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 구두 안드로이드 - 2010 제18회 대산청소년문학상 수상 작품집 대산청소년문학상 수상 작품집 18
차여경.이혜지 외 지음 / 민음사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서평

 

국내에서만 살아가던 사람이 외국 문화를 접하려하면 일정 시간의 적응이 필요합니다. 그들이 어떤 타이밍에서 웃는 것이고 어떤 사고로 만들어내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되면 비로소 즐겁게 그 창작물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면서 형성하는 문화란 참으로 독특해서 '나와 너'의 사고 방식은 물론 분명히 다를 만도한데 한 나라의 문화라는 것은 알게 모르게 자신에게 흡수되어 너무도 익숙한 느낌을 줍니다.

 

저는 그것이 제가 읽어온 1950년대 이전 소설들에서 경험해온 감각이라 여겨왔었습니다. 국내고 해외고 덮어두고 10대 때 읽는 소설들은 고전을 제외하고는 주로 그 당시 문학이 많았습니다. 특히 '한국적'인 느낌은 어떤 소재를 가지고 써내려가는 작가를 고사하고 비슷한 향내를 풍긴다고 그 덕분이라고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이 책을 펼쳐놓고 보고 있자니 섬뜩할 정도로 그 감각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그래서 서두에 문화 운운하면서 전혀 상관없는듯한 시작을 열어봤습니다.

 

10대를 지내온지도 오래되었고 소위 글읽는 사람들이 그러하듯 그 나이대의 감각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대산청소년문학상'의 작가들은 너무도 익숙한 한국의 문화를 사골을 고아내듯 저 깊이에서 우러내 와 적어내려간 기분이 듭니다. 어쩌면 문화란 그렇게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고 특히 문학은 더더욱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10대스럽지 않은 10대였듯이 그네들도 어쩌면 그렇겠지요.

 

우선 청소년 문학상이라고 하다보니 조금은 어리숙하고 조금은 비현실적이면서 독특한 소재들이 많겠지라고 지레짐작을 했는데 전혀 아니었습니다. 10대의 글이란 말인가 하고 놀랄 정도였습니다. 인생을 힘들게 살아낸 40-50대가 썼다고해도 믿을 글들이 많았습니다. 너무도 어두워서 '아.. 정말 한 작품만 밝으면 나는 대상줬겠다!'라는 생각이 절절히도 들더라구요.

 

그런데 떠올려보니 제 10대도 만만치 않게 우울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렇지요. 그 때는 어딘가 현실에 동화되지 못한달까 무엇이든지 암울하고 우울하게 느껴질 법하지요.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살아가기 위해 행복을 찾고, 즐거움을 찾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목이 왜 대상받은 작품이 아닐까란 의문 속에 농담삼아 그나마 밝은 작품이 '가죽구두 안드로이드'라서인가 라는 혼자만의 생각을 해봤지만 아마도 제목의 독특성 때문이겠지요. 앞쪽은 시로 뒷쪽은 소설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상위 수상 작가들의 백일장 작품도 동시에 실려있습니다. 시는 주로 산문조가 많은데 눈에 띄는 작품들이 참 많았습니다. '이 아이들이 몇 년 후 우리 문학계의 주역이 되겠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의 그런 느낌에도 불구하고 심사평은 참으로 혹독한 것 같습니다. 짧게 덧붙여져 있습니다.

 

주로 학창 시절에 관련된 글들이 많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앞쪽은 별로 없고 뒷쪽으로 갈 수록 그런 추세더라구요.

 

시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고 대상 작품은 정말 탁월합니다. 강한 여운을 남깁니다. '이런 서사를 지니면서 동시에 이런 표현을 써내는구나' 라고 감탄하고 말았거든요. 시는 너무도 현실의 암울한 감각을 처연하게 표현해냄이 눈에 띕니다. 시를 쓴 작가들은 독특한 소재들이 많아서 더 눈에 띄었습니다. 소설 쪽이 아무래도 뒷쪽에서 반복적으로 학교 이야기가 등장하다보니 더 그런 느낌을 받은 것도 같습니다.

 

소설부문은 독특한 작품이더라구요. 백일장 쪽은 너무도 한국적이랄까, 그런 감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반면 대상 작품은 판타지와 현실의 교묘한 조합이 마치 어그러짐같은 비틀림을 주는 느낌이라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 부문 금상도 상당히 인상깊었는데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인지 창작인지 모르겠더라구요. 이쪽도 상당히 유려한 문체인데 아마도 강한 현실 감각 덕분에 대상 받은 작가에 비해 좀 저평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반면 이 작가는 자신이 추구하는 세계가 뚜렷하다는 인상을 두 작품을 통해서 받았습니다. 대상받은 작가는 두 작품이 상당히 다른 느낌을 주었는데 금상 받은 작가의 관심사는 비슷한 경향이 있구나 싶더라구요.

 

생각보다 다른 문화에 젖어 사는 것은 아니구나란 생각이 들어서 이것이 한 나라에 사는 사람과의 동질성인가를 많이 느꼈구요. 한편으로는 저 또한 그 시절에 그랬지만 너무도 암울해서 좀 더 밝은 글들이 많았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기더라구요. 

 

 

  

 


책 정보

 

제18회 대산청소년문학상 수상 작품집

가죽 구두 안드로이드

펴낸곳 (주)민음사

1판 1쇄 찍음 2010년 11월 26일 

1판 1쇄 펴냄 2010년 12월 3일  

지은이 차여경, 이혜지 외 

디자인 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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