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구치-시라토리 콤비의 외전격인 '나전미궁'. 국내에서는 순서가 좀 늦게 출시되었는데 실제로는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다음에 출간했다고 하더라구요.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제너럴 루주의 개선'에서 언급되었던 '사쿠라노미야 병원' 이야기입니다. 앞의 두 권에서 시라토리가 얼음공주 히메미야를 잠입시켰다고 언급을 해서 정말 궁금했던 버전이지요.
이 '나전미궁'에서 시라토리는 조금 등장하는데 많지는 않구요. 다구치는 아주 잠깐 나옵니다. 그래서 외전격이라고 하나봅니다. 주인공은 덴마 다이키치입니다. 이름 자체가 행운의 의미를 가득 지닌 이 의대생은 실은 낙제를 거듭하고 항상 놀면서 마작이나 두는 빈둥거리는 문제 학생입니다. 소꿉친구 요코로부터 부탁 아닌 협박을 받아서 어쩔 수 없이 '사쿠라노미야 병원'에 스파이로 잠입합니다.
그런데 역시 이름탓인지 불운의 연속입니다. 항상 시라토리가 불평했던 히메미야의 실수 연발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덴마. 결국 이 병원에 입원하고 맙니다. 병원은 독특하게도 환자들이 아르바이트를 한달까 재활에 동참하는데 실상 이들은 시한부 인생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멀쩡했던 사람을 3층으로 옮기고 하루만에 죽습니다. 죽음은 그렇게 동일하게 반복적으로 찾아오지 않는 법이라 이상합니다. 덴마는 요코에 의해서 조사받은 일 이외에 별개로 이 병원의 이상한 점들을 느낍니다. 그러나 작가가 항상 주인공 캐릭터는 똑똑하지만 실상 눈치가 없고 제대로 문제를 파악해놓고도 정답을 찝어내지 못하는 부분은 다구치 때랑 같습니다.
다구치는 시라토리를 보면서 그렇게 불평을 속으로 해댔지만 덴마의 시각은 조금 다른 점이 재밌습니다. 그러나 역시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만큼 후속작들이 못하다는 점은 역시 '나전미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책인지 기억은 안나는데 역자가 가이도 다케루의 소설은 추리물이 아니라 단순히 의학 엔터테인먼트 정도의 소설로 봐달라고 했던 이야기처럼 정통 추리물에 속하지는 않고 설정도 괜찮고 글도 재밌긴 한데 뭔가 부족한 면이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지울 수가 없네요.
저는 일본에서 드라마화된 것을 먼저 보고 소설을 읽었습니다. 그래서 흥미가 많아졌는데 반대로 책을 먼저 읽었다면 이렇게 지속적으로 이 시리즈에 애착을 갖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의료계의 문제라던가 '사쿠라노미야 병원'이 담당하고 있는 종말기 의료, 사체 해부와 검안 같은 문제들 같은 부분들은 분명 생각해보게되는 면이 있습니다. 마지막 부분을 보면 이 소설이 역시 계속 될 것이라는 암시를 줘서 또 기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현직 의사가 소설가로, 게다가 자신의 전문 분야를 가지고 활동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현실감있고 재밌게 보게됩니다. 이 작가의 스타일에 대해서 이러니 저러니 해도 다구치와 시라토리 콤비의 이야기가 다시 재계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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