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제21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수상작, 2008년 제61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경찰의 입장에서 본 수사물의 장르에 속합니다. 전작에 해당하는 '은폐수사' 역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수상작(제27회)이라고 합니다. 작가가 140여권을 발표한 베테랑 작가라고 하는데 국내에서는 이 은폐수사 시리즈 두 권만이 번역되었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도 일본에서 출판되었다고 하네요. 원제는 과단(果斷, 칸단)으로 용기있게 딱 잘라 결정한다는 뜻입니다.
주인공은 류자키 신야. 최근 오모리 서 서장으로 전근을 한 도쿄대 법학과 출신의 캐리어(국가 공무원 1종 시험 합격자)입니다. 상당히 합리적인 면을 추구하는 인물로 덕분에 여러 사람들에게 이상한 눈총을 받는 편입니다. 그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기 때문에 문체가 상당히 간결하며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명령체계를 중시하는 경찰이지만 자신의 업무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불필요한 아부나 행동은 일체 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주변에서 안좋은 평판을 낳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역시나 전편의 이야기에서 사건을 해결하고도 그런 성향때문에 좌천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의 사고방식들은 상당히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물론 경찰의 명령체계에 익숙해져온 사람들에게는 성가신 사람일 것 같긴 합니다. 그의 관할 내에서 강도 사건이 발생합니다. 세 명의 범인 중 둘은 잡았지만 한명을 놓칩니다. 전혀 별개로 보였던 식당에서 싸움이 있다는 민원에 그는 확실한 결과를 원하고 발포되었다는 정황으로 미루어 세 번째 범인의 은닉 장소라고 파악합니다.
현장 경찰들은 현장 경험으로 미루어 온 감과 조사 능력을 중시하고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수사본부가 설치되면 수사의 주도권은 수사 1과나 특별팀같은 자들에게로 넘어가기 때문에 신경전이 만만치 않습니다. 역시 이 이야기에서도 그 면을 다루며 합리성을 중시하는 서장은 현장 수사원들 보다 특별히 전문적인 훈련을 받아온 그들에게 수사권을 넘기는 그를 양쪽은 다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형사부에서 테러 및 농성, 하이재킹 등에 대처하기 위해 조직되어 매일 훈련을 거듭해온 조직이 SIT(수사 1과 특수반 - Sousa Ikka Tokusyuhan)라면 또 하나의 조직이 개입하게 됩니다. SAT. 그들은 독일 특수부대 GSG-9와 같은 조직을 표본으로 삼은 독입부대이며 자동소총과 저격소총으로 무장한 부대입니다. SIT는 교섭을 SAT는 제압을 위한 무력을 내세웁니다.
인질의 위험은 10%라면서 돌입을 주장하는 SAT와 1%라도 인질을 위험에 처할 수 없다는 SIT의 의견. 그러나 결정은 서장이 내려야합니다. 흔히 수사물에서는 이런 부분 보다는 범인과의 교섭이나 제압이 좀 더 단도직입적으로 나오기 마련이라 독특했습니다. 한편 그의 아내가 피를 토하고 구급차에 실려간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현장에서는 세 번째 총성이 울리고 서장은 발포를 허가하지만 아직 돌입의 명령은 내리지 않았습니다.
형사부장은 테러도 하이재킹도 아니니 돌입은 그만두라고 합니다. 그러나 판단은 그에게 맡기며 책임 역시 그에게 맡깁니다. 결국 돌입을 명령하고 인질 구출, 범인에게 발포합니다. 범인은 죽고나서 더 이상 발포할 실탄을 소지하지 않은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상황이 한 신문사에 의해 공표되고 감찰관이 움직이게 됩니다. 사건이 1/3쯤, 감찰관의 조사에 관련된 내용이 나머지 부분을 차지하고 그와 함께 애초의 이 사건에 대한 정황 신고가 이상하다는 점에서 출발하는 내용이 2/3 정도 분량에서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원제의 경우를 살펴보면 사건에서의 발포, 돌입 명령에 관한 제목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번역서의 경우에는 마지막 부분에 초점을 맞춘 제목이 됩니다. 왜 범인은 요구를 하지 않았는가. 일체의 교섭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상하고 총을 든 범인과 애초에 인질이 싸울 수 있는가도 이상하고 총을 든 범인이 칼을 사용하는 요리를 허용했다는 점도 이상합니다. 사실 이 문제는 인질이 구출된 후의 반응에서 이미 감지할 수 있는 부분이었지요.
감찰원의 피곤한 접전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갈 것이라는 예상관 달리 다시 수사물의 분위기를 띄며 점점 흥미진진해져갑니다. 그 과정에서 서장과 관할서 직원들의 관계가 재정비되는 점도 재밌는 포인트가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왜 이 시리즈가 '은폐수사'인지의 언급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상당히 경찰 내부의 일이 자세히 소개되는 면이 있습니다. 그런 관점이라서 신문이라는 매체에 대한 안좋은 평가도 동시에 등장합니다. 물론 주인공의 특색 덕분에 경찰 내부의 잘못된 부분들도 꼬집기는 합니다. 잘만들어진 수사물. 게다가 상당히 밀도있는 경찰 조직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강직하고 옳은 성품을 지닌 주인공의 매력에 더 빠지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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