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대작가입니다. 그의 희곡은 모든 시대에서 극찬 받아왔고, 소위 문학에 관심이 있다는 사람이라면 셰익스피어에 심취한 때도 있고 연극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극을 연기하는 것이 꿈이기도 할 것 입니다. 아무리 관심이 없어도 집에 한권 쯤은 셰익스피어의 희곡이 있는 대작가. 저 또한 관심은 없었지만 집에는 책이 있더라구요. 이번에 마음 먹고 읽어봐야겠다고 해서 '오셀로'를 먼저 들었습니다. 워낙 셰익스피어 희곡들은 유명해서 대충 줄거리는 알려져있고 오셀로도 그러하지요. 게임도 있듯이 흑백으로 뒤집는 단순한 사내. 이 희곡의 원래 제목은 '베니스의 무어인 오셀로의 비극'이라고 합니다. 무어인은 인종의 지칭은 아니고 아라비아인, 베르베르인, 흑인의 혼혈을 지칭하는데 북아프리카에 출현했다고 하지만 흑인보다는 아랍 요소가 강하고 이슬람교도에게도 적용된다고 합니다. 여기에서의 오셀로도 이슬람 종교를 가진 투르크쪽 사내입니다. 쓰여진 것은 1604년이고 배경은 베니스(베네치아)로부터 시작됩니다. 이미 오셀로와 데스데모나는 결혼을 한 것으로 나옵니다. 데스데모나는 이탈리아인으로 백인이고 베니스의 귀족가문 딸입니다. 그녀는 오셀로의 큰 세계에서 벌이는 전투 이야기들을 듣고 그에게 반합니다. 그래서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결혼을 합니다. 한편 이 극의 두 사람보다 더 중요한 인물이 '이야고'인데 그는 오셀로에게 거짓된 이야기들로 부인을 질투하게 만들어 파국으로 밀어넣는 장본인입니다. 그의 이런 간교한 행태는 자신의 신분으로 부터 발생합니다. 자신보다 똑똑치 못한 자들이 단지 집안 덕분에 좋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이 못마땅합니다. 그는 처음엔 단순히 흥미꺼리와 비뚫어진 마음에서 오셀로에게 속삭이지만, 그의 간사함과 계략은 정말 대단합니다. 그 지혜를 공국을 위해 사용했으면 얼마나 발전적이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이 희곡에 대해 평가할 때 오셀로란 인물은 줏대없이 누군가의 말에 흔들려 자신의 사랑을 신뢰하지 못하고 마음을 뒤집는 인물로 평가되지만, 그가 바보같아서 이야고에게 흔들린 것이 아니라 그만큼 이야고라는 인물이 대단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배우라면 오셀로나 데스데모나보다도 이 이야고의 배역이 가장 탐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 희곡에 대한 연구들에게 '이야고'란 인물을 연극으로 세울 때 간사해보일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그만큼 극의 흐름이 그가 순진하고 착한 사람인 모습 속에서도 충분히 그 간사함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누구보다도 당당했지만 데스데모나의 사랑을 믿지 못하고 자신이 되려 신분의 늪에 빠져서 그녀의 사랑을 불신한 불쌍한 오셀로와 그저 남편의 부하를 도와주고자하는 마음 밖에 없었는데 너무 아름다워 남자들의 계략에 흔들리는 도구가 되었던 데스데모나. 그리고 이 둘을 마치 자신의 인형 다루듯 마음대로 휘두른 간사한 오셀로. 이 진흙탕 속 이야기가 어쩜 셰익스피어의 글에서는 이토록 대단해보이는지, 그가 대가라는 이야기를 듣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3 1판 26쇄 2009년 8월 11일 최종철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