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남친
아리카와 히로 지음, 김미령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서평


이 책의 저자 아리카와 히로는 순수 문학을 지향하는 작가가 아니라 '라이트 노벨 작가'로 자청하고 그쪽을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드라마로도 방영해서 큰 인기를 끈 '백수 알바 내 집 장만기' 덕분인지 국내에서도 라이트 노벨이 아닌 순수 문학에 가까운 저서들이 속속들이 번역되어 나오는 실정입니다. 원래 아리카와 히로는 밀리터리 오타쿠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군사 관련 설정들을 많이 쓰는 편인데요. (그래서 저자가 여자라는 사실을 알면 다들 놀라곤 하지요.) 이번에도 '자위대원과의 러브 스토리'가 이 책의 주제입니다.

앞서 번역 출간된 '사랑, 전철'에서는 전혀 그런 부분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자신의 스타일로 잘 적어낸 느낌입니다. 각 단편들은 겹치지 않고(두 단편은 연결) 자위대원이 등장합니다. 자위대원끼리의 사랑 이야기도 있고 일반인 이야기도 있습니다. 육 · 해 · 공 모두 등장합니다. '바다밑', '하늘속'의 스핀오프에 해당되는 단편도 몇 가지 있습니다. 총 여섯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고래 남친
표제작인 첫번째 단편은 남자쪽이 해상자위대원입니다. 우연히 끼게 된 미팅 자리에서 만남을 가지게 되고 잠수함을 타는 대원과 사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서 쓰고 있습니다. 그것과 별개로 언어를 통해 사랑에 따지게 되는 부분들이 탁월하게 보여집니다. 단어의 선택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구나 싶은 이야기입니다.

롤아웃
항공설계사가 새로운 항공기 개발을 위해 회의를 진행하면서 화장실에 관한 인식의 차이를 가지고 옥신각신 하다가 결국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입니다. 단순히 업무나 예산의 문제로 인격이 존중받지 못하는 부분들을 지적하고 그 부분을 통해 두 사람이 또 다른 상대의 감각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국방 연애
이번엔 육상자위관끼리의 연애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WAC(와크)로 여성 육상자위관입니다. 외부인과의 연애가 아무래도 쉽지 않다보니 여성 대원들의 콧대가 엄청 높은데 그 중에서도 주인공과 친구인 미이케는 이쁘기까지해서 인기가 엄청 많습니다. 그런데 보는 눈이 없어서 매번 상처받고 연애를 실패하는데 주인공이 8년간 친구 노릇을 하며 좋아했던 결실을 맺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여친은 유능해
첫 번째 단편과 같은 인물들을 공유합니다. 그쪽에서 잠시 등장했던 '나츠'가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해상자위대에서 잠수함을 타는 경우에 가장 연애가 힘든 케이스인데 나츠키는 나이 차이가 좀 나는 여자 친구에게 결혼 이야기를 꺼내야할지 계속 고민 중입니다. 여자친구 노조미는 방위청 기술사로 성격도 좋고 실력도 뛰어나다 보니 자신 보다 더 좋은 남자가 있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결혼을 고심하는 심리를 잘 그려낸 이야기입니다.

탈책 엘레지
자위대 대원이 주둔지나 기지에서 탈출하여 도주하는 '탈책'을 소재로 헤어지는 연인들의 이야기가 기본이 됩니다. 어느 단편도 지나친 감이 있을 정도로 로맨틱했지만 이 부분만큼은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네요. 살짝 좋은 느낌의 러브 스토리가 나오긴 하지만 소재가 소재인만큼 가장 수수했던 것 같습니다.

파이터 파일럿 그대
아이가 부모의 첫키스를 물어봐서 그 때를 회상하는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엄마가 자위대원인데 그것도 실제로는 없는 전투기 조종사로 등장합니다. 아빠는 MHI(미츠비시 중공) 기술장입니다. 여자가 아이를 낳게 되면 최소 1년은 훈련에서 빠져야하기 때문에 감각이 떨어질 것이 두려워 아이를 갖지 않는 선택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이야기 속에는 시어머니의 구박도 등장해서 현실 감각을 더해주는 것 같습니다.

보통 아리카와 히로의 소설들 속의 여자들은 강인한 여성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비단 군인이기 때문에 강하다는 것 뿐만 아니라 주인공 남성들의 의지가 되어주고 중요한 순간에 판단력이 되어 주는 스타일로 많이 나옵니다. 그런 강한 여성들의 어느 순간 드러내는 연약한 부분이 너무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는 남성의 감각을 잘 그려내는 면이 있는데 이번 소설들도 그런 부분이 잘 드러난 것 같습니다. 

소재만 보자면 여성 독자들이 잘 보지 않을 밀리터리 쪽이지만, 감정 라인이나 방식은 딱 로맨스물로 참 독특한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 정보


Kujira no Kare by Hiro Arikawa (2007) 
고래 남친 
저자 아리카와 히로 
발행처 (주)학산문화사 (북홀릭)
2011년 2월 28일 초판 발행 
역자 김미령
디자인 graphic9 

 



   p. 311
   아무리 치고받고 싸웠어도, 다음 날 아침에는 웃는 얼굴로 보내줘. 그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게 자위대야. 그들의 훈시가 새삼스럽게 가슴에 와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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