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에 바라다 - 제142회 나오키상 수상작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서평




이 소설은 2010년 제 142회 나오키상 수상작인 '폐허에 바라다'와 연작 단편 여섯 개의 모음집입니다. 제목의 느낌과 같게 전체적으로 '폐허'라는 느낌의 감각을 지니고 있는 통일성을 갖고 있습니다. 보통 수상작을 제외하면 어딘가 완성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곤 하는데 이 단편들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이 작가가 범상치 않다는 저력을 느꼈습니다.




장르는 순수문학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추리 소설은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성향을 많이 띄는데 이 소설은 소재만 수사물에 속하지 상당한 문체를 자랑합니다. 주인공은 '센도 타카시'라는 유능한 형사입니다. 그러나 그는 문제를 안고 복귀 명령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지인들의 부탁으로 개인적인 도움을 주는 이야기들입니다.




유능하다고 하여 어떤 사건도 모두 행복한 결과로 결론 내려지는 내용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좀 더 엔터테인먼트 소설과 가까웠을 것 같습니다. 나쁜 사람들을 잡아야하는 입장이지만 범죄와 맞닿아있는 모습과 과거의 어떤 사건을 극복하지 못하는 심리적인 요인, 각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 범죄자의 심리 같은 것들이 가볍지 않게 섞여 있습니다. 그 배경이 홋카이도라 더욱 애처로움을 자아내는 것도 같습니다. 띠지의 홍보용 문구가 절묘하게 이 소설을 설명합니다. '범죄는, 수사하는 이의 영혼까지 상처 입힌다.'





오지가 좋아하는 마을


오스트레일리아인들이 80% 이상 사는 한 마을 니세코. 삿포로로부터 약 3시간 넘는 곳에 위치하고 있답니다. 예전에 용의자로 몰렸던 사람의 가족이라 알게된 사토미가 부탁을 해옵니다. 자신이 아는 오지(오스트레일리아인의 애칭)가 살인 누명을 받은 것 같다구요. 그래서 센도는 '유능하다'는 사토미의 표현답게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해줍니다.


 

폐허에 바라다

13년전 담당했던 삿포로 매춘부 살해 사건과 동일 수법의 범죄가 일어납니다. 센도는 여전히 심료 내과의 치료를 받고 있고 휴직 상태입니다. 그리고 의사의 권고대로 6일 째 온천에서 요양하며 낚시를 즐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이야기를 동료가 전화로 알려옵니다.





범인은 후루카와 유키오. 그의 고향은 홋카이도의 작은 탄광 마을 유바리입니다. 지금은 폐광촌이지만 되려 탄광촌일 당시보다 폐허 마니아들에게 알려져서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작가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범인은 범행은 인정하지만 유바리에 못가봤다는 센도에게 노골적으로 모멸을 하며 진술을 거부했습니다. 그래서 센도는 돌아오는 길에 유바리에 들리게 됩니다. 그러면서 그 사건, 후루카와에 관해 떠올립니다.




그는 정말 가슴아픈 과거를 지닌 사람입니다. 그가 사랑을 받았다면 올바르게 자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리고 후루카와는 센도에게 전화를 겁니다. 둘은 만나고 후루카와는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고백합니다. 단순히 누군가를 죽인 가해자라고만 단정짓기엔 너무 많은 생각이 드는 인물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빠 마음


배경은 오호츠크 해에 면한 인구 8천의 마을. 메만베츠 공항에서 내려 가는 제 2종 어항인 마을로 시레토코와 아바시리 방면 관광자면 거쳐가는 마을이라고 합니다. 센도는 여전히 1년 반 넘게 휴직하고 있고 이 마을로 부른 야마노는 아는 동생이 절대 살인을 할 애가 아닌데 칼로 상대를 숨지게 했다고 도와달라고 부탁합니다.




제목 덕분에라도, 흘러가는 방향으로라도 사실 사건 자체의 추리는 쉬운 편입니다. 이 뻔한 이야기를 끌고 가는 방식도 그렇고 결말도 감탄할만큼 멋드러집니다. 과연 어른의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달까요. 자신이 영웅이 되는 것만을 바라는 어린애가 아니었던 거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사라진 딸


조깅을 하는 센도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납니다. 타나베 형사로부터 소개 받은 한 중년의 남자. 자신의 딸이 실종되었는데 아마 죽은 것 같다고 찾아달라고 합니다. 언쇄 폭행범이 죽는 바람에 피해자의 사체조차 발견되지 않아서 수사가 중단된 상황. 그래서 센도는 홀로 조사를 시작합니다. 이번엔 단순히 아버지의 간절함 덕분에 도와주게 되는 좀 다른 패턴이 됩니다.




그렇게 센도는 가해자의 거래처를 조사하다가 접점을 발견하고 추리를 하게됩니다. 그래서 원래 수사 했던 지역을 뺀 곳으로 확신을 하게 됩니다. 이 단편은 이것만으로는 그리 대단한 의미를 띄는 이야기는 아니고 앞의 이야기들을 보아온 독자에게 좀 더 의미가 있는 단편이 될 것 같습니다. 여태까지 정확하게 나오지않았던 센도의 증상이 어떤 형태의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는지에 대해 조금 보여줍니다.





바쿠로자와의 살인

히다카 지방 중앙에 위치한 마을 바쿠로자와. 살인이 일어났는데 그 피해자가 센도가 17년 전에 맡았던 살인 사건의 피의자 중 한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의 시효를 맞았습니다. 과연 누가 그를 죽였으며 이 사건은 17년 전의 살인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 의문을 갖습니다.




이 단편들이 거의 '추리'를 쉽게 할 수 있는 요소들을 갖고 있는데 - 적어도 조악한 반전 따위는 없는 정통파랄까요 - 이 단편 또한 그렇습니다. 대충 사건의 큰 틀은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이 단편 또한 앞의 단편과 마찬가지로 이 자체의 이야기에 대단한 느낌은 없습니다만 센도가 살짝 변화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면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역시 복귀입니다.





복귀하는 아침

당장 복귀하는 이야기는 아니고 복귀하기 바로 전의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 안에서 센도를 괴롭혔던 사건이 무엇이었고 PTSD의 증세가 무엇이었는지 자세히 나옵니다. 그 사건으로부터 3년의 시간이 흘렀음을 밝힙니다. 세 번째 기후요법을 지긋지긋해하며 돌아가는데 예전 삿포로에서 근무할 때 증언을 해줬던 호텔 직원 나카무라 유미코가 전화를 합니다.




동생이 한 사건의 피의자로 의심받고 있다고 도와달라고 합니다. 토카치가와 강가에서 소사체로 발견된 여성이 오비히로 자산가 집안의 딸이며 미해결 상태인 사건. 도와주겠다고 하고 생각해보니 그 문제의 사건에 함께 있었던 아키노 코헤이가 바로 이곳에 배속되어 있어 도움을 받습니다. 그리고 예전 이야기도 나오게 됩니다.




사건의 실마리를 작가는 보여주는데 이런 형태일꺼라고 생각을 못했습니다. 마지막 단편에서 추리에 닿지 못하고 반전이라고 생각했네요. 결국 센도는 사건의 배경을 파악하게 되는데 그가 복귀를 결심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람의 잔혹함 때문일까요. 애초 경찰의 무능함으로부터 자책을 하며 PTSD가 나타났던 것 같은데 그것을 극복하고 좀 더 냉정해질 수 있는 것은 이런 가해자와 피해자의 잔혹함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냉정히 진실을 알아내고 법의 심판에 넘기는 그런 경찰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지 않나라고 말입니다.








 









책 정보




HAIKYO NI KOU by Sasaki Joh (2009)


폐허에 바라다


저자 사사키 조


발행처 북홀릭 ((주) 학산문화사)


역자 이기웅


2010년 11월 1일 초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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