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4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입니다. 첫 단편부터 온다 리쿠스러운 느낌이 잔뜩 묻어나기도 하고 좀 다른 시도들도 보이고 다양한 느낌입니다. 그래도 온다 리쿠 특유의 몽환적이기도 하고 미스터리적이기도 한 이상한 이야기들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 정상적인 부분을 좋아하시면 싫을 단편집이구요. 온다 리쿠의 이상하고 기이한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매력 만점의 소설들일 것 같습니다. 아래는 각 단편의 내용입니다.
수정의 밤, 비취의 아침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서 리셰 이야기에 나왔던 습원의 기숙 학교가 등장합니다. 주인공은 요한입니다. 중학생 같은데 음악에 관해 배울 수 있는 곳 같습니다. 자꾸 이상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동요와 관련이 있는듯 연관성을 지닙니다. 그리고 요한의 정체가 밝혀집니다.
안내
단편이라고 하기도 너무 짧은, 정말 안내서같은 글입니다. 괴기스러운 안내였습니다.
그대와 밤과 음악과
독특하게 이야기는 라디오 DJ 두 명의 라디오 진행 상황으로 이어집니다. 중간 중간 대화들도 등장하지만 거의 이야기는 라디오 진행 모습으로 이루어집니다. 좀 가벼운 듯한 시작이었는데 점점 추리물이 됩니다. 이상한 물건이 항상 놓여있고 여자 유령이 나타나고 급기야 PD가 살인을 당합니다. 좀 독특한 추리 소설이었습니다.
냉동 귤
남자 친구들끼리 여행을 나섭니다. 우연히 정차한 기차 역에서 먹을 것들을 사다가 냉동 귤을 발견합니다. 구입하려고 하지만 매점 할아버지는 안된다면서 쓰러집니다. 그리고 써있는 메모에는 이 냉동 귤을 절대 냉동 보관을 해야하며 이 귤에 흠집이 났을 땐 화산이 폭발하고 녹았을 땐 홍수가 나는 현상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기묘한 이야기였습니다.
빨간 공
죽어서 만나지 못했던 외할머니를 만난 이야기. 열이 나서 아파 누워있는 중 항상 들리던 파도 소리가 문득 들리지 않고 한 소녀와 빨간 공으로 튀기는 놀이를 했는데 그 소녀가 할머니의 모습이었다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심야의 식욕
호텔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왜건마다 특징이 있는데 각각 이름을 붙여서 부르곤 했습니다. 이번 이야기에 나오는 '헤이스팅스'는 묵직해서 잘 움직이지 않는 왜건인데 오늘 따라 무척이나 잘 움직입니다. 자신의 의지를 가진 것 같은 느낌. 제목과 다르게 엄청 무서운 이야기였습니다.
변명
어느 버튼에 관한 아주 짧은 이야기. 이거 혹시 그 버튼인가?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네요.
1001초 살인 사건
'별'에게 살해당하는 남자의 이야기로 이야기의 분위기는 살인 사건이라기 보다는 괴담에 가깝습니다. 폴터가이스트 현상같은 일이 일어나는 집에서 하루를 보내는 두 남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스럽기도 하고 기묘한 일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진상은 조금 재밌었습니다.
그 뒷이야기
아버지가 아들에게 백설공주 이야기를 해줍니다. 아들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있는 것 같습니다. 동화를 이야기해주면서 여러 세상의 이야기도 겸합니다. 그리고 조금은 슬픈 결말입니다.
해후에 관해
소녀가 글을 쓰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 교대로 나옵니다. 마지막에 가서 이 이야기의 이유를 조금은 엿볼 수 있지만 조금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그런 짧은 이야기.
외로운 성
아주 외로운 아이. 그러나 외로운 성에는 가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만 갈 수 있는 외로운 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초록 사나이에게 끌려간 에리는 성에서 머물게 됩니다. 까만 문이 있는 방에는 절대 가지 말라고 들었는데 오는 아이들이 하나씩 그 까만 문의 방에 들어가 사라집니다. 무서운 비명소리를 남기고. 다른 애들은 아닐 수도 있지만 에리에게는 참 슬픈 이야기였습니다.
낙원에서 쫓겨나
제목과 다르게 과거를 추억하는 네 명의 대학동창생들의 이야기입니다. 죽은 친구로부터의 유서가 있다고 하여 모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의 소설. 혹시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소설은 아닐까 겁을 내며 읽기 시작합니다.
졸업
무서운 졸업에 관한 이야기. 16살이 되면 벗어나는 저주같은 것에 직면해 있는 이야기입니다. 괴담 스타일 같기도 하구요. 좀 무서운 이야기.
아침 햇살처럼 상쾌하게
국내 제목과 다르게 일본에서는 이 단편의 제목으로 단행본이 나왔습니다. 이 제목은 곡의 이름. 그리고 이야기는 네덜란드 맥주 그롤쉬라는 병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써내려가는 에세이같은 단편입니다. 이것은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열쇠였습니다. 그롤쉬 병과 트럼펫과 우무의 조합으로 떠올린 옛날 이야기.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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