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거리의 현재는'으로 오사카의 아름다움을 소박하게 잘 그려낸 시바사키 토모카의 '오늘의 사건사고'를 이제서야 발견했네요. 전체적으로 소소한 이야기지만 아름다운 표현력으로 교토의 거리를 밝게 보여주면서도 한 사람 한 사람의 감각을 잘 살려낸 좋은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정말 하루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3월 24일부터 25일 새벽까지. 각각의 짧은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화자가 변화되면서 각각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기술합니다. 동일 시간대는 아니지만 같은 하루를 겪은 등장인물들이기 때문에 같은 사건들에 대한 다른 시각이 재미있게 엮어집니다.
우선 전체적인 내용은 나카자와, 그의 여자친구 마키, 그의 소꿉친구이자 마키와도 친구인 케이토가 오사카에 살고 있습니다. 이 셋은 나카자와의 친구로 교토에 있는 대학원을 진학하여 이사를 간 친구 마사미치네 집의 집들이를 가게 됩니다. 그곳에는 잘생긴 후배 가와치와 검정 스웨터를 입은 과묵한 안도와 녹색 스웨터를 입은 니시야마, 그리고 이 이야기는 아닌 번외편 격에 등장하는 가와치의 여자친구 치요가 나옵니다. 그리고 나중에 또 번외편 격으로 등장하는 마사미치의 옛친구 야마다도 잠시 등장합니다.
나카자와가 하도 여자친구 자랑을 해서 다들 마키를 익숙히 여기고 궁금합니다. 밝고 귀여운 캐릭터이고 케이토는 잘생긴 남자만 좋아해서 마음에 들면 적극 공세를 펼치지만 연애는 그다지 잘 되지 않는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잘생긴 가와치에게 관심을 두지만 그는 여자친구가 있다고 합니다.
내용 자체는 그다지 사건이나 사고랄 것이 없는 소소한 대학생들의 이야기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시각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들이 상당히 꼼꼼해서 정말 한 사람 한 사람의 시각으로 느낀 점들을 고스란히 풀어내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우선 케이토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다가 깨서 나카자와와 옛날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잠이 드는 이야기, 마키의 시각으로 집들이에 도착해서 노는 이야기, 그 다음은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나카자와가 옛날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하면서 마키에게 옛날 이야기를 해주고 케이토와 다녔던 학교도 보여주고 대화하는 이야기입니다.
다음은 번외편 격으로 이 모임이 있기 전에 가와치가 여자친구와 싸웠다는 언급이 있었는데 그 상황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다시 마사미치의 집입니다. 마사미치의 시각에서 이어지는데 한참 나카자와가 돌아가는 시각입니다. 정리를 하고 다시 마시고 그러다가 친구 야마다를 만나게 됩니다.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이 나지만 이 소설의 영화화가 결정 되고 나서 작가는 덧붙여 A면과 B면의 이야기를 써냅니다. 케이토와 마키가 술과 안주들을 사러가면서 일어나는 일들인데 과묵하던 안도의 이야기가 유일하게 잠시 등장합니다. 그리고 둘은 영화 촬영하는 곳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부분이 실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를 촬영하는 상황이라 또 재밌습니다.
좀 더 자세한 영화의 이야기는 B면에서 작가가 직접 자신의 원작이 영화화되는 상황을 보는 것으로 등장합니다. 이 소설의 영화화 되는 장소에 정말 나카자와, 마키, 케이토가 구경한다는 설정은 재밌습니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빙글빙글 연결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거리의 현재는'으로 한 여성의 감각을 소소하게 잘 풀어낸 작가는 이 '오늘의 사건사고'로 독특한 시간의 변화와 시점의 이동, 보여지는 것을 느낀 그대로의 감각을 풀어냈다는 점이 참으로 독특했습니다. 이들은 정말 살아있는 사람들처럼 실존해서 계속 살아가지 않을까란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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