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커 -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고은규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서평




이 소설은 '제 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입니다. 멀쩡한 집 놔두고 트렁크에서 자는 사람을 가리키는 '트렁커'의 이야기입니다. '스트모'라는 슬리핑 트렁커들의 모임의 온라인 가입자는 988명이고 회원의 추천을 통해서만 회원 가입이 가능한 모임입니다. 그리고 추산으론 5,000명 가량의 트렁커가 있다는 설정입니다. 이는 실존하는 이야기인건지 판타지적인 작가의 설정인지 궁금했는데 연관검색어도 나오는 것을 보니 읽는 사람들은 다 같은 심정이었나 봅니다.




자랑스러운 정회원인 주인공 온두는 시니컬하면서도 거침없지만 간혹 지나치게 독설을 하는 경향이 있는 여자입니다. 처음 이 책의 정보를 접했을 때 히피나 트레일러에 사는 사람들처럼 집 없이 차에 사는 사람들일까 했는데 정의를 보니 집은 필수로 있어야겠더라구요. 온두 역시 집은 있습니다. 잘 때만 차 트렁크를 찾아갑니다.




그런 그녀에게 불청객이 등장합니다. 얼마나 힘들게 지켜온 장소인데 뜬금없이 온라인 회원도 못된 녀석이 나타나서 신경을 건드립니다. 자신의 장소를 지키기 위해 불량 청소년들을 신고하고 불법 쓰레기 유치자들을 처단한 천하의 연두도 땅주인 앞에서는 기가 죽습니다. '이름'이라는 이름을 가진 청년이 나타납니다. 이름답게 펄펄 끓는 온두와는 달리 나사 하나 빠진 것 같이 어딘가 멍한 녀석은 땅 주인이니깐 어쩔 수 없이 그와 잘 지내면서 장소를 지키려고 합니다.




그는 아버지를 위해 게임을 만들었다면서 해보자고 제안을 합니다. 카드 뒤집기 게임과 비슷한 색 맞추기 게임. 게임에서 지는 사람은 색에 연관된 키워드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해야합니다. 과거를 잃은 온두는 전투력을 앞세워 이기는 것에 집착하고 결국 름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온두는 과거를 잃었다면서 자신의 이야기는 전부 날조라 하지만 사실 그녀는 시작만 잃었을 뿐 과정은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누가 더 불행할까 내기라도 하듯 온두와 름은 정말이지 처절한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어쩌면 그들이 지금 유쾌하고 느긋한 것이 축복일 만큼 눈물조차 나지않을 잔인함을 받아왔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일방통행입니다. 위로조차 할 수 없는 이야기이니까요.





너무도 강한 인간의 악의가 이야기의 전체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온두가 생각하는 수많은 단어들은 범상치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온두의 이야기는 간혹 사람을 웃게 만듭니다. 이 소설은 악의에 지배당하지만 그 뿌리가 따스하기에 웃을 수 있고 느긋해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들에게는 트렁크가 있어서겠지요.




부모에게 죽음을 당할 뻔한 아이들. 꿋꿋하게 버텨낸 그들. 둘의 만남의 첫순간을 알게 되었을 때, 그 끔찍한 이야기에서 흘렸던 눈물과 다른 눈물이 흘렀습니다. 이 정도의 악의는 따라할래도 따라할 수 없겠지만 소소한 것이라도 이 세상의 악의에 조금이라도 보태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정보




트렁커


지은이 고은규


발행처 (주)웅진씽크빅


임프린트 문학에디션 뿔


1판 1쇄 발행 2010년 11월 29일


1판 2쇄 발행 2010년 12월 15일

일러스트 이강훈

표지 공중정원 박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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