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여행하는 정석 따윈 없다 - 별일 있어도 떠나는 남자의 리얼 여행기
차영진 지음 / 예담 / 201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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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불과 20년 전과는 달리 최근에는 해외 여행이 참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지방의 소도시 초등학생들도 '비행기 못타본 사람도 있냐'는 조금 걱정스런 사고방식을 지닌 시대라는 사실을 알고 놀랐었는데 연휴가 되면 귀경길에 오르기 보다 해외로 떠나는 선택도 이상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 덕분에 여행서도 덩달아 다양해진 것 같습니다. 당장 여행 루트를 짜는 목적에 의한 정보서 뿐만 아니라 에세이류의 여행서도 그 종류가 다양해져 있습니다.

이 책 역시 제목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이 여행 에세이입니다. 간혹 에세이 형태를 취하면서 정보 페이지가 덧붙여진 경우도 있지만 이 책은 정말 에세이 입니다. 당장 여행을 떠날 예정에 없더라도 다녀온 나라는 알기 때문에, 혹은 더 알기 위해서 반대로 모르는 나라에 대한 호기심에 여행책을 읽곤합니다.

여행 정보서와 일반 에세이와는 또 다른 독특함을 가진 것이 바로 '여행 에세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다양하기 때문이지요. 그 다양함을 담아내는 책이기도 하고, 저자에 따른 각기 다른 색을 입힐 수도 있구요. 

이 책을 보면서 '여행 에세이'가 가장 재밌으려면 어떤 요소가 필요할까 생각해보았는데 역시 저자의 경험이겠지요. 게다가 그 경험이 단순한 것이 아니라 다양하면 할 수록 이야기의 재미는 높아집니다. 이 분은 거기에 딱 맞는 저자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쩜 이렇게 정신없는 경험들을 하게된 것일까 생각하게 되구요. 결국 이런건 타고나지 않나란 제멋대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저 또한 여행을 다니면서 별의 별 사람들을 다 만나보고 친절하기도, 불친절하기도 한 경험을 해봤지만 정말 남에게 얘기하기 지루할만큼 평이한 사건들 밖에는 없거든요. 그런데 저자의 파리 여행기만 봐도 얼마나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보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 기가막힌 사건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누구에게나 말을 걸고 함께 하는 저자의 성격 덕분에 좀 더 다양한 느낌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핫도그 판매원이나 까르푸 점원과의 싸움은 역시 쉽게 경험하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반쯤 읽다보니 저자가 여행을 꽤 다양하게 다녔더라구요. 그래서 더 서스럼없이 타인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여행자가 된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물론 타고난 성격의 경우일지도 모르지요.

여행 에세이 치고는 꽤 두꺼운 편입니다. 500 페이지가 조금 안되구요.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읽게되더라구요. 정신없이 몰입해서 읽게 되어 그런 것 같습니다. 처음 여행을 결정하는 순간부터 독특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각 나라로 가는 이야기가 순차적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책 안에는 없는 이탈리아, 포르투갈의 사진이 한, 두장씩 끼어 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보니 후속작을 준비중이라고 하는데 마치 예고편과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처음 시작처럼 즉흥적으로 혹은 어떤 운명적으로 출발을 하게 되어 준비된 여행이 아니라 순간의 떠올림을 통해 또 다른 나라로 이동하게 되는 이야기가 정신없이 따라가게 만들더라구요. 일정이 정확히 짜여있고 그대로 움직여야만하는 그런 루트와 달리 지금의 기분으로, 누군가의 추천으로 변화되는 여행을 가보는 일이 참 부러웠습니다.

런던, 오슬로, 스톡홀름, 취리히, 루체른, 바젤, 니스, 모나코, 스트래퍼드 어폰 에이본, 리버플, 베를린, 라이프치히, 암스테르담, 브뤼셀, 룩셈부르크, 파리, 안트베르펜, 오베르 쉬르 우아즈, 뮌헨, 마인츠, 프랑크푸르트, 로잔, 그뤼에, 융프라우, 체르마트, 아비뇽, 아를

위의 도시들이 등장합니다. 좋아하지 않는 나라들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편인데 재미있게 읽었구요. 좋아하는 나라가 등장할 후속편도 기대됩니다.  

 


책 정보

유럽을 여행하는 정석 따윈 없다
지은이 차영진 
펴낸곳 (주)위즈덤하우스 (예담)
초판 1쇄 인쇄 2011년 4월 1일 
초판 1쇄 발행 2011년 4월 8일 
디자인 강경신 

   p. 19

   느긋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더욱 편안해졌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와도 외롭지는 않을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p. 165

   그리고 사람을 매혹하는 것은 성격보다는 인격이 한 수 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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