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서평에 스포일러는 없음을 밝힙니다. 이 소설은 2007년 제 7 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2006년에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은 후보에 그쳤지만 확실히 수상작의 저력은 남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과 마찬가지로 화자는 소년입니다. 패턴은 비슷한 편이지만 조금 다른 분위기를 가집니다.
주인공 오스케는 엄마를 잃습니다. 그리고 엄마 친구인 아줌마를 대면했을 때 환영이 보이면서 자꾸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부모님끼리 친구인데 전부 의대 재학 시절에 만난 사이입니다. 아버지끼리 어머니끼리 친구이며 자식들끼리도 같은 학년입니다. 아버지는 신경외과 의사로 병원에서 근무하고 친구 쪽 미즈시마는 대학에 남아서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신의학이나 약에 관한 언급들이 종종 나옵니다.
등장인물은 다섯 사람으로 각자의 시각에서 번갈아가면서 이야기가 써집니다. 숨기고 있는 일들을 언뜻 비추기 때문에 누가 범인일 것인가에 대한 추리를 하게 만들지만 전통적인 추리물의 방식을 따르지 않는 작가 덕분에 이번에도 무참히 틀렸습니다. '해바라기가~' 이후에 불만의 평들이 많아서 이번에는 조금 따스한 이야기로 선회한 것 같습니다.
'해바라기가~'에서는 무지한 아이인 것처럼 나오지만 어느 순간 돌변하여 똑똑한 척 하는 괴리감 덕분에 조금 매끄럽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 책의 아이는 - 역시 비슷한 패턴이긴 합니다만 - 꽤 그럴듯한 느낌으로 매끄럽게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추리를 한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작가가 독자를 보기좋게 속이는 방식은 좀 더 발전된 느낌을 줍니다. 오스케 아버지의 이상한 점, 미즈시마의 분노, 피해자 아키, 그리고 메구미의 이야기가 소설의 쟁점입니다. 뻔한 추리를 주면서 이 작가가 실은 다른 면으로 속일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한번 더 꼬아놨달까요. 속인달까요. 단순하지 않은 결말에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가는 추리물을 더 좋아하는 제게도 재밌게 읽게 썼습니다.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부분의 장점은 비극적인 상황이나 사건을 좀 덜 충격적으로 느껴지게 한다는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단점은 조금 가볍게 그려진 것 같은 인상을 받습니다. 물론 그렇게만은 볼 수 없을 것 같기도 한데 극의 흐름이 좀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재밌게 봤기 때문에 별 3개에 조금 괜찮은 결말이라 한개 더한 4개를 매겼지만 2% 부족한 느낌이 든달까요. 4개에 조금 못미치지만 3개 반쯤 보다는 조금 더 낫다는 감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