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스칸디나비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북유럽 문학상 및 노르웨이 문학 협회상 수상작입니다. 작가는 노르웨이 국민작가이자 북유럽의 거장이라 불리는 타리에이 베소스입니다. 세 차례 노벨 문학생 후보에 오르면서 유명해졌다고 하네요. 스칸디나비아 반도가 낳은 20세기 최고의 작가로 평가받으며 작가의 이름을 따서 '타리에이 베소스 상'이 제정되었는데 노르웨이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이라고 합니다.
열한 살의 소녀 시스. 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많고 중심이 되는 아이입니다. 얼마 전 고아가 되어 이모네 집으로 이사를 왔다는 운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아이답게 운과도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는 시스이지만, 운은 같이 놀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운이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것을 알고 친하게 지내기로 합니다.
집이 가까워 운의 집에 놀러가는 시스는 이상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러나 정말 운이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는 왠지 듣기 무서워 듣지 않습니다. 운을 뿌리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스. 운은 다음날 실종이 됩니다. 그리고 운의 행방을 찾기 위해 동네 어른들이 전부 수색대가 되지만 그녀를 찾을 수는 없습니다.
이 소설을 단순하게 바라보면 조금은 어이없는 느낌을 받습니다. 한 소녀의 실종을 통해 또 다른 한 소녀는 영향을 받고 자칫 얼음성의 마력에 끌려가는 것 같지만 다행히 별 일 없이 한 소녀는 살아남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목관악기 연주자'를 잘 캐치하면 이 소설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독일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 이야기는 유명하지요. 쥐를 쫓아주면 돈을 주겠다고 했는데 안줬더니 아이들을 데리고 가버렸다는 이야기. 그 이야기를 모티브로 쓴 것 같아 보입니다.
추운 나라에 폭포가 떨어지며 생기는 얼음들로 얼음성이란 곳이 만들어집니다. 운은 그곳에서 죽음을 당하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모릅니다. 봄이 되어 날이 풀려도 아직 얼음성은 견고합니다. 아이들은 모험을 좋아해서 얼음성으로 스케이트를 타러가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시스는 단순히 놀러가는 것이 아니라 얼음성의 무너짐에 동참하기 위해 아이들을 모아 그곳으로 갑니다. 어디서부터 시스가 이런 마력에 걸렸는지, 이런 생각을 하게되었는지 이 소설 속에서 명확한 것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시스는 그런 의도를 가지고 얼음성에 갔다는 것은 정확하게 보여집니다.
운의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둘이 똑같이 닮았다는 이야기에서 어른들의 추악한 사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촌끼리도 닮을 수 있다는 가정을 해볼 수도 있지만 시스의 강한 거부감을 통해 이들의 출생의 비밀이 있음을 예상해볼 수 있고 시스는 아직 그런 추악한 사정을 받아들일 수 있을만큼 성장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운을 잃고 시스는 아이들과 함께 얼음성에서 무너지려고 계획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는 않습니다.
이 얼음성은 시스에게 아이의 순수함을 상징하는 곳은 아닐까 싶습니다. 피리부는 사나이를 따라 사라져버린 아이들처럼 목관 악기 연주자와의 대화를 통해서 시스는 얼음성에 모든 친구들을 데리고 가게 됩니다. 그러나 결국 얼음성은 무너지지 않고 모두 살아남습니다. 시스는 이제 운에 대한 죄책감을 버리고 운을 서서히 잊으면서 어른이 되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추악한 모든 비밀은 얼음성과 함께 영원히 묻어버리고 말입니다.
그러나 이런 해석이 맞는 것인지 잘 모를정도로 작가의 설명은 모호합니다. 유럽 작품들이 그런 경향이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하고 추측을 해볼 따름입니다. 추운 나라 작가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서정적인 표현이 두드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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