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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 라이프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은 절판된 문고본(?)이 도서관에 있더라구요. 다른 출판사 발행인지 유독 사이즈가
다르고, 수상작인데 너무 얇아서 맥 빠지던...
좋은 소설은 장편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좋은 중편이나 단편에서 느껴지는
그 무언가의 부족함 때문이었겠지요. 좀 더, 지속되길 원하는 세계가 있다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겠지요.
그 소설이 좋을 수록 더한 감정이 된달까요.. 그런 감정들을 거쳐 파크라이프를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더 짧아요. '파크라이프'와 '플라워스' 2가지로 이루어져있습니다.
'파크라이프'
혼자 살고 있는 주인공의 일상. 마치 가위로 싹뚝 잘라서 이 페이지에 쏟아 둔 것만 같은..
도입도 없고 결말도 없는 느낌. 그리고 요시다 슈이치 특유의 묘사가 이어집니다.
사실 공원 얘기라고 하길래, 이사카 코타로 '종말의 바보' 같은 소설을 예상했거든요.
어디까지가 이 소설을 위해 계획된 묘사인지, 되는대로 쓴 것인지의 선도 알 수 없이..
그저 원래 있던 한 사람의 모든 것을 채워둔 것만 같은... 그런 느낌.
그래서 더 사실적이고, 반대로 이런 글을 계획하고 썼다는 것에 더 놀라게 됩니다.
아마 그런 의미에서 수상하게 된 것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우연히 알게된 여자, 회사 선배, 아는 부부, 어머니,
그리고 닿아있지만 않지만 히비야 공원에서 간혹 보는 사람들.
그들의 일상이 마치 풍경처럼 펼쳐져있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와의 관계가 가까워지는건지 아닌건지 잘 모를..
이 관계가 발전할 것인지 아닌지도 모를,
결과따위 없는, 지금 이 상태의 한 일상.
가끔 요시다 슈이치 소설을 읽으면.. 뭘 말하고 싶을까? 하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확실한 메시지를 모를 때가 있습니다. 그저 현대의 인물은 이런 모습이야.
라는 정도를 보여주는 것일까? 너만 아니라 모두 그래. 라는 걸 알리고 싶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캐러멀 팝콘'에서도 그랬고, 다음 '플라워스'에서도 조금 그렇습니다.
'플라워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참 기분이 안좋았는데 '나가사키'와 조금 닮아있습니다.
나가사키 보다가 너무 우울해서 덮었는데, 굳이 이런 소설은 쓰지 말아줘.. 라는
제 취향의 선을 넘어선 작품이랄까요.
그 소설의 불안함 덕분에 지속해서 보지 못했는데, 그 불안함이 닮은 것 같습니다.
나의 것이 아닌, 생활을 하면서 이것이 그저 나의 것인 일상이라고 생각하는..
그러나 이것이 지속되지 못한달까.. 그것을 감각적으로 느낀다는 면이랄까..
결국 그곳으로부터의 탈출이라던가 그런 것.
그러나 정작 실질적 탈출은 하지않고 그저 지금의 일상만을 잘라둔듯.
결말 따위는 없는 것.
잘못한 사람은 있지만 그것이 흑과 백으로 나뉘어서 당연한듯 그는 벌을
받아야하는 정당성에 대해 고민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또 내 일상과는 멀어졌기에 잊은 듯도 하고
앞으로 벌어질, 혹시 내게 같은 일이 일어나 나 자신이 피해자가 될지
모를 불안한 요소 또한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요시다 슈이치 소설을 읽으면 좀 불안한 느낌이 드는 면도 있습니다.
물론 좋아하지만....요시다 슈이치는 좀 에쿠니 가오리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마치 깨어질 듯한 아슬아슬한 마음이 깃들어있달까요.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잘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은 지속성도 보여준달까요.
오사키 요시오랑도 조금 닮은 것 같고..
그래서 이사카 코타로의 과감한 유쾌함이 좋습니다. (비록 비도덕적이라고 해도)
간혹 아닌 작품도 있긴 하지만요. 아직 요시다 슈이치 소설을 전부 읽은 것은 아니라
이런 평가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좀 유쾌함을 얻어보고 싶네요. 이런 작가의
유쾌함은 어떨까..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