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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드라마같은 소설입니다. 화자는 중학교에 갓 들어간 요코. 그리고 제목처럼 주인공은 고모인 미하루 씨입니다. 함께 살고 있는데 워낙 제멋대로인 고모라 요코에게는 항상 불만인 인물입니다. 총 여덟 개의 연작 단편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두 번째 단편까지 읽었을 때 고모의 모습이 짜증도 나고 이 책이 유쾌하다길래 선택했던 것인데 그다지 유쾌한 느낌이 안들어서 읽기를 중단할까 하다가 가볍게 읽기는 좋은 것 같아서 계속 읽었습니다.
소설의 주요 포인트는 요코가 성장해가는 모습과 함께 '미하루 씨'라는 존재에 대해서 좀 더 잘 알게되고 그러면서 가족의 각 인물들의 몰랐던 모습을 알게 되고 각각 성장해 나가는 면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초반부만 잘 넘기면 꽤 행복감이 드는 따스한 소설입니다. 중학교 교복을 매개체로 할머니의 장례식과 함께 미하루 씨의 과거와 지금의 행동이 드러납니다. 남동생 쇼는 유일하게 기이한 현상을 싣는 잡지를 정기구독 하고 있고 아버지의 동생 지유오빠를 요코는 좋아합니다.
아픈 요코를 간병해주는 미하루 씨. 연애는 그다지 잘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 상당한 문제아로 나온 미하루 씨이기 때문에 이번 화에서 무슨 일이라도 벌이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는데 평이하게 넘어가네요. 마지막엔 미하루 씨가 당하지만요.
성적 이야기와 함께 미하루 씨의 연애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잘되지 않는 것 같아 측은해보입니다. 츠토무 숙부가 빚을 져 지유 오빠와 함께 살게 됩니다. 지유 오빠는 밝은 사람인데 어두워보여서 걱정하는 요코의 이야기. 그리고 미하루 씨가 선을 보는 이야기, 할머니를 만난 이야기, 지유 오빠가 집을 나가 독립한 이야기, 미하루 씨가 좋아하는 사람을 깨닫게 된 이야기까지 이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간이 흘러서 요코는 고등학생이 되고 영원히 결혼하지 않고 이 집에서 나가지 않을 것 같던 미하루 씨가 결혼을 하는 날이 됩니다.
이야기 전체에서 한명의 등장 인물로 나온 것 같았던 미하루 씨지만 이렇게 단편적으로 나열해 놓고 보면 요코가 학년을 올라가는 것만이 아니라 미하루 씨도 발전을 하고 변화되는 과정을 겪습니다. 왜 제목이 도망치지 말라는 것인지 그 이야기가 마지막에 등장합니다.
전혀 요리를 하지 않던 아빠가 사실은 엄마보다 더 맛있는 볶음밥을 만든다던가, 츠토무 숙부가 어렸을 때부터 있었던 물건들이 여전히 놓여있는 집이라던가, 요코가 지금 쓰고 있는 카세트덱은 요코가 태어났을 때 샀다는 이야기, 미하루 씨가 도망을 늘 갔다던가 그런 이야기들이 쌓여서 가족은 추억을 공유하고 또 그 밑에 아이들도 이야기의 유래를 공유하게 됩니다. 이해할 수 없었던 철부지 고모의 행동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면서 그 부재를 쓸쓸히 여기게 되는, 그러나 더 행복하길 바래주는 마음은 역시 가족이라야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얄미워도, 싫은 행동을 해도 결국 가족이라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느 새 미하루 씨에게 익숙해진건지 처음에 짜증나던 기분도 가라앉고 내 가족이 된 것처럼 마음이 뭉클해진 결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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