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책중독자의 고백
톰 라비 지음, 김영선 옮김, 현태준 그림 / 돌베개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서평


이 책은 2011년으로 쓰여진지 20년이 된다고 합니다. 저자는 신문사 프리랜서, 편집자, 작가로 일한 경력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책과 관련된 직종에 있다보니 당연히 책을 많이 접할 수 밖에 없고 책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이 직업상 더 좋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점점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라는 문장이 절로 생각이 나더라구요. 

사실 '책 중독자'란 표현은 상대적일 수도 있습니다. 일 년동안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 사람에게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는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으며, 반대로 한 달에 한 권 읽는 사람에게 한 주에 한 권의 책을 읽는 사람은 대단해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독자'라는 완곡한 표현은 대체 어느 정도이길래 그럴까 라며 가벼운 마음으로 궁금해 했었지요. 그런데 이 사람의 중독은 정말 단어 그대로의 '중독'에 걸맞는 모습이었습니다.

옷도 사지 않고 여러 판권들을 사모으고, 자신이 얼마만큼의 책을 샀는지도 알지 못한채 무언가에 홀리듯 사모으고, 시간 약속도 잊어버리며 디킨스를 좋아하는지 나를 좋아하는지 울부짖으며 선택하라는 여자친구에게 - 당당하게 디킨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 트롤럽보다는 더 사랑한다고 하는 남자. 그게 바로 이 책의 저자입니다.

이 모든게 DNA 때문이라고, 날 때부터 정해진거라고 주장하고 싶어서 제발 그쪽 관련 분들은 연구를 좀 해달라고 부탁하는 철저한 책중독자. 그는 자신의 심각한 증상을 고쳐보겠다고 이 책을 쓴 것은 아닙니다. 물론 '치유하기'란 항목이 분명 마지막에 있긴 합니다.

마지막까지 읽다보면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을 납득시키려고 이런 책을 쓴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외곬수적인 사랑은 여전합니다. 한순간에 바뀌는 것 자체가 '중독자'라고 할 수 없겠지만요. 중독의 여러 증상들과 테스트 항목을 둔 것은 마치 이 병을 고쳐야한다는 의사나 심리학자들의 접근법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는 책의 역사와 단지 모으는 사람인지 책을 사랑하는 사람인지에 대해, 수집광이나 여러 책중독자들의 패턴 등을 통해 '책 중독자'들을 분류합니다. 그리고 어떤 책을 사느냐로 분류하고 이상적인 책방이나 독서의 장소도 나열합니다. 정리의 패턴과 집착에 관한 이야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치유의 항목들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마지막 항목이 무려 '곤란을 겪을 때까지 책을 사들여라' 입니다. 여기까지 와선 웃어버리고 말았네요.

'책 중독자'라고 불리울 정도의 사람이라면 분명 곤란을 겪을 상황까지도 처해봤을 것 같습니다. 반대로 어떤 이들은 이 책을 보면서 난 그래도 이 사람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며 자신을 위로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구요. 이 책은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여러 학자들이나 문학가들의 책을 참고한 부분이 많아서 작가가 꽤 고심을 하고 노력을 하면서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역사는 반복되고 인간의 실수 또한 반복됩니다. 타인의 지혜를 얻어서 좀 더 현명한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독서의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일까요. 그러나 '중용'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타인의 생각을 습득한 후, 자기 것으로 만들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너무 지나친 집착으로 다른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중독자라면 분명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보며 책을 멀리하는 사람에게는 경종을 울리고 반대로 또 작가처럼 집착하는 사람에게도 경종을 울리는 그런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정보

Biblioholism: The Literary Addiction by Tom Raabe (2001) 
어느 책중독자의 고백 
톰 라비 지음 
현태준 그림 
펴낸곳 돌베개 
2011년 2월 7일 초판 1쇄 발행 
2011년 2월 21일 초판 2쇄 발행
김영선 옮김
표지디자인 민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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