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6회 아쿠타가와 상 후보작으로 노미네이트 되었던 이 작품은 같은 상을 받았던 이토야마 아키코, 요시다 슈이치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소소한 이야기라는 점이 그렇습니다. 인터넷 서점 홍보 문구를 보면 이 소설이 연애 소설처럼 소개되고 원나잇 스탠드를 통해 연인이 되는 그런 류의 상상을 하기 쉽게 되어있습니다. 연애 소설이 아니라고 볼 수 없지만 선입견을 주는 스타일 같은 소설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 다른 설명 부분을 봤기에 다행히 이 책을 선택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 우타는 5년 동안 근무하던 회사가 망하는 바람에 자주 점심을 먹었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됩니다. '슈거 큐브'라는 작은 양식당은 주인도 좋은 사람이고 단골들과의 교류도 좋은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미팅 후부터입니다.
우타의 좋지 못한 남자 고르는 취향 덕분에 상처를 받고 우연히 미팅을 나가게 되었지만 이 미팅에 나온 사람들이 너무 이상합니다. 그래서 그 기분을 떨치기 위해 클럽으로 가게 됩니다. 거기서 지인의 지인쯤 되는 료타로를 다시 만납니다.
둘은 술이 많이 취해서 즐겁게 대화하고 사귀기로 했지만 둘 다 다음 날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함께 밤을 보낸 것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어느 한 쪽이 용감하게 프로포즈하는 장면도 나오지 않습니다.
이런 드라마틱하지 못한 연애 이야기는 미적지근하고 이야기의 중심은 좀 더 우타의 내면에 있습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오사카인데 우타는 오사카를 너무 좋아합니다. 오사카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은 오사카 출신이 아닙니다. 자신이 나고 자라온 이 거리를 너무 궁금해해서 옛날 사진 모으는 것이 취미입니다.
우타가 헤어졌던 남자가 잠시 오사카에 머뭅니다. 여자친구가 있으면서 우타와 사귀고 결국 그녀와 결혼했으면서도 또 이렇게 잠시 만나고 싶어하는 나쁜 남자입니다. 우타는 그를 잊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그에게 달려가진 않습니다.
옛 오사카 거리를 보면서 료타로는 자신은 몰랐지만 이곳에 부모님이 살아계셨을 거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 부분을 통해서 '우타'라는 인물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는데요. 그녀가 오사카의 옛사진을 좋아하는 것은 어떤 자신의 뿌리를 자신의 터전에서 찾고 싶어하는 열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은 지금 살고 있는 이 곳이 자신이 몰랐던 시절도 있었다는 것을 궁금해하고 그 거리가 여러 사람들의 모습들이 쌓여가면서 현재까지 다달았다는 그런 과정들 속에서 그녀는 좀 더 강한 유대감을 갖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추구했던 것은 상대의 구속을 통한 유대감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에게 더 끌렸고 연애들이 순탄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료타로는 무리하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있는 그대로의 우타를 이해하고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녀가 옛남자친구를 다시 만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서로에 대해서 잘 안다고 할 수 없을만큼 거리감이 있는 관계이지만 그것 하나만으로도 강한 유대감을 갖고 있는 두 사람 같아 보입니다.
확실히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할 정도의 글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녀가 사랑하는 오사카의 거리를 꼭 되짚어보면서 걸어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교토에 모리미 토미히코가 있다면 오사카에는 시바사키 토모카가 있다는 인식이 뇌리에 박히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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