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얽힌 다섯 사람의 이야기인 단편집입니다.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 속에 우연히 만나게 되는 어린 형제 둘의 이야기가 공통적으로 등장합니다. 각 다른 사람이고 각 다른 이야기지요. 요시다 슈이치 특유의 스타일이 잘 묻어나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지만 각 이야기들이 획일적이지 않고 다양한 얘기라 지루하지 않구요. 그렇게 길지 않아서 단숨에 읽어내릴 수 있어 좋습니다.
요시다 슈이치는 인생의 한 단면을 뚝 떼어내서 표현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고 잘 사용합니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위한 소설이라기 보다는 실화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물론 소설같은 느낌의 '이야기'의 형태들도 있긴 합니다.
실화 같은 느낌이라는 표현이 무엇이냐하면, 소설에서는 '이야기'를 하기 위한 소재들이 등장하는데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들에서는 정말 지금 현실이 진행되는 것처럼, 간혹은 '이 부분이 굳이 있어야할까' 라는 의문이 드는 세세한 묘사들이 있습니다. 처음엔 이런 묘사가 대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고민도 해봤지만 제 나름의 결론은 현실감을 주는 디테일한 표현 정도로 내리고 있습니다.
일요일의 운세
여자운이 없는 한 남자, 다바타가 있습니다. 여자친구 때문에 생각지도 않았던 대학을 혼자 가게 되고, 회사를 다니며 사귄 여자 때문에 도피를 감행하지만 그녀는 도망가버리고 결국 다 잃어버립니다. 다음 회사에서 만난 여자 때문에 도쿄로 다시 돌아오지만 그녀와도 헤어집니다. 그리고 또 지금의 여자와 헤어짐의 기로에 있습니다.
다들 그에게 어중간하게 살았다고 중간에 포기하지 말라고 지탄하지만 그도 도중에 포기하지 않은 일을 생각해냅니다. 형제인 두 꼬마 아이의 엄마 집을 찾아 준 일. 그래서 운이 없다고 생각했던 그 감각이 조금은 변화합니다.
일요일의 엘리베이터
혼자 사는 남자 와타나베는 지금 실업자 입니다. 오랫동안 자취생활을 해왔지만 계속 음식을 해먹지 않다가 언젠가부터 스스로 해먹고 있습니다. 그렇게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쓰레기를 버리는 일요일. 생각해보면 그 습관도 전여자친구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과거를 회상합니다. 주로 그 여자친구와의 일입니다. 해운회사, 이삿짐센터, 토목건축회사 등에서 일을 했지만 성실하지 않습니다. 여자친구는 의사에 무척 성실합니다.
여러 다른 모습의 여자친구와의 갈등들 혹은 무난한 상황들 회상의 연속입니다. 이 이야기 속의 꼬마 형제는 와타나베에게 초콜릿과 타코야키를 받아 먹습니다. 와타나베는 사람이 먹는 모습을 정말 싫어했는데 이 아이들의 모습이 불쾌해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일요일의 피해자
주인공은 나츠키입니다. 친구 치카게가 강도를 당한 이야기를 전화로 듣습니다. 다행히 강간은 당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나츠키는 너무 무서워 남자친구 집으로 찾아갑니다. 그러면서 예전 일을 회상합니다. 치카게, 아야와 함께 여행을 갔다가 심하게 다툰 일. 그래서 화를 내며 돌아오는 길에 자신들의 자리에 앉아있던 꼬마형제와 만납니다. 이들의 만남은 유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비극으로 마무리 됩니다. 비극일 것 같았는데 좀 다른 부분에서 추측을 해봤지만 다른 결말이었네요. 첫 번째 이야기는 좋은 결말, 두 번째는 좋지는 않지만 나쁘지도 않은 그저 그런 결말, 그리고 이번은 비극적 결말이네요.
일요일의 남자들
도쿄에 있는 게이고에게 아버지가 올라오셨습니다. 워낙 시끄러운 곳을 싫어하는 아버지인데 명소를 구경시켜달라고 해서 게이고는 긴장합니다. 몇년 전 초밥집에 데려갔던 꼬마 형제를 떠올립니다. 잘 맞지 않지만 그래도 가족이구나 라고 느껴지는 일화들이 언급됩니다. 한 여자를 그리워하며 사는 두 남자의 이야기.
일요일들
이사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 성공 하고 싶어서 도쿄에 상경했지만 15년간 상처만 입고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동거하는 남자친구에게 학대 당하면서 가게된 상담 센터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거기서 꼬마 형제를 만나게 되는데 이 아이들의 결말도 이 이야기 안에 등장합니다. 아픔으로 얼룩진 이야기지만, 그대로 결말을 맺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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