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는 여행중
이미나 지음 / 걷는나무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서평




삼각관계, 양다리 이런 단어들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긴 그런 관계만 좋아한다던 어느 이상한 부류가 아니고서야 좋아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그래서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그 어중간한 주인공의 위치에 가슴이 아파서 책을 덮고 한동안 잊으려고 했습니다.





사랑은 서로에게 동일한 양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내 사람이라고 만나면서도 아프고 맞지 않아서 삐걱거릴 때도 많은데 굳이 내 꺼가 되지 못하는 처절함을 상대에게 주면서까지 그런 관계를 지속하는 상황 자체를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들이라고 좋아서 하고 있는건 아니겠지만 여튼 그러다가 이 책을 다 읽어버리자 결심을 하고 잡았더니 이야기는 변화되어 이별을 선언하고 여행을 떠나는 흐름으로 가면서 킥킥거리며 읽게 되었네요.




주인공 김행아는 공연 기획자입니다. 원래 여자 친구가 있는 남자와 만나서 기대하고 기다렸지만 자신이 초라해져서 결국은 이별을 선언합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대로 아일랜드에 갈꺼라고 말합니다. 일에 아픔에 쫓기던 현실을 벗어나 정말 과감히 여행을 결심합니다.




행아에게는 태희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녀는 과격한 말투를 달고 살지만 사실 누구보다 행아를 걱정해주는 친구입니다. 간혹 그녀의 초현실적인 대사가 보는 사람으로하여금 웃음을 자아내는데 막상 당하는 입장이라면 싫고 긴장되긴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친구 태호는 유학을 끝내고 프랑스 여행 중이라고 합니다. 생일 선물 대신 편지를 보내달라고 강요하는 행아. 그렇게 두 사람의 여행 이야기가 교차됩니다.


 

사실 이 소설의 제목을 보고 예상할 때 서로 사귀는 커플이 등장하고 여자친구 홀로 여행길에 오르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처절할 정도로 외롭고 그러나 눈물만 흘리고 슬퍼하기 보다 자뭇 담담해보이는 모습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이것은 너무도 현실적으로 비춰집니다. 이별하고 몇 날 며칠 울 수 있는 여유로움 따위 만끽(?)하기도 쉽지는 않지요.




행아의 여행이야기는 참으로 공감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준비부터 감정 하나하나까지. 이것은 소설이지만 여행 에세이와 다를 것이 없을 정도로 여행의 많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태호를 통해 이야기되는 프랑스는 행아의 런던 & 아일랜드와 사뭇 대조적인 느낌에서 그려집니다. 태호의 이야기가 좀 더 능동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곳을 짚어가고 생각을 정리하는 여행이라면 행아의 이야기는 닥치는대로 순응해가는 즉흥적인 모습이 보입니다.




그러나 어느 쪽이 좋다거나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 쪽도 좋고 어느 쪽이라도 좋으니 역시 여행을 가고 싶다는 결론에 다다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행아와 태호는 만납니다. 이 소설의 제목은 마지막에서 이유가 알려집니다. 그들의 관계가 여전할지 달라질지 알 수 없지만 프랑스도 아일랜드도 아닌 네덜란드에서 두 사람은 또 다른 색깔의 여행을 경험하게 될 것을 기대하게 합니다.




이미나 작가의 책은 처음 접해봤는데 인기 많은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취향의 문제 때문에 읽지 않았으면 나만 손해였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도 웃고, 함께 아파하기도, 눈물짓기도 했습니다. 태희의 말처럼 여행은 정말 체력도, 돈도, 시간도 버리는 하등에 가치있는 것처럼 보여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모두 바꾸고서라도 여행을 떠나는 것은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태호와 함께 프랑스로, 행아와 함께 아일랜드로, 그리고 두 사람과 함께 네덜란드로 여행을 한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책 정보




내 여자친구는 여행 중


지은이 이미나


임프린트 걷는나무

발행처 (주)웅진씽크빅

초판 1쇄 발행 2010년 9월 12일

표지 일러스트 munge

본문 일러스트 민효인, 정우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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