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의 얇은 책. 나온지 좀 된 책인데 저는 구입한지 얼마 안되었어요. 1998년 로보우노이시 문학상을 받은 책이라는데 그렇게 유명하진 않은 것 같아요.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느낌의 소설입니다. '누구나 잃어가는 희망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붙어있습니다.
혼자 사는 남자가 화자입니다. 그는 여자친구가 있고 잘 안맞아보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 한마리가 그의 집에 불시착합니다. 새는 교회를 가야하는데 가는 길을 알면 안내를 해달라고 합니다. 새와 대화하는 것이 전혀 무리가 없는 설정입니다. 혹시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일일까 고민해봤지만, 거기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네요.
그는 예전에도 한 새와 동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그렇습니다. 새가 먹는 모이보다 아이스크림을 사랑하는 작은 새. 잔잔한 그의 일상과 새로 찾아온 불청객과의 동거 생활이 이어집니다.
쿨한 것 같기도 하고 시크한 것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살만큼 인생을 살아온 아저씨같은 면도 있는 이 새는, 안어울리게 귀엽게도 그의 여자친구가 오면 사진첩을 밀어 넘어뜨리는 시위를 하면서 자신에게 집중되지 않는 관심에 무언의 항의를 합니다.
처음엔 여자친구와 잘 맞지 않아보이던 그의 이야기를 계속 따라가다 보면 단지 안맞는 부분을 언급한 것이고 사실 여자친구와 잘 만나고 있는 일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뭇 제멋대로인 그 여자친구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주장이 강한 작은 새 한마리. 이렇게 세 사람의 관계는 위태위태 한 것처럼 소소하고 재미있게 이어져가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이 작은 새는 자신의 길을 가겠지만, 세 사람은 참 행복해 보이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누구나 잃어가는 희망'은 대체 무엇인지 전 잘 모르겠더라구요. 누군가와 함께 하는 그런 행복감일까요? 그래도 건방지지만 귀여운 작은 새와의 이야기는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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