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도 생각할 수 없어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가타와 시마자키 콤비의 탐정 놀이. '오늘 밤은 잠들 수 없어'의 후속편입니다.
국내에서는 신간이지만 95년에 출간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보통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가 주는 인상이 강해서 두 번째 부터는 조금 탄력을 잃는 느낌이
들기 마련인데 미야베 미유키는 확실히 평범한 작가는 아닌 것 같습니다.

'누군가', '이름없는 독'이 그랬듯이 두 번째 이야기에서 더 깊어지고 더 심각해
집니다. 그래서 역시 이 시리즈도 이 작품이 더 완성도가 높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학생 주인공이 이끌어가는 작품이다보니 꽤 단순한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치고는 인생은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역설하듯 첫 번째 이야기의 내용 또한
애들용 이야기는 아니었지요. 이번에도 그렇습니다. 이번엔 아이들이 주인공이지만
평범하지않은, 기분 좋지 않은 전말이 숨겨있는 소설입니다.

오가타는 '구도'라는 여자아이를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친구인 시마자키가
똑똑하다보니 언제나 비교대상이 된다던가 자신은 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의기소침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힘을 내서 구도를 만나러 벌레 우는 소리 듣는
모임에 찾아갑니다.

거기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람은 바로 구도였습니다. 그러나 구도가 아닌
구도와 많이 닮은 사촌언니였습니다. 오가타는 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려고
조사를 하게되고, 그러면서 구도와도 많이 친해지고 데이트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전작에서 나왔던 시마자키와의 콤비 이야기가 아니라 도리어 시마자키는
오가타를 피하는 것만 같습니다.

이런 패턴이 첫 번째 이야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턴으로 써나갔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중학생에게 인간 관계란 그런 면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죽은 그 구도의
사촌언니인 모리타 아키코. 그녀의 인생을 조사하다가 추악한 면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람이 악해지는 것은 단순히 집안 환경만의 문제는 아닐껍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왔더라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어떤 사람은 날 때부터 악하다는 것도 지지하고 싶지 않습니다.
단지 그녀는 자신의 불행을 이겨내지 못하고 잠식당했다고 믿고 싶습니다.
미스터리 소설에서는 꼭 불행한 사람이 등장합니다. 그것은 당한 피해자가
그렇기도 하지만 가해자 또한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모방범에서도, 파이어 크로스에서도 나왔듯이 가해자의 가족이 무조껀 가해자는
아니며 피해자의 가족이 무조껀 피해자는 아닙니다. 그들은 모두 한 사건을 통해서
함께 고통 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고통에 직면하지 못하고 책임 전가를
하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문제를 다시 낳게됩니다. 모방범에서의 문제와는 좀
다른 형태를 갖고 그려지고 있지만요.

이 소설은 사랑으로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다는 연애 소설은 아닙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글들이 그래왔듯이 그의 소설 속에는 중심부에 강한
도덕적 규칙이 정당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추악한
인물상이 등장해도 그의 소설이 추악한 소설이라고 느껴지지는 않는 것 같고
또 누구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추리 소설의 특성상 내용을 밝히면 흥미가 반감되기 때문에 도입부 약간의
이야기만 밝혀서 조금 희미한 서평이 된 것 같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추리
소설은 읽는 사람이 도달해야할 결론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닌가 싶어서
글을 아낍니다.

그들은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한 단계 성장을 했습니다. 인간의 본성을 보게 되었고
세상의 추악한 직업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런 것을 지탱해나가는
것은 악이나 추한 어떤 것이 아닌, 그저 외로움이었다는 것도 큰 충격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평범하고 조용한 일상이라는 것은 어쩌면 가족이 주는 튼튼한 유대감 덕분에
가능하다는 것을 역설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번 이야기보다 더 깊어졌기에
별 하나 더 매긴 4개로 평가해봅니다.




Yume nimo Omowanai by Miyabe Miyuki (1995)
도서출판 황매
1판 1쇄 발행 2010년 6월 10일
김해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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