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팅 클럽
강영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




여기, 한 여자가 있습니다. 부모가 있는지도 모른채 타인의 손에서 자랐습니다. 그분들은 너무 좋은 분들이지만 그들과 가족으로 살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친엄마라는 사람이 찾아옵니다. 설명 한마디 없이 '엄마'와 살게 되지만 그녀는 전혀 생활 감각이 없는 사람입니다. 틀여박혀 글이나 쓰고 전혀 모성애는 찾아볼 수도 없는 사람. 차라리 타인끼리의 룸메이트였다고 해도 이 정도 냉랭한 분위기는 아니였을 겁니다.




엄마라는 사람은 '글쓰기 교실'로 겨우 먹고 삽니다. 이외의 시간은 글쓰기를 하지만 작은 잡지에 한번 기고한 적 밖에 없으면서 '김작가'라 불리웁니다. 화자 또한 엄마라는 표현보단 '김작가'라는 표현을 더 씁니다. 그런 집이 싫어서 무던히도 그녀는 달음질치지만 우정도 사랑도 어느 것 하나 따스하거나 평범하질 못합니다. 마치 무슨 저주에 걸린 것처럼 그 악연은 계속됩니다.




차라리 그녀가 사람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홀로 살고자 이를 악물었다면 그녀는 좀 더 행복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겹도록 이어지는 불행 속에서 혹시 결말은 행복해지지 않을까란 바람을 지속적으로 가지며 눈을 옮기게 됩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소설스러운' 행복감보다는 정말 처절할 정도의 '현실스러운' 느낌이 드는 절정을 맞습니다. 화자인 영인이 미국에서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을 순간 닥치는 그 일은 정말 현실스럽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행복한 결말은 이상할 정도의 행운을 가져옵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짜증날 정도로 꼬인 인생을 읽어내려가며 대체 왜 이 이야기를 썼을까란 의문을 참 많이 가졌습니다.




분명 새로운 소설임은 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비현실적이라던가 전혀 다른 감각을 지닌 소설은 아닙니다. 80~90년대를 느낄 수 있는 시대 감각을 갖고 있달까요? 더 이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여성들이 생각하는 어떤 여성향 같은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여성들이 상상했고 그렇게 살았을 법한 캐릭터랄까요. 글을 좋아해서 읽는 것에 미치고 그런 사람을 사랑하지만 그가 부르짖는 사회주의라던가 그런 개념보다 지금 사는 것이 더 중요한 현실 감각 같은 것. 그러나 화자 영인은 직업적으로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지만 '쓰지 않으면'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 감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의 영인은 소설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녀가 '시몬느 베이유'의 책을 읽으면서 집착했던 것은 사상이라던가 내용이 아닌 바로 '현실 감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좀 더 문학적으로 얘기하자면 '실존'이겠지만 그녀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강한 애착을 지닌 것이 아닐까란 결론에 다달았습니다.




그녀가 쓰고 싶은 것은 '지금 자신'이었습니다.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아닌 바로 자신을 직시하는 것, 그대로를 담아내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자신의 뿌리를 모르는 아이, 단 하나 글을 잘 쓴다고 칭찬을 들은 아이. 엄마로부터 아무것도 듣지 못한 아이. 그 아이가 홀로 자립하기까지 너무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머나먼 타국에 가서야 비로소 그 글은 자신의 '지금'을 기록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그녀는 여태껏 해왔던 남자를 위해 돈을 버는 그런 책임감이 아닌 엄마를 돌보게 되고 그토록 미워하고 도망치고 싶었던 관계를 어쩔 수 없이 떠맡음으로 그녀와의 관계가 비로소 진정한 모녀 지간의 사이로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행복하기 위해서만 함께 살아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 그렇게 바뀐 현실은 행복한 집으로 꾸며졌습니다. 예전에는 이상한 사람들이었고 짜증나는 사람들이었지만 그 똑같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제는 삶의 한 부분으로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 그녀가 이제는 정말 삶을 받아들이고 어른이 된 모습이라고 보여집니다. 이런 해석을 해보았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그녀의 변화나 마지막의 쌩뚱맞은 행복은 상당히 비약적이랄까 그런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그러나 조금 고민해본 결과 그녀가 '현실 감각'을 받아들인 것, 바로 살아가는 것과 함께 자신의 생체 시계를 맞춘 것은 그것이 바로 행복으로 가는 첫걸음이 아닐까란 나름의 결론을 내리게 되었네요.




김작가가 '글쓰기 교실'에서 그랬지요. 자신의 일을 쓰고라고. 영인이 그토록 멀리 멀리 가서 만든 '라이팅 클럽'은 바로 자신의 일을 쓰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먼저 받아 들이는 바로 그 일 말입니다. 애처롭고 안타까운 한 불쌍한 소녀의 성장통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책 정보




라이팅 클럽


지은이 강영숙


펴낸곳 자음과모음


초판 1쇄 인쇄일 2010년 10월 1일


초판 1쇄 발행일 2010년 10월 5일 









   p. 23


   사랑이란 늘 서로 다른 상대를 바라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p. 236


   그건 그냥 그렇고 그런 글일 뿐이었다. 그러나 왠지 일거수일투족이 다 의미가 있는 것 같고 내가 느끼는 걸 표현하지 않으면 중요한 걸 다 놓쳐버릴 것 같았다. 시계가 째깍거리는 움직임도 기록해두어야 할 것 같고 그 순간만큼은 충만한 감정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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