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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괴담 전문 잡지 「유(幽)」에 연재했던 작품을 엮어낸 연작 소설집이다. 온다 리쿠의 첫 번째 본격 호러라는 평을 받는 이 작품은 유령을 전면에 내세워 전작들과는 다른 분위기로 이야기를 끌어가며 상상 이상의 강렬한 인상을 준다.'(Yes24 설명)
온다 리쿠는 다독을 하는데 작품을 쓸 때는 연간 200권쯤 읽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누구도 쓰지 않았던 독특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인터뷰가 기억이 나는데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온다 리쿠를 떠올렸습니다. 그녀는 캐릭터보다 작품 전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 특별히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없다고도 했는데 그런 덕분인지 주로 많은 등장인물이 출현하는 편입니다. 이 소설 또한 '집'이 주인공이라 그 집을 거쳐간 많은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국내에서 온다 리쿠의 책을 홍보할 때 '노스텔지어의 여왕'이라는 찬사를 많이 하는데 그래서 기억이나 추억, 역사가 주된 장치로 많이 등장합니다. 이 책 역시 같은 맥락으로 '집'이 가지고 있는 기억이 쌓여 이 집을 이뤘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온다 리쿠의 소설이 독특해서 좋아하긴 하지만 책 마다 도입부가 집중이 안되는 부분이 있어 읽기 시작할 때 좀 고생을 하는 편인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주로 담담한 문체를 사용해서인지 깔끔한 편이구요. 처음 내용부터 궁금증을 자아내서 추리 소설은 아니지만 살짝의 추리적인 요소를 가미했기에 더 읽어내려가게 만듭니다.
예전 숙모님의 집이여서 많은 것을 배웠던 한 여자가 이제는 나이가 들어 이 '언덕 위의 집'을 구입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나 유령이 보이거나 무언가 있다는 얘기를 좋아하는 작자들이 주말마다 찾아와서 별 행동을 다 한다고 합니다. 이번에 찾아온 사람도 끈질기게 보이지 않냐고 물어댑니다. 그런 사람들을 모두 집에 들이지 않으면 될텐데 그럼 이야기가 안되겠지요.
결국 그 남자의 정체가 밝혀지게 됩니다. 광기와 집착으로 가득찬 사람보다 위해를 가할 수 없는 유령이 더 선한 존재라는 개념이 이 소설 속에 많이 자리잡혀 있습니다. 비록 그 광기가 유령으로 인해 시작이 되었다고 할지라도 말이지요.
처음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우리집에서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정말 믿는 것 같았지만 그건 문장 그대로의 표현은 아니었습니다. 반어법과도 조금 다른 것 같고, 단지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나만의 세계'이기 때문에 그들의 목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가 더 부합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부터는 이 집에서 일어났던 그 끔찍한 사건들의 진상이 보여집니다. 아무도 알아낼 수 없었떤 바로 그 진상입니다. 때로는 잔인하고 끔찍한 이야기가 숨어있지만 혹은 슬프고 안타까운 이야기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온다 리쿠답게 액자식으로 이 이야기를 소설로 썼던 그녀를 회상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결국 온다 리쿠가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한 사람이 그저 한 사람으로만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집이 그 살아왔던 모든 사람들과 시간, 추억들을 담아내듯 사람 또한 그 집처럼 연결되어 있고 연관되어 있으니깐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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