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여행 서적들이 있지만 이 책은 그 어떤 작가보다 독특한 분의 여행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정신과 간호사로 근무하다가 1년간의 런던 체류기를 펴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그것만이 아니라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그간 100점 정도를 그렸다고 하네요. 그래서 여러 가지 느낌을 담아낸 여행 에세이입니다.
보통 그림이나 디자인 쪽에 계신 분들의 책을 보면 자기 취향이 확고해서 비슷한 그림들이 많은 편인데 이 분은 귀여운 카툰 스타일도 있고 작은 삽화라던가 만화같은 그림, 귀여운 지도까지 여러 형태라 지루하지 않았네요.
지속적으로 병원에서 근무했던 이야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예 없는 것도 아니라서 살짝 엿볼 수도 있구요. 아는 분이 있어서 홀로 여행을 떠난 사람의 입장과 함께 움직이는 입장을 같이 담아낸 것 같습니다.
에세이와 정보가 적절하게 섞여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된 사실이 몇 가지 있습니다. 다른 책들을 봐도 여러 정보를 얻는 건 마찬가지지만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데요. 차를 좋아하는 영국 사람들이 지칭하는 티타임의 여러 명칭은 처음 봤네요. 몇 가지 이야기는 종종 나왔지만 저자가 커피를 좋아하지만 그 부분을 자세히 기록해둬서 재밌게 봤습니다.
그리고 영국하면 워낙 동성애자들이 많다고 하니 그들에게 성정체성의 혼란을 겪을 일은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지 않을까 했지만 저자가 정신과 간호사라는 것을 알곤 상담을 해오는 초면의 청년 이야기에도 조금 놀랐습니다.
그리고 방학 때 저렴하게 기숙사를 빌려주는 방식은 재밌더라구요. 어찌나 숙박비가 비싼지 장기 체류는 엄두도 안나는 곳 중에 하나인데 좋은 정보였네요. 그리고 영국하면 술, 특히 위스키와 맥주를 떠올리게 되잖아요. 근데 전세계 와인의 소비를 반이나 영국인들이 담당하고 심지어 포도원도 있더라구요. 이 부분은 더 의외였네요.
종종 정보를 설명할 때 친근하게 반말투로 적혀진 페이지가 있는데 그 부분에선 좀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잡지적이랄까 정보서를 원하는 분들은 이런 류의 에세이 서적을 선택하진 않을테니 자유로운 방식이 괜찮지도 않을까라고 생각해봤네요.
경력도 독특하고 그림을 곁들여서 평범하지 않은 여행 에세이. 런던의 새로운 에세이를 원하시는 분들에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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