판하고 그 핵심을 짚어내 비난합니다. 그에 대한 응분의 화살은 당연히 자신의 자식이 아닌, 그 순진한 아이를 물들인 여교사에게 향하게 됩니다. 그런 조마조마한 사회 상황 아래 더군다나 15살 연상의 아이 둘이 있는 이혼녀를 사랑한다는 아들에 대한 분노는 상상 이상이었을 것입니다.

아들 제라르는 그런 아버지와의 소통을 거부한채 여교사 다니엘의 사랑만을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어떤 분노를 갖고 어떤 행동을 할지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몰래 여름 방학을 니스에서 다니엘과 보내게 됩니다. 처음부터 속인대로 행동했으면 일이 커지지 않았을텐데 굳이 아버지에게 알려서 더 화를 나게 만듭니다.

아버지를 뒤로하고 제라르는 다니엘의 집에 들어가서 살게됩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더 강하게 행동합니다. 다니엘은 신경쇠약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두려움에 떱니다. 가정법원의 복지회 직원이 나타나고 다니엘의 학교에서 해고되고 제라르는 몽블랑 산기슭의 마을 샤모니로 떠나게 됩니다. 둘은 만남을 약속하고 1권이 끝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연상연하 커플이 떠올랐습니다. TV에 출연했던 분들인데 역시 많은 나이차이가 났던 여교사와 제자 커플이었습니다. 그쪽은 남자가 성인이 될때까지 참고 기다려서 직업을 갖고 선생님에게 프로포즈를 했다고 합니다. 물론 집안의 반대로 컸고 연상의 선생님 입장에서 결혼을 결심을 하기까지가 쉽지 않은 여정이었겠지요. 

왜 성인이 될 때까지 제라르는 기다리지 못했느냐에 대한 점입니다. 부모의 반발이나 법적인 문제에 대해 이렇게 모를 수 있는 것인지 화가 나더라구요. 결국 다니엘의 자살은 제라르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닌가 분노하게 되더라구요. 2권을 다 읽고 나서 거기에 대한 결론을 나름 내릴 수 있었지만 1권을 읽으면서는 너무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결말을 다 알면서도 정신없이 읽게 되는 면이 있습니다. 담담한 기술인데도 그렇더라구요. 열심히 읽게 되었습니다.

 
 


책 정보

Mourir d'aimer par Pierre Duchesne (1971)
아프니까 사랑이다 1
지은이 피에르 뒤셴
옮긴이 송순
펴낸곳 씽크뱅크
제1판 1쇄 인쇄 2011년 5월 1일 
제1판 1쇄 발행 2011년 5월 6일
디자인 Gem 


   p. 152

   아버지는 내가 성장하는 걸 원치 않았다. 영원히 성장을 멈춘 난쟁이처럼 나이가 30이 돼도 정신연령은 열두 살쯤에서 머무르길 요구하게 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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