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야기하기 시작한 그는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들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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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여섯 개의 연작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입니다. 미우라 시온의 시간이라서 반가운 마음에 읽기 시작했지요. 미우라 시온은 매 소설마다 굉장히 다른 느낌으로 만들어내는 것 같아서 독특해요. 그나마 이런 류의 좀 어두워 인간의 내면을 좀 먹는 파괴적인 파급 효과 같은 부분이 있는 소설이 좀 비율이 큰 것 같기는 합니다. 검은 빛과 비슷한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소설은 제목 그대로 '한 남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단편입니다. 흥미롭게도 그 남자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만 등장하고 실제로는 나오지 않습니다. 처음 이야기에서 한 대학원생은 자신의 지도 교수의 집을 찾아갑니다. 그 교수를 누군가 고발하는 문서를 보낸 것에 대해서 부인이 한 것인가에 대해 의중을 떠보려고 방문합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상대 여성은 이 화자인 남자의 여자친구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여자들 또한 언급됩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인지, 범인은 누구인지 행방을 알 길이 없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부잣집에 데릴사위로 들어간 한 남자가 화자입니다. 그는 부인과 장인어른에게 휘둘리며 살아갑니다. 그러다가 부인의 외도에 대한 사실을 알게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여태껏 숨죽였던 주장을 펼치기 시작합니다.




다음은 그 남자의 아들이 주인공입니다. 자신과 다르게 공부를 너무도 좋아하는 아버지는 어느 날 집을 나갑니다. 그러면서 화자는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아버지'라는 이름 하에 처절하게 보여지는 잔인함 같은 무심함과 달리 그는 좋은 친구를 갖고 있습니다.




그 다음 이야기는 그 남자가 재혼해서 얻은 큰 딸을 조사하는 흥신소 직원이 주인공입니다. 그녀는 상당히 모범적인 삶을 살아가지만 어딘가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체 왜 그런 그녀를 조사하기를 바라는지 의중도 알 수 없습니다. 점점 그 가정의 실체가 밝혀집니다.





다음 이야기는 그 남자의 친딸의 남자가 화자입니다. 결혼을 앞두고 자신의 아버지가 재혼한 상대의 딸의 죽음을 조사해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그것과 별개로 이 화자의 과거 이야기도 어우러져서 진행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는 처음의 화자가 시간이 흘러 그 남자의 장례식에 가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예전에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보게 됩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위와 같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화자는 전부 남자이며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그 남자를 통해서 불행해진 면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히 파급효과를 거친 파멸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제대로 살아가기 위한 암묵적인 타협을 하면서 잘 살아가고자 하는 어른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 남자와 정을 통한 여자들은 비정상적인 면을 갖고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 앞에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식마저도 휘둘리게 하는 잔인함을 갖고 있는 그런 여자들입니다. 가정을 버리고 새로 결혼한 여자하고도 결국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바람피는 행동은 죽을 때까지 이어졌고, 두번째 부인은 평생을 자신의 남편을 지키고자 병적이 되었습니다.




그런 이상한 사람들을 지켜보는 한 단계 건너의 사람들. 그 시점이 이 소설의 화자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두 행복하게만 살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설령 그런 바람피는 이상한 사람과 엮여있지 않더라도 각자의 또 다른 고민들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이 화자들의 각각의 인생은 그런 이상한 사람들 같지는 않다는 점에서 조금의 위로가 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겁지만 생각해보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계몽적(?)인 소설은 당연히 아니기 때문에 좀 어린 분들에겐 너무 짙을 것 같습니다.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감으로 인해서 타인을 절망에 빠트리는 행위가 어떠한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어른용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쓴 소설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미를' 같은 소설을 더 바라게 되네요. '월어'나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정도의 어두운 면만 해도 좋을텐데 말이지요.


 

 

 








책 정보




Watashi Ga Katari Hajimeta Kare Wa by Miura Shion (2004)


내가 이야기하기 시작한 그는

지은이 미우라 시온


펴낸곳 도서출판 들녘

초판 1쇄 발행 2010년 7월 30일


옮긴이 권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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