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온다 리쿠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서평


'온다 리쿠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괴담 전문 잡지 「유(幽)」에 연재했던 작품을 엮어낸 연작 소설집이다. 온다 리쿠의 첫 번째 본격 호러라는 평을 받는 이 작품은 유령을 전면에 내세워 전작들과는 다른 분위기로 이야기를 끌어가며 상상 이상의 강렬한 인상을 준다.'(Yes24 설명)

온다 리쿠는 다독을 하는데 작품을 쓸 때는 연간 200권쯤 읽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누구도 쓰지 않았던 독특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인터뷰가 기억이 나는데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온다 리쿠를 떠올렸습니다. 그녀는 캐릭터보다 작품 전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 특별히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없다고도 했는데 그런 덕분인지 주로 많은 등장인물이 출현하는 편입니다. 이 소설 또한 '집'이 주인공이라 그 집을 거쳐간 많은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국내에서 온다 리쿠의 책을 홍보할 때 '노스텔지어의 여왕'이라는 찬사를 많이 하는데 그래서 기억이나 추억, 역사가 주된 장치로 많이 등장합니다. 이 책 역시 같은 맥락으로 '집'이 가지고 있는 기억이 쌓여 이 집을 이뤘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온다 리쿠의 소설이 독특해서 좋아하긴 하지만 책 마다 도입부가 집중이 안되는 부분이 있어 읽기 시작할 때 좀 고생을 하는 편인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주로 담담한 문체를 사용해서인지 깔끔한 편이구요. 처음 내용부터 궁금증을 자아내서 추리 소설은 아니지만 살짝의 추리적인 요소를 가미했기에 더 읽어내려가게 만듭니다.

예전 숙모님의 집이여서 많은 것을 배웠던 한 여자가 이제는 나이가 들어 이 '언덕 위의 집'을 구입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나 유령이 보이거나 무언가 있다는 얘기를 좋아하는 작자들이 주말마다 찾아와서 별 행동을 다 한다고 합니다. 이번에 찾아온 사람도 끈질기게 보이지 않냐고 물어댑니다. 그런 사람들을 모두 집에 들이지 않으면 될텐데 그럼 이야기가 안되겠지요.

결국 그 남자의 정체가 밝혀지게 됩니다. 광기와 집착으로 가득찬 사람보다 위해를 가할 수 없는 유령이 더 선한 존재라는 개념이 이 소설 속에 많이 자리잡혀 있습니다. 비록 그 광기가 유령으로 인해 시작이 되었다고 할지라도 말이지요. 

처음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우리집에서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정말 믿는 것 같았지만 그건 문장 그대로의 표현은 아니었습니다. 반어법과도 조금 다른 것 같고, 단지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나만의 세계'이기 때문에 그들의 목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가 더 부합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부터는 이 집에서 일어났던 그 끔찍한 사건들의 진상이 보여집니다. 아무도 알아낼 수 없었떤 바로 그 진상입니다. 때로는 잔인하고 끔찍한 이야기가 숨어있지만 혹은 슬프고 안타까운 이야기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온다 리쿠답게 액자식으로 이 이야기를 소설로 썼던 그녀를 회상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결국 온다 리쿠가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한 사람이 그저 한 사람으로만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집이 그 살아왔던 모든 사람들과 시간, 추억들을 담아내듯 사람 또한 그 집처럼 연결되어 있고 연관되어 있으니깐 말이지요. 

 



책 정보

私の家では何も起こらない by Riku Onda (2010)
우리집에서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지은이 온다 리쿠
임프린트 노블마인 ((주)웅진씽크빅) 
초판 1쇄 발행 2011년 1월 28일
옮긴이 박수지


   p. 26
   여기는 우리 집이다. 내가 살고 있는, 아늑하고 살기 편한 우리 집. 내가 사는 집에서는 그런 불길한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p. 202

   세상은 점점 더 겹겹이 쌓이고 있어요. 우리들은 끝없이 쌓여갈 거예요.

   세상은 모두 우리들이 되고, 세상은 모두 유령이 될 거예요. 이제 곧 세상은 우리들의 시대가 되죠.

   우리 집에 잘 오셨어요.

   많은 기억들이 쌓인, 우리들의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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