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독특하게도 한 가지 차와 함께 하나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소설,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까지. 홍차를 설명하기도 하고 배리에이션에 관한 설명도 담아내지만 그보다 좀 더 에세이적인 성향이 강한 편입니다. 작가의 느낌은 상당히 린넨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본인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것은 어느 작가나 마찬가지겠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추억을 담아내는 성향이 짙은 것 같습니다.
빛 바랜듯한 사진의 색감과 함께 이야기 또한 그러해서 린넨같다는 생각이 떠오르더라구요. 린넨은 어딘가 현실의 것 같지가 않고 한 계절 이전의 것인 것만 같은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거든요. 색감 때문이려나요.
한 가지 차를 마시며 자신의 이야기를 펴내고, 그 차에 얽힌 이야기를 하고 관련된 설명들이 이어집니다. 물론 에세이만으로 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따로 설명이 필요한 부분들은 페이지가 할애되어 있습니다.
홍차에 대한 설명을 쏙 빼어내도 어색하지 않을 에세이집같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작가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티타임 사진들 말고도 몇 장의 사진이 함께하고 있구요. 그런 작가의 취향을 잘 살린 사진을 표지 사진으로 썼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구입을 위한 정보가 아니라 자신의 티볼을 설명해놓은 페이지에서 정말 작가의 성격을 엿볼 수 있습니다. 고스란히 자신의 스타일로 이 책을 써놓은 느낌이 들거든요. 보통은 어느 브랜드의 다구인지를 적어내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말이지요. 소개만 줄을 이은 정형적인 홍차 서적에 비해서 다른 구성을 취하고 있는 책이라 새로웠습니다. 바느질이 취미라는 작가의 직접 만든 소품들도 재미를 더하여줍니다.
홍차를 소개하고, 홍차의 법칙을 소개하는 개론서에서 벗어나서 좀 더 다양한 방식의 책들이 출판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외국에서 국내에 런칭했던 회사들도 문을 닫고 국내 생산품목이라 어마어마한 관세를 지불해서 들어오는 실정이니 홍차의 세계가 국내에서 넓어지기는 쉽지는 않겠지요. 그래도 새로운 방식의 책이 등장하다 보니 즐거운 마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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