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의 규칙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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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의 짧은 단편과 프롤로그, 에필로그, 명탐정의 최후라는
15개의 짧은 글로 엮어진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명탐정의 규칙.

그러나 이 책은 작가의 최신간은 아니고 1996년에 출간했던
책이라고 합니다. 당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 3위,
'주간문춘 걸작 미스터리 베스트 10'에 8위로 올랐다고 합니다.

우선 이 소설은 제 취향이 아님을 밝혀둡니다. 그래서 별 2개.
구성면이나 독특함으로 치면 정말 탁월하긴 합니다만
그 이외엔 썰렁한 소설입니다.

만화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만화가가 작품에 직접 개입한다거나
캐릭터들이 만화가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그런 식의 소설입니다.

주인공은 명탐정 보다는 명탐정을 돋보이게 해주어야할
조금은 멍청한 것 같은 무능한 경감 오가와라 반조입니다.
화자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은 그러한 캐릭터를 맡은 오가와라 반조의 소설 이외의
면에 대해서도 쓰고 있습니다. 쉽게 써보자면, 드라마라고 가정
해보도록 합니다. 드라마에서 '오가와라 반조'라는 무능한
경찰 역을 맡은 인물이 있습니다. 이 인물은  '오가와라 반조'
를 연기하면서 동시에 자아를 갖고 있는 사람으로써 신랄하게
이 작품에 대해서 비판을 하는 것이지요.

그런 구성 자체는 독특하긴 한데, 이 소설의 분위기가 참 썰렁
하는 점에서 흥미를 좀 잃게 합니다. 물론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자체에 빠져들어 읽게 하는 점은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있긴 합니다만,
정통 추리물보다 흥미가 떨어지는 점은 명확히 해두고 싶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많이 읽어왔지만, 어떤 뽑아낼 명언같은
문장이 없는 점을 애석하게 생각해왔었는데, (그래서 열의를 갖고
히가시노 게이고 책을 모으고 싶지는 않더라구요) 흥미롭게도
이 소설의 캐릭터들이 작가의 그런 면을 비판해댑니다.
그런 점에서 작가에게 조금 애정은 생기더군요.

그리고 여러 그의 소설들이 생각나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역시 비판적인 의미로서요.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런 '정통 추리
소설의 맹점'같은 부분들에 대해 고심하고 새롭게 만들고 싶어서
독특한 추리소설들을 써왔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정통 추리 소설이 더 좋은 사람으로써도, 히가시노 게이고를
최고의 작가로서도 평가하지 않은 사람이지만.. 확실히 그의
소설은 몰입도를 주는 면이 있긴 합니다.

이 책이 국내 번역되기 전에 이미 일본에서 드라마로 방영되었는데
이 소설과 마찬가지로 조금 썰렁한 면이 있었습니다.

밀실, 의외의 범인, 폐쇄, 다잉 메시지, 알리바이, 드라마화,
토막 살인, 트릭, 동요 살인, 불공정 미스터리, 목없는 시체,
흉기, 흔히 나오지는 않지만 종종 등장하는 범인의 유형과
허를 찌르는, 절대 소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범인

정도로 나뉘어져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로 이렇게 썰렁하게
쓰게 됨이 안타깝다고 생각은 드는데 이런 소재를 긴박감 넘치게
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당연히 썰렁해질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구성면에서 작가가 얼마나 고심을 하고 썼는지 느껴지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재밌긴 합니다. 그러나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정통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도 반대로 깨닫게
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좋아하시는 분들이야 당연히 읽으시겠지만,
추리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글쎄요..




Meitantei no Okite (1996)
도서출판 재인
초판 1쇄 2010년 4월 16일
이혁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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