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원숭이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서평




이사카 코타로의 신간이 나왔네요. 2009년에 쓴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기존의 '이사카 코타로 월드'의 느낌이 있긴 한데, 좀 독특한 색다름도 섞여 있습니다. 역자 후기를 보니 실제 일어난 증권사의 오발주 사건에서 착안했고 만화가 이가라시 다이스케와 공동 기획으로 탄생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완전 동떨어진 것 같은 두 이야기가 번갈아서 진행됩니다. 주인공 엔도 지로는 대형 가전 마트 에어컨 판매원인데 이탈리아 유학 시절에 잠시 배운 악마 퇴치를 하고 있습니다. 직업이라기엔 그렇고 남들을 도와줘야한다는 강박증 같은 것이 있습니다. 옆집 누나의 아들이 히키코모리가 되어 그것을 도와주는 이야기가 '내 이야기'입니다.




그 다음 이야기는 '원숭이 이야기'로 원숭이가 화자가 되어 '이가라시 마코토'라는 사람의 생활을 설명하고 끼어듭니다. 그는 시스템 개발 회사에서 품질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데 굉장히 그 일에 잘 어울리는 성격입니다. '논리'를 가장 중시해서 심지어는 시골에서 받은 야채도 버리자는 남편입니다. 우리 가족은 다 먹을 수 없고 그렇다고 다른 집에 나눠주는 것은 폐가 되니 썩혀서 버릴바엔 지금 버려야한다고 합니다. 물론 이혼 당했습니다.




엔도 지로는 헨미 누나의 아들 마사토를 도와주려 하지만, 제대로 진전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한편 이가라시 마코토의 조사는 이렇습니다. 주식 매도를 할 때 한 주에 50만 엔이라고 넣어야하는데 50만 주에 1엔이라고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300억엔 손해를 보게 된 회사에 사용된 프로그램이 버그가 있는 것인지 조사하기 위해 파견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좀 더 그 일의 원인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두 이야기는 나중에 만나게 됩니다. 이사카 코타로의 다른 소설들이 그러했듯이 말입니다. 예언 같은 이야기도 나오고 엑소시즘이나 심리학도 등장하지만 그런 것들은 그다지 의미가 없습니다. 어느 책은 백과사전식의 사실적인 근거들이 등장한다면 이 소설 속의 내용들은 일반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들이 모여서 '그럴까? 그런가? 그런가보다'라는 패턴을 갖는 것 같습니다.


 

소설에서 등장했던 예언은 100% 맞아줘야 으스스한 기분도 들고 그럴텐데 이 이야기는 예언이라기 보단 추리였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교묘하게 연결되어 추리를 통한 예언처럼 사건들이 진행되어 왔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그리고 결국 누군가를 도와주게 됩니다.




이러한 형태는 기존 이사카 코타로 소설 속에서도 종종 등장해 왔습니다. 그의 데뷔작 '오듀본의 기도'에서 부터 지속적으로 누군가를 돕는 것, 그리고 그들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한 행동, 한 행동들이 모여서 이어지게 됩니다. 이번에는 '서유기'라는 소재를 가지고 조금은 판타지적인 상황도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그저 착시였나?'라는 대수롭지 않은 일 정도로 지나갑니다.




분명 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닌데 소설 속 캐릭터들의 이런 분위기들이 되려 너무 현실적인 것은 아닐까란 아이러니한 느낌도 받게 됩니다. 흔히 어느 작가의 소설을 쭉 읽다보면 '난 이 소설이 최고'라는 더 맘이 가는 책이 있기 마련인데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은 한 작품 한 작품마다 상당히 그 자체의 특성을 갖고 있어서 꼽기 좀 곤란한 면도 있습니다.


 

원숭이 덕분에 인간 세상과 좀 동떨어진 듯한 분위기는 '사신 치바'를 생각나게 하고, 잔인한 캐릭터의 등장은 '중력 삐에로'를, 여러 사람들이 모여 복작거리는 것은 '오듀본의 기도'를, 가벼운 캐릭터가 결국 도움이 된다는 부분은 '러시 라이프'와 '피쉬스토리'의 그 인물을 떠올리게 하네요. 그리고 기본적인 스토리는 - 누군가를 돕는다는 - '마왕'과 '모던 타임스'를 생각나게 합니다. 이가라시 마코토의 일면은 '명랑한 갱~'을 떠올리게 하구요. 그런데도 참 다른 소설이 되니 더 재밌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속 좋은 글




SOS NO SARU by Kotaro Isaka (2009)

랜덤하우스코리아(주)

1판 1쇄 인쇄 2010년 7월 16일

1판 1쇄 발행 2010년 7월 23일

민경욱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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