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지은이 정유정
도서출판 은행나무
1판 1쇄 발행 2011년 3월 23일
1판 2쇄 발행 2011년 3월 30일
디자인 오진경
p. 8
... 무수한 얼굴들 사이에서 아저씨를 찾던 짧은 순간, 카메라들이 나를 향해 일제히 섬광을 뿜었다. 나는 빛의 바다에서 홀로 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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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3
마을 앞바다에 있는 돌섬의 수중절벽이 이 적요한 땅으로 그들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아저씨와 나도 그들처럼 불려왔다가 눌러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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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42
숨을 마시면 흉통이 왔다. 기사의 헤드카피는 활자의 조합이 아니었다. 내 갈비뼈 밑에 찔러 넣은 세상의 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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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75
대한민국은 자기 딸을 때렸다고 부모를 감옥에 보내는 선진사회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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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505
"... 그런데 그날은 그곳으로 갈 수가 없었네. 꿈속의 세상 대신 무시무시한 것이 몰려왔어. 아이 곁에서 무슨 일인가 일어나고 있다는 직감. 그때 깨달았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뭘 할 수 있는지. 자네, 선수시절 내 포지션, 기억하나."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 게임을 복기해서 패인을 찾아내는 사람, 게임의 판을 읽고 흐름을 조율하는 사람, 타석에 들어선 타자를 분석하고, 행동을 예측하고, 승부할 시기와 수를 판단하는 사람, 온몸으로 홈 플레이트를 사수하는 사람, 그게 포수지. 그리고 난 열두 살 때부터 포수로 길러진 사람이고. ..."
p. 507
"자네가 그림을 맞춰줬으면 해. 그래 주기만 하면 내가……"
...
"마지막으로 포수노릇을 할 수 있을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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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513
"아니야. 단지 네가 자발적으로 그 일을 하기를 바란 것이지."
"왜요?"
"팀장님은 네 안에 도사리고 있는 걸 두려워했어. 그것이…….
아저씨는 한동안 앞만 바라보았다.
"너 자신을 죽일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고, 나아가 너를 괴물로 만들 수도 있으니까."
"제 안에 있는 걸 누가 만들었는데요. 그 과정을 고스란히 밟은 사람이 누군데요. 아버지예요. 자신을 죽이고, 누군가를 죽이고, 스스로 괴물이 된 사람은 바로 아버지라고요."
"그래서였어."
나는 입을 다물었다. 서늘한 기운이 가슴을 쓸고 갔다. 아저씨가 말했다.
"그래서…… 넌 아니기를 바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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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516
I believe in the church of base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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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517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길고 길었던 밤이 빛의 바다로 침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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