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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팔경
츠츠이 야스다카 지음, 이상희 옮김 / 동춘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파프리카로 유명한 츠츠이 야스다카의 책은 이 책으로 처음 읽어봤습니다.
워낙 그쪽 장르를 별로 선호하지 않아서 꺼려왔는데 이 책은 노란 표지가
그다지 SF적으로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일단 제 취향은 아님을 우선 밝혀둡니다.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볼 수 있는 '정신감응 능력자' 나나세가 주인공입니다.
자신의 이런 능력때문에 한곳에서 머물러 살 수 없고 - 알려질까봐 -
입주 가정부 노릇을 하면서 이집 저집을 전전해 다닙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사는 모습과 내면을 그리는 것이 이 책의 특징입니다.
작가의 문체는 꽤 깔끔하면서도 종종 전문용어들이 등장하는 면이
연구를 많이 한건지 원래 그런 타입인건지 쉬운 단어들로만 나열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내용 자체도 그래서 어른을 위한 소설 쯤으로
생각이 됩니다. 여덟 집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이야기들 속의
행복한 가정 따위란 없기에 너무 허망하고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무풍지대
겉으로 평온해보이지만 사실 서로 헐뜯고 무시하는 4인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나나세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다른 집으로 옮겨가지만 소개장에는 그 내용이
없어서 안도를 합니다. 어린 나이의 나나세이지만 어떻게 살아가야할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침전물의 주박
이 이야기는 13명의 가족으로 구성된 집으로 가면서 느끼는 것입니다.
가족이 많다보니 기본적으로 지저분하고 이상한 냄새가 납니다. 가족들은
그것을 모르고 있었던 건지 익숙해져서 살고 있는지 나나세는 괴롭습니다.
나나세가 청소를 하면서 이 가족은 점점 자신이 더럽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도리어 나나세를 싫어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 집에서 있을 수가 없습니다.
청춘 찬가
멋있는 부인이 있는 집으로 가게된 나나세는 그 사람에 대해 강한 인상을
받고 관찰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는 어떻게든지 젊어지려고 노력하는
그러나 어떤 일로 인해 정신이 부서져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맙니다. 남편은
순수히 부인의 선택을 슬퍼하거나 그러지 않고 학문적으로 결론에 도출
하려는 무모한 생각을 지속적으로 합니다.
수밀도
이 이야기는 참 싫고 그래서 노코멘트.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자기
합리화가 참 싫습니다.
홍련보살
교수가 된 남편은 부인을 무시하면서 바람을 피웁니다. 그러나 부인은
계속 모른척할 것인지에 대해 알면서도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나나세의 아버지의 능력을 조사한 적이 있다는걸 기억해내고 나나세에게
집요하게 굽니다. 부인은 가정부를 건드렸다고 오해하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잔디는 초록
그나마 가장 행복한 결말이 났던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 부부는
서로 각각 옆집 부부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결국 사이가 좋아집니다.
일요화가
어린 나나세가 처음으로 동경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 이야기인데 별로
행복한 결말은 되지 못한 채, 사람의 어떤 추악한 면만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나 나나세는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 치부하지는 않습니다.
망모갈앙
심한 마마보이가 엄마를 잃은 장례식. 그러나 실은 엄청 무서운 이야기
입니다.
이 이야기들을 다 읽고 나면 작가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것인가 라는
생각조차 하게 됩니다. 무겁고 인간의 추악한 본성 같은 것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는 그런 소설입니다.
Kazoku Hakkei by Yasutaka Tsutsui 1972
동춘 출판사
2008년 4월 4일 초판인쇄
2008 년 4월 7일 초판발행
이상희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