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마리 아저씨
아리카와 히로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애니매이션 '도서관 전쟁'을 보면서 전투물인데 도서관에 관한 것이나
로맨스는 꼭 여성스러운 뭔가가 있다고 해서 찾아보니 여성 작가로 원래
소설이 원작이더라구요. 그래서 알게 된 작가입니다. 남성적인 소재들
만을 가지고 글을 쓰는 느낌인데 묘하게 여성스러움이 섞여 있고, 잔잔하
고 감칠나게 이야기를 잘 이끌어가서 좋아하는 작가 입니다. 이번에
신간 목록을 뒤적이다가 반가운 이름이 있어서 보게 되었지요.

좋아하는 작가라면 제목은 사실 우선순위로 두지 않게 되는데 막상 책을
앞에 두고 보니 참 신기한 어감이었습니다. 인구 20만 정도가 살고 있는
소도시에서 기요카즈는 대대로 내려오는 검도장을 운영했습니다. 그러나
문하생도 이제는 없고, 다니던 회사도 정년퇴직해서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철없는 아들 부부와 착실치 않은 손자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알뜰한 부인
이 그나마 위로가 됩니다. 촉탁으로 은퇴 후에 동네 게임 센터에서 아르바
이트 같은 식으로 일은 내정되어있지만 아끼지 않으면 살기가 넉넉치는
않습니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는 지루할법한 할아버지 이야기인가 했더니, 슬슬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기요카즈는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
둘이 더 있는데 한명은 동네 '술 취한 고래'라는 선술집을 운영하는
시게오와 공장을 운영하는 노리오입니다.

시게오는 착실한 아들 내외와 어린 손녀와 함께 삽니다. 빨리 아들 부부
에게 선술집을 물려줬습니다. 그리고 노리오는 늦은 나이에 본 딸이
아직 고등학생이고, 부인은 아이를 낳으면서 죽었습니다.

기요카즈는 우연한 계기에 일하는 곳에서 사건을 해결합니다. 그리고
손자 유키가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이 기회를 통해서 좀 가까워
집니다. 그는 검도를 계속 해왔기 때문에 나이에 비해서 건강하고,
시게오는 유도를 해온데다가 체격도 좋습니다. 노리오는 그렇지는 않
지만 이상한 장비들을 지니고 다니는 수수께끼의 인물입니다.

그래서 셋은 일어나는 범죄에 대항해서 마을을 지키는데 마음을 모읍
니다. 할아버지라는 호칭을 싫어하고 아직 아저씨이고 싶은 60살
노인들. 그들의 활약은 정말 멋있습니다. 단순히 싸움만 잘하는 아저
씨들이 아니라 사전 계획도 세우고 도덕적이고 인정 넘치는 모습이
더 그렇습니다. 거기에 감초 역할로 어둠의 세계에 있을 법한 노리오
라는 인물이 꺼내는 각양각색의 도구들이 재미를 더해줍니다.

그리고 간간히 손자의 로맨스도 등장해서 풋풋함도 좋고, 점점 할아
버지와 친해지는 모습도 흥미롭습니다. 저는 이런 작은 마을에서 일어
나는 일들, 그리고 살짝 추리적 요소가 가미된 이야기를 참 좋아합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은 늘어지거나 지루해지기 쉽기 때문에 단숨에
읽을 정도로 매력을 가진 소설은 꼽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책도 과감히 별 다섯개를 매겨보지만, 혹시 나만 그렇게 극찬하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들지만 역시 재밌게 봤습니다. 이 작가의 캐릭
터 설정도 그렇고, 이야기를 이끌고 나가는 분위기나 깔끔함, 로맨스
의 풋풋함이 전부 잘 어우러져서 이 마을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
이 들었습니다.



Sannbiki no Ossan by Hiro Arikawa (2009)
(주)살림출판사
초판 1쇄 2010년 5월 10일
오근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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