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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공간을 뛰어 넘을 수 있는 '타임리프'를 소재로 한 표제작과 함께 3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번역은 1990년에 출간한 책으로 한 것 같고 원래 소설은 1965년에 발표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워낙 애니메이션이 유명해서 한번쯤이라도 제목을 들어봤을 작품입니다.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까지 제작이 되고 수많은 리메이크가 되어 왔다는 이 책은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기발한 소재를 여중생의 입장에서 쉽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주인공 요시야마 가즈코는 친구 가즈오와 고로를 약간은 애취급하는 평범한 학생입니다. 과학실에서 나는 소리 때문에 들어갔다가 깨진 시험관에서 나온 액체의 냄새를 맡게 됩니다. 그런 후 몸이 붕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며칠 후 지각을 해서 등교를 서두르다가 트럭에 치이기 직전 눈을 감았는데 어느 아침으로 돌아가 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으로 돌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영화 '백 투 더 퓨처'나 '아톰'같은 만화 덕분인지 이런 SF류에서는 흔히 과학자인 할아버지 박사가 등장할 것을 예상하곤 하는데 그 부분이 전혀 달라서 흥미로웠습니다. 선생님이 미래에서 온 인물이 아닐까 예상했지만 빗나갔네요. 이 소설의 장르 자체는 학원 연애물이랄 수 있을 것 같은데 2660년을 그려내는 방식이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아이디어라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이런 장르에서 꼭 문제가 되는 되돌아가는데 장애가 있다던가 두 사람은 영원히 만날 수 없다던가 하는 그런 정형화된 틀을 깬 것 같아서 새롭더라구요. 학원 연애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거기에 취향에 안맞는 SF쪽도 섞여 있어서 사실 이 소설은 관심이 없었지만 역시 츠츠이 야스타카의 필력이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게 봤습니다. 여성의 감정을 잘 표현해내는 것 같습니다.
10대 때 흔히 소망하는 사랑에 대한 동경을 SF를 통해 구현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 완전히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사랑하게 되는 로맨틱한 일이 어쩌면 이 현실의 시대가 아닌 더 미래의 시대에서 온 사람에게까지 대상이 확대되는 일일지도 모르구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에 너무도 익숙한 것 같은 사람이라는 감정이 어쩌면 예전에 만났을지도 모르는 이런 세계관으로 그려낸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악몽
이 책에 수록된 세 편의 소설이 모두 여자아이가 주인공입니다. 악몽은 유일하게 현대물입니다. 중학교 2학년생 마사코의 입장에서 무서운 것, 싫은 것, 악몽 등이 왜 생기게 되는지 심리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입니다. 왜 그것을 싫어하는지 동생은 왜 악몽을 꾸게 되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여러 소재들과 함께 일상의 생활들을 풀어내는 과정이 어느 부분 하나 지루하거나 상투적이지 않아서 집중력을 높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들과 함께 주인공의 성장을 보여주고 동생 역시 성장하고 있음을 보이는 결말은 참 훈훈했습니다.
The other world
또 다른 스타일의 SF입니다. 이 소설은 열 여섯살의 노부코라는 이름을 가진 학생이 수 많은 시간 속에서 수 많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3921년의 시간양자학자 노부가 광자를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기로 했지만 실패하여 폭발합니다. 그래서 현실의 노부코가 자신의 현실에 만족하지 못했기에 새로운 세계로 가게 됩니다.
자신이지만 조금씩 바뀌어 다른 세계로 가버린 일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친구 시로의 현실 모습이 싫었던 대로 또 다른 세계에선 자신이 바라던 시로가 되어 있지만 그것은 자신이 원한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노부는 기계를 고치게 되지만 노부코는 또 다른 자신의 세계에 와있을 뿐입니다. 그녀는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자신이 원했던 삶 속에서 살게되지만 결국 그것보다 원래 살던 세계가 더 좋다는 감정을 써내면서 작가는 현실에 좀 더 감사하고 행복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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