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토카치 지방에 위치한 인구 6천 명의 작은 마을 시모베츠. 이곳 주재소에 단신부임한 마을 유일의 경찰관 카와쿠보 아츠시(p. 486). '제복수사'의 후속편으로 이 '폭설권'이 나왔습니다. 전작은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번에는 장편입니다. 여러 인물들이 나와서 좀 단일한 이야기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런 스타일의 장편들이 그렇듯 나중에 모든 인물들이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됩니다.
경찰 소설들의 특징이 아무래도 주인공 경찰의 활약상을 그렸다는 면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계절적 특징 덕분에 주인공 카와쿠보보다는 여러 등장 인물들이 한 이야기씩을 구성하여 크게 한 소설을 이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카와쿠보도 그 중 한 인물이긴 하지만 의외로 분량이 적은 편입니다.
대개 3월 히간(춘분과 추분을 중심으로 하는 7일간) 무렵에 북일본을 공습하는 폭풍우 히간아레가 찾아옵니다(p. 5). 규모는 항상 다르지만 간선도로의 교통이 완전히 단절되어 만 하루 혹은 그 이상 마을에 고립되기도 한답니다. 한번 악천후가 발생한 이후 눈은 다녹았는데 갑자기 강력한 히간아레가 닥치게 됩니다. 1957년 7명의 아이가 죽었던 사건이 있었는데 그 일대에서 이 시기에 그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의 등장을 통해 이 소설에 앞으로 나오게될 올해의 히간아레가 뭔가 심상치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게됩니다. 카와쿠보는 시체를 발견하게 되고 눈폭풍은 점점 강력해집니다. 한편 각각의 이야기에 등장할 인물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는데 농업자재 판매를 하는 회사에 근무하는 니시다, 남편 몰래 휴대폰 미팅 사이트에서 한 남자를 사귀게 되었지만 이상한 남자여서 복잡해진 아케미, 그 남자 스가와라. 야쿠자 아다치와 그 조장집을 턴 사사하라와 사토. 펜션을 운영 중인 마스다 부부. 계부와 둘만 있게 되어 가출을 한 미유키와 그녀를 도와준 트럭 운전사 야마구치. 이 정도의 인물들이 이이기의 한 몫씩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오늘, 꼭 이동을 해야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변변치 않은 직장을 그만두고 횡령해서 얼마남지 않은 인생을 흥청망청 살아볼까, 남편 몰래 바람핀 남자를 죽일까, 야쿠자 집에서 훔친 돈을 갖고 달아나려면 꼭 이 지역을 빠져나가야 한다. 지긋지긋한 엄마의 남자로부터 탈출하고 싶다. 이런 이야기를 가진 이들은 히간아레를 뚫고 이 지역을 벗어나고자 하지만 거대한 이 자연의 벽은 너무도 높습니다.
한편 카와쿠보는 수사도 할 수 없고 피해 신고가 들어와도 움직일 수 없어서 신경만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모두 한 자리에 모이게된 등장인물들. 시체가 나오고 불안에 떨면서 자신들의 하루를 보내게 되고 이야기는 끝을 맞습니다.
홋카이도 출신으로 그곳을 배경삼는 사사키 조만이 쓸 수 있는 소재와 경관을 내세운 수사물이라는 점에서 그 특징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이번 작품도 참 기대했고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카와쿠보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점과 너무 일본에서 흔한 패턴이라는 점에서 조금 고심을 했지만, 마지막 카와쿠보의 육감은 역시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구요. 소설 자체가 여러 등장 인물의 입장에서 쓰여졌으니 이런 느낌의 경찰 소설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좀 더 카와쿠보의 활약상이 그려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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