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모가와 호루모
마키메 마나부 지음, 윤성원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서평




이 소설은 제4회 보일드 에그즈 신인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제목과 설명, 표지 일러스트를 통해서 판타지 소재의 라이트 노벨을 상상하게 되지만 의외로 대학생의 이야기를 그린 청춘 소설입니다. 아직은 세 권의 작품을 출간한 신예입니다. 그러면서 3번의 나오키상에 노미네이트된 저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교토하면 떠오르는 작가로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다는 모리미 토미히코와 마찬가지로 저자 마키메 마나부도 교토대 법학부 출신입니다. 




모리미 토미히코가 이공계열의 느낌이었다면 마키메 마나부는 인문계열의 느낌이 든다고 단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좀 여성스러운 문체랄까요. 감성이 그렇다고 해야할까요. 덕분에 좀 더 대중성을 띌 수 있기도 한 것 같습니다.




타출판사를 통해 먼저 출간된 '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는 이 소설의 후속편격이 됩니다. 출간 시기가 먼저라 앞서 읽어보았는데 그쪽 책에서의 관계도 일러스트와 교토 지도가 간략화되어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되려 이 소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뒷 이야기나 겹치는 시기들이 있기 때문에 왜 그러한 결과로 흘러갔는지 되짚는 상황이 되어 일종의 추리물을 접하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제 부족한 기억력도 한몫했습니다만 몇 가지 의문들이 풀렸달까요.)





이야기는 주인공은 '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의 프롤로그에 등장했던 교토대의 아베와 다카무라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들은 수상하기 짝이 없는 동아리에 권유받게 되고 의심가는 상황들은 많은데 결국 그곳에 모이게됩니다. 그 일련의 이야기들을 시간의 흐름대로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도 화자 아베와 같은 의문들을 함께 지니게 됩니다.




사실 아베에게 이 동아리는 커다란 의미는 없었습니다. 단지 그곳에서 만나게 되어 한눈에 반한 여자를 또 볼 수 있는 곳이었을 뿐입니다. 그녀와의 관계가 발전되는 것 같은 아주 세세한 조짐들도 있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소극적인 짝사랑인 뿐이고 이야기는 무참히도 '호루모'라는 존재를 통해 교토의 4개 학교끼리의 대항전에 집중될 뿐입니다.




그들은 모두 홀린듯 평범하고 즐거운 동아리 생활에 속았지만 결국 정체를 알게됩니다. 그리고 호루모를 부릴 '귀어'를 연습하기에 이릅니다. 호루모는 일종의 요괴인 것으로 추정한다고 나오는데 소설 자체에서도 정확한 정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정의내릴 수 없습니다. 의식을 치룬 동아리원들에게 보이는 작은 요괴로 그것들을 '귀어'로 명령내려 각 대학별로 경기를 치루게 됩니다. 이것이 2년간 지속되고 다음 회원들은 3학년이 되었을 때 신입생을 맞게 됩니다.




10년간 전적이 처절한 교토대 청룡회는 화자 아베가 아닌 아시야라는 인물을 통해 강함을 지니게 됩니다. 그런데 이 실력파가 형편없는 인간이라 여러 사람을 괴롭게 합니다. 그는 이미 '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를 통해 제게 악인으로 낙인 찍혀서 아베에게 절절히 동화되어 그를 싫어했습니다. 그리고 의외의 또 다른 호적수가 등장하게 됩니다.





사실 전형적인 소설들은 나약해보이는 주인공을 내세워서 그가 성장해가고 결국 성공하는 결말을 맞습니다. 그것이 너무 뻔한 이야기고 패턴이어도 결국 '소설'이기에 얻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판타지물'이라는 장르에 속하는 주제에 그런 면에서는 상당히 현실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에서 등장했던 아시야의 이야기로 그가 잘되지 않기를 바랬고 이 소설에서도 역시 그의 성품은 그 정도였다고 확인되지만 그의 전력은 훌륭합니다.




그래서 철저히 패하기를 바랬지만 작가의 따스한 감성은 소박한 패배와 궁극적인 승리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정말 사람 볼 줄 아는 눈은 누구에게 있는가도 알려주려는 것 같습니다. 판타지물로써의 독특한 세계관과 교토라는 지역적 특성이 갖는 일본 고유의 특성과 설화성, 그리고 반대로 형성되어 있는 대학생활의 리얼리티와 현대 사회의 인간의 모습과 관계 같은 것들은 적절하게 버무려져 녹아있습니다.




단순히 이 소설의 '판타지'적인 설명만 있었다면 읽지 않았을거라고 단언합니다. 제가 선호하는 장르가 아니거든요. 그리고 공공연한 '로맨스'라는 장르 또한 그렇습니다. 그러나 화자의 담담한 기술과 강력하지 않은 절망, 너무 극단적이지 않은 변화 같은 것들이 참 편하고도 따스하게 글을 읽어나갈 수 있게 하는 요소가 됩니다. 짧게 표현해보자면 '판타지적인 요소가 살짝 가미된 대학생들의 생활과 로맨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호루모 대항전이 상당히 본격적이라 또 다른 재미를 안겨주기도 합니다. '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의 '모짱과 아베 이야기'의 시대적 상황이 달라 이상하다 했더니 그 의문도 이 책을 통해 설명되어 있구요. 후미의 상대를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문제'에서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었는데 잘못 알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색다른 소설. 권해주고 싶은 재미가 있습니다.


 

 

 









책 정보




KAMOGAWA HORUMO by Makime Manabu (2006)


가모가와 호루모


지은이 마키메 마나부


펴낸곳 북폴리오 ((주)미래엔 컬처그룹)


초판 1쇄 인쇄 2010년 10월 10일


초판 1쇄 발행 2010년 10월 20일


옮긴이 윤성원


 






   p. 87


   지리멸렬한 방식이어서 도무지 내 마음에는 들지 않았지만, 논파(論破)란 원래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 논리를 내세워 따지는 질문에 반론하려면 나름대로 논리적인 답변이 필요하다.


  


   p. 153~4


   실제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총을 꺼내는 속도도 사격 솜씨도 아니며 오로지 냉정함을 유지하는 일이라고 한다.


 


   p. 269


   총탄이 박히는 것처럼 빗줄기에 지면이 꿈틀거리는 텅 빈 운동장에서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다카무라와 미요시 형제와 구스노키 후미가 그토록 굳건한 마음을 가지는 까닭을. 그것은, 그들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의 힘을 믿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친구의 힘을 믿고 있다.


 


   p. 275


   용서한다.

   교토대 청룡회 신센조의 회원들을 둘러보고 나는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나는 모든 것을 흘려보낸다. 나 자신의 고집스럽던 마음을 흘려보낸다. 나는 모든 것을 용서한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창공을 가슴 가득히 품었다.


* 신센조는 신센구미, 신선조라고 불리우며 에도 시대 말 조직된 무사 조직입니다. 쇼군의 신변보호를 위한 조직이었는데 이후 교토 치안유지를 목적으로 활동하며 막부 반대세력과 싸웠다고 합니다. (위키백과)

** 이 부분에서 왜 '신센조'라는 표현을 썼는지 모르겠는데 '교토대 청룡회'를 아베가 이끌고 나가는 것을 상징하여 작가의 의도가 반영되어 이런 표현을 삽입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아베의 성품이 반영된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신센조스러운 정의로움이랄까요.






   p. 282


   "저런 멍청한 남자한테 지곤 못 살아."

   구스노키 후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것은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들은, 구스노키 후미가 내린 아시야에 대한 평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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