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 풍경과 함께 한 스케치 여행
이장희 글.그림 / 지식노마드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


'스케치'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은 주로 저자의 에세이 성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도 그렇지 않을까라고 예상했었는데 전혀 아니더라구요. 물론 에세이적인 글도 포함되지만, 서울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서울의 역사를 찾아보려면 못할 것도 없지만 굳이 찾아볼 만큼 관심이 가질 않아서 시도하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경복궁에 가거나 그런 일은 종종하면서도 말이지요.

저자는 도시 공학을 전공했고 뉴욕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했다고 합니다. 14개의 이야기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경복궁, 명동, 수진궁, 효자동, 광화문 광장, 종로, 청계천, 우정총국, 정동, 혜화동, 숭례문, 경교장, 딜쿠샤, 인사동 순입니다. 

경복궁이나 광화문 광장에 관해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진행될지 대충 예상은 되지만 상당히 본격적인 역사들이 기술되어서 놀랐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저 스쳐지났던 서울 한 구석의 표지석이 이렇게 중요한 분들을 기리는 비석이었는지 정말 몰랐네요. 그저 건축자의 머릿돌 같은 류 쯤으로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길쭉길쭉 올라선 빌딩들이 선 자리에 중요한 시대의 한몫을 담당했던 곳이라는 사실은 일상에서 그저 지나다니며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말이지요. 당연한 이야기를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에 생각치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가 알던 그 장소가 역사의 중요한 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천연기념물 1번에서 10번까지의 10가지 중에서 6개가 백송이라는 사실도 놀랐습니다. 건물이 변화되어온 역사라던가 뒷이야기, 나무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스케치한 후로 그곳이 변화되어 더 값진 자료가 되었을 것 같은 몇 장소들,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몇몇 곳들, 일제시대의 잔재들의 몰랐던 의미들, 깊은 역사와 근래의 역사들이 마구 담겨있어서 상당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스케치만으로도 단순한 작업은 아니었을테지만 담아낸 정보의 양을 생각해보면 쉽고 가볍게 만든 책이 아님을 읽을 수록 더 느끼게 됩니다. 그러한 작가의 성실성 덕분에 읽으면서 저도 성실한 마음으로 차근차근 읽게 되더라구요. 때로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지만 그것이 너무 강한 감정으로 흘러넘쳐 보는 이로 하여금 눈쌀을 찌푸리지 않게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는 점도 좋았구요. 또 좋은 모습은 한껏 즐기는 모습도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렇게 한 곳 한 곳 애착을 갖고 있는 점에서 저 또한 쉽게, 별 생각없이 지나다닌 길들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사는 도시를 좋아해서 그 도시를 배경으로만 소설을 쓰는 몇 소설가가 떠오릅니다. 새로운 것을 원하고 낯선 풍경을 위해 큰 돈을 들여가며 여행을 떠나기를 더 좋아했던 자신을 반성해보고 내가 속해있는 도시를 좀 더 사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의 학창 시절에 지났던 동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곳이 또 다른 감회에 사로잡히는 곳으로 바뀐 날이 있었습니다. 내가 처음 그곳에 있었을 때와 시간이 흘러 지금 서 있는 모습이 많이 변했지만 또 다른, 아버지의 시절을 추억하는 그런 장소가 되었지요. 길은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을 담고 변해가는 곳인 것 같습니다. 그 수많은 시간들 중 일부만이 강하게 기억되어 기록되었겠지만 이 책에 나와있는 한 곳 한 곳이 제게 또 다른 의미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책 정보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그리고 씀 이장희
펴낸곳 (주)지식노마드 
1판 1쇄 발행 2011년 3월 21일 
1판 2쇄 발행 2011년 4월 11일
디자인 디자인붐 나윤영 

 

   p. 387

   스케치로 서울을 담고자 한 첫 번째 이유는 서울을 '더 잘 알고 싶어서' 였다.

   ...

   하지만 스케치가 가진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인 '느림의 미학'은 좀 더 특별한 무언가를 선사한다.


   p. 388

   앞으로 내 스케치 속의 서울도 시간이 흐르는 만큼 꾸준히 변해갈 것이란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의 서울스케치여행은 내가 살아 있는 한 언제나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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