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다 슈이치는 여성의 감성을 표현해내는데 탁월한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입니다. 어느 인터뷰를 보니 여자인 친구들의 상담 상대가 많이 되어 주었기 때문에 잘 알게 된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구요. 이번 소설은 11가지의 각기 다른 단편으로 이루어져있고 주로 남자의 관점에서 여자를 표현합니다. 그들에게 여자란 존재는 알 수 없기만 합니다. 그러나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왜 그런 이별을 맞게되는지 충분히 설명이 된다고 생각이 드는 이야기들입니다. 화자는 잘 모르는 것 같지만요.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에는 일관되게 불안한 감성이 이면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당장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실의 팽팽함 같은 아슬아슬한 느낌이랄까요. 이 소설에도 물론 일부 그런 느낌이 있지만 심하다 싶을 정도의 솔직한 내면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고 실로 요시다 슈이치 치고는 담백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써내려간 특징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요시다 슈이치적이지 않냐 물으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곱씹을 수록 남자들이 불안해질 것 같은 감성이랄까요. 1차적으로는 '난 상관없어' 담담해할 남자들이지만 2차적으로 비로소 이별을 실감하는 그런 의미에서의 두 번의 이별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장대비 속의 여자
많은 단편 중에서 이 단편이 가장 많은 여운을 주고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은 일종의 반전으로 그녀에 대해 완전히 다른 인상을 심어주니까요. 우연히 만나게된 그녀와 함께 살게 되었는데 그녀는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심지어 음식도 화자가 주기 전에는 먹지 않습니다. 그것이 못내 그는 반갑기도 합니다. 마치 한계를 시험해보듯 행동하지만 어느 날 그녀는 나가버립니다.
공중전화의 여자
공중전화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여자와 후에 알게되는데 그녀에게 몹쓸 짓을 합니다. 가장 최악인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기 파산의 여자
'샐러리맨 금융', '소비자 금융' (개인에게 해주는 소액 무담보 신용 대출, p. 45)에서 소소하게 돈을 빌리는 것과 함께 사는 여자와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에서 여자는 파산으로 몰아가게 하는 부분이 있다는 의미로 나오는 것 같은데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남자가 허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책임을 그녀에게 돌리는 것도 좀 이해가 안가더라구요.
죽이고 싶은 여자
이 이야기 속에서도 여자란 존재는 대를 이어 이해못할 존재로 그려집니다. 엄마가 어느 날 집을 나갔는데도 이 가족들은 변화가 없는 듯 보입니다. 여자 친구의 집에 가게 되고 여자 친구가 아닌 그녀의 아버지, 오빠와의 관계가 좋아졌을 때 그녀도 훌쩍 사라집니다. 그녀에게 자신이 죽이고 싶은 여자였을까요.
꿈속의 여자
우연히 만나서 재미삼아 뒤를 좇았던 한 여자를 사모하는 마음은 커져만 가고 스토커 같은 모습이 됩니다. 그러나 그 마음이 어느 순간 변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 입니다. 이 정도로 끝나서 다행인 걸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평일에 쉬는 여자
친구 소개로 만나 만남을 이어갔지만 예전 여자친구를 잊지 못합니다. 그녀가 연락이 오게되고 이 관계를 정리하려 합니다. 그녀는 좋아하진 않지만 앞으로 좋아질 것 같아서 만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그 자체로도 최악의 남자인 것 같지만 마지막 행동도 역시 그렇습니다.
울지 않는 여자
사소한 일에도, 남의 일에도 항상 우는 여자. 그녀와 사귀다가 비겁해지는 남자. 그리고 그녀는 울지 않습니다. 책임지지 않는 남자의 모습과 모성애에 관한 사회 문제들 또한 함께 뒤섞여 있습니다.
첫 번째 아내
이 소설 제목은 좀 상징적인 의미인데 결혼해서 살아갈 것을 상상했기 때문에 그 아이에게 '첫 번째 아내'라는 이름의 제목을 붙여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13살, 중 1인 소년, 소녀의 데이트 이야기인데 소년의 무신경한 말이 소녀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었을지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 입니다.
CF의 여자
일하는 곳의 오너는 전직 프로듀서로 영향력을 갖고 있어서 그 줄을 타려고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더러운 소문이 있는 곳입니다. 그러다가 CF를 찍게 되는 한 알바생과 친해지고 그녀에 대해서 생각하는 이야기입니다.
열한 번째 여자
이 소설을 읽고 나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과연 이 소설은 무슨 의미를 주고 싶어하는 것일까. 두 사람의 운명은 엉켜서 풀 수 없었다고 해야할까요. 무척이나 사랑했던 커플이 비극을 맞습니다. 그 책임은 여자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봐야할지 남자의 무능함과 관련이 있다고 봐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연예 잡지를 읽는 여자
눈여겨볼 곳도 없고 애인도 없어 보이는 여자. 그러나 사실 알고 보면 그녀에 대해서 다들 모를 뿐입니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화자는 자신의 아무것도 없음을 투영해내고 부끄러워하면서도 동경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는 그녀에 대해서 마지막 쯤은 그녀의 추측대로 해주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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