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홍차에 빠지다
이유진 지음 / 넥서스BOOKS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




최근 출판 경향으로 에세이의 세분화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에세이가 좀 더 영역을 확장하여 실용서적과의 만남을 꿰한 경향이 두드러지는데요. 백과사전 식의 나열이 지겨운 실용서적이 에세이의 부드러운 문체와 자유로운 배치를 만나서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경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여행 서적이 그런 흐름을 잘 타서 수많은 방향으로 재탄생되는 느낌입니다.





이 책 역시 음료의 소개와 배리에이션의 레시피만을 늘어놓는 백과사전식 책의 정보와 적절한 에세이가 버무려져서 좀 더 접근성이 쉬운 정보서로 만들어진 느낌입니다. 홍차하면 우아한 영국식 티타임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히말라야 산맥 등지를 촬영한 다큐멘타리에서 볼 수 있는 커다란 통에서 휘휘젓는 밀크티를 상상하기도 할 것입니다. 혹은 세계 최대 생산지인 중국의 명산들에서 접할 수 있는 차나무가 떠오르기도 하겠지요.





대학 시절 한 선배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너 커피 안마셔? 대체 무슨 재미로 사냐? 술도 안해, 담배도 안해, 세상에서 재밌는 거는 다 안하네.' 음료 계열을 생각할 때면 부수적으로 그 선배의 목소리가 줄줄이 떠오르곤 합니다. 커피하면 자판기 커피 밖에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 다방 문화에서 벗어나 커피숍이 생겨나고 커피를 시키면 외국물 좀 먹은 세련된 주인이 운영하는 커피숍에는 커피 프레스가 나왔던 그런 시절이었지요.




저는 자판기 커피는 안마시고 핸드 드립부터 에스프레소까지 독학을 하느라 허구헌날 인터넷 페이지만 찾아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홍차 또한 그랬습니다. 홍차 틴에 적힌 레시피대로 하라는 사람들의 조언은 솔직히 국내 물의 상태로는 어림도없는 방법이거든요. (더 짙게 우러납니다. 이 책에도 그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수많은 홍차 서적들을 살펴보면 유럽의 레시피를 그대로 기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런 방식으로 드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어디까지나 농도의 문제는 취향이니까요.) 물론 최근에는 다른 방법을 제시하는 관련 서적들이 많이 나오는 세상이 되었지만요.




홍차를 마시고 싶어도 '그들만의 레이스'처럼 너무 어려운 느낌이 들고 적절한 노하우를 일러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내 방식이 옳은 것일까?'에 대한 두려움에서 이런 경향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더라구요.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좀 더 기초적인 이야기를 해주는 책인 것 같아서 읽으면서도 반가웠습니다. 나는 지금 당장 홍차를 어떻게 우리는지가 궁금한데 차의 기원에서부터 종의 발전의 흐름을 기록한 책인들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요.




상표 이름을 영어와 한자로 재표기 해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브랜드 소개 따로, 배리에이션을 따로, 이런 식으로 순서를 좀 재정렬해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백과사전식의 책보다는 좀 더 자연스러운 접근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대로도 좋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읽다보면 정보가 쌓이고 그러다보면 어느 새 알아가는 그런 구성인 것 같아서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차'하면 단순히 마시는 부분만이 아니라 여러 부차적인 것들이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차를 담는 그릇과 보온용 워머, 받침의 코스터, 테이블보 같은 패브릭류, 곁들이는 티푸드와 배리에이션을 위한 부재료들 등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는 그런 부차적인 것들도 소개하고 있고 몇 군데의 가게도 소개합니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마지막 테마를 담은 컷들도 즐겁게 봤습니다. 에세이는 아무래도 작가의 인생을 담아내기 때문에 같은 정보를 내비춘다고 해도 다른 색체를 담아내는 글이 됩니다. 좋아하는 분야이다 보니 단순히 '글'의 색체 뿐만 아니라 '티타임 컷'의 색체도 좀 더 다양한 출판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색체의 이야기와 사진 덕분에 즐거운 시간이 되었네요. 홍차의 세계를 전혀 모르는 분들에게 어떻게 우리라고 설명과 당부를 하기보다 책 한권을 건네며 느긋하게 읽어보라고 권해줄 수 있을 않을까 싶습니다.


 

 


 



 



책 정보




오후 4시, 홍차에 빠지다


지은이 이유진


펴낸곳 (주)도서출판 넥서스


초판 1쇄 인쇄 2011년 1월 1일

초판 1쇄 발행 2011년 1월 5일  







* p. 257 '코끼리 공장' 사진이 있어야 하는데 다른 사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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