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현재 36살의 남성 잡지 에디터의 이야기입니다. 그의 친구이자 탑스타인 '연희'의 죽음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는 압구정에서 10대를 보냈고 서울대를 나왔습니다. 고등학교때 잠시 밴드 보컬을 맡았는데 그때의 친구들 네 명을 '압구정 소년들'이라고 불리웠습니다(밴드이름). 전교 1등에 대단한 성격을 가진 박대웅. 그리고 원석과 윤우. 그리고 세화여고 3총사인 연희, 미진, 소원. 이렇게 일곱은 아주 친했습니다.
연희는 대웅과 결혼했고 대웅의 인간성에 의심을 품은 주인공 우주는 이 죽음을 조사하기에 이릅니다. 대웅은 변호사를 하다가 연예 기획사를 차렸습니다. 역시 잘나가는 대표여서 부부는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옛날을 회상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90년대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음악을 좋아해서 음악에 관한 이야기가 꽤 많이 등장하는 편입니다. 각 제목들도 노래명으로 되어 있습니다.
밴드 이야기와 강남권 학생들의 생활 모습, 진학 이야기와 대학, 유흥 문화 들이 등장합니다. 작가가 에세이를 쓰는지 소설을 쓰는지 몰랐을 정도라고 표현했듯이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연희와 대웅의 비밀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연예 기획사 이야기와 기자들 이야기도 함께 등장합니다. 이 소설은 90년대 고등학생, 대학생들의 모습, 음악에 대한 이야기, 연예 기획사들의 일면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죽음'을 추적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은폐와 추리, 일부 서스펜스적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작가의 삶이 묻어나오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야기의 큰 틀은 소설이라고 봐야겠지만 시대를 느끼게하는 부분이 많아서 읽으면서 굉장히 신빙성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부터가 소설인지 선은 명확하지 않지만요.
전 '카시오페아 공주'를 읽고 나서 작가의 후속작을 참 많이 기다렸는데 그 기대에는 조금 못미쳤습니다. 물론 재미있게 읽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자전적 느낌이 많은 편이라 상당히 한국적인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한국적이면 안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좀 더 새로운 느낌의 소설이기를 바랬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제가 90년대를 살아온 사람이라 그런 느낌이 든 탓도 있을 것 같습니다.
'카시오페아 공주'는 한국적인 감각을 간직하면서도 좀 새로운 일면들을 본 것 같았거든요. 작가가 자신의 경험과 함께 소설로 펴낸 작품이 한편 정도는 있어야 다음 단계로 올라설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이 시점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기도 했구요.
90년대에 향수를 품은 사람이거나 한국을 좋아하는 외국인이라면 더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음악에 관한 관심으로 관련 에세이를 내보면 어떨까, 이렇게 소설 속에서만 등장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조금 기대에 못미쳤다고 쓰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제 취향과 기준의 문제였고 책 자체는 정신없이 읽었습니다. 그래서 필력이 좋은 작가의 후속작도 기쁘게 기다리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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