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히말라야를 걷는다'는 표현은 틀린 표현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아주 단순했지만 눈길을 끌었네요. 그런데 읽다보니 제가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유명한 산악인들이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장면만을 떠올리다보니 설산에 돌이 가득하고 가파른 그런 산을 상상했거든요.
그런데 히말라야를 걷는 것은 그다지 가파른 길을 걷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고지대를 지속적으로 올라가야하는 일이니 평지만 있다고는 할 수 없겠지요. 이 책은 저자의 히말라야 여행의 14일에 대한 기록입니다. 1,400m인 카트만두에 도착해서 5,550m인 갈라파타르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일정입니다.
고지대를 오르기 위해서는 하루에 500m 이상을 움직이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래걷는다거나 심하게 지치는 이야기와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짐을 들어주며 동행하는 포터를 고용해서 함께 하기 때문에 '고지대'라는 부분을 이겨내면 좀 수월하지 않을까 싶지요.
그러나 고지대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상당히 쉽지 않지요. 저는 3,000 m 조금 넘는 곳까지 올라본 적이있는데 2,000m 지나갈 때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저자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5,000m가 훌쩍 넘는 일정을 소화해내는 것이 대단해보였습니다. 이야기 중간에 고생하는 사람들의 일화도 종종 등장합니다.
저자는 어쩔 수 없이 8월에 밖에 갈 수 없었는데 실제로는 우기라 권장하지 않는 시기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우기 전후인 3, 4월과 10, 11월이 가장 좋은 시기라고 합니다. 대신 이 우기에는 아름다운 야생화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사진이 종종 등장하는데 정말 이쁩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정보는 야크는 3,000m 이상에서만 살 수 있다는 것과 4,000 m 이상의 지대에서는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생각해보면 고산지대에서는 전혀 식물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더라구요.
사람들이 꺼린다는 우기인데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다시 만나게 되면 그렇게 반가워할 수 없는 이야기도 또 하나의 드라마로 재밌는 요소를 주는 것 같습니다. 저자의 나이가 있다보니 이야기의 깊이도 느꼈습니다. 20대 저자의 느낌과 30대 저자의 느낌, 40대 저자의 느낌이 또 다른 것 같습니다. 물론 나이로 규정짓기에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요. 그래서 이야기가 참 차분하고 편안했습니다.
고지대에 대한 부적응력 때문에 히말라야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지만 단순한 산이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무언가를 얻으러 온다는 그곳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