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처
카밀라 레크베리 지음, 임소연 옮김 / 살림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1. 들어가기

이 소설은 스웨덴의 작가 카밀라 레크베리의 경찰 수사물입니다. 그러나 1인칭 시점은 아니고
시점이 지속적으로 옮겨가는 패턴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인물이 나와도 곧 그의 시각으로 움직
입니다. 그래서 좀 정신이 없는 편입니다. 시점이 옮겨갈 때의 배치에 무언가 표시라도 해두면
좋았을 텐데 줄이 띄워진 것만 있기 때문에 페이지 마지막에 걸릴 경우 시점이 바뀐지 읽다가
알게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것만 제외하면 읽는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꽤 두꺼운 사이즈지만 500 페이지를 조금
넘는 정도이고 행간이 꽤 넓은 편이라 양이 그렇게 많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 소설은 '얼음
공주'의 후속편으로 내용은 다르지만 주인공 몇 명은 공유하는 형태를 지닌 것 같습니다.
'유럽의 200만 독자를 사로 잡은 천재 작가' 라는 홍보에 걸맞게 꽤 흡입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흔히 미스터리 소설들을 홍보하느라고 반전이 있다라던지 수많은 스포일러들이 일부
공개됨으로써 흥미가 반전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소설의 표지에는 그런 흔적이 없어서 좋습니
다. 반대로 내용이 좀 있어야 흥미를 붙이는 분들에게는 아쉬울 것 같기도 합니다. 어떤 소설인
지 전혀 언급이 없습니다. (물론 제목에 모든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표지의 무서운 것 때문에 스릴러를 상상하지만, 그리고 물론 그런 형태가 등장하긴 하지만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수사 책임자인 경찰 파트리크 부부의 행복한 모습에 그런 악한 모
습들이 조금 거리감 있게 여겨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무서운 이야기에 약한 분들도
전혀 문제 없이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2. 내용

스포일러 없는 내용 언급을 조금 하겠습니다. 피엘바카라는 스웨덴의 한 도시는 우리가 상상
하는 북유럽 도시의 이미지와 조금 다른 곳입니다. 그곳도 견디기 힘든 더위가 있는 여름이
있습니다. 책의 시기가 딱 그런 여름입니다. 파트리크는 경찰이고 부인은 지금 임신중으로
만삭입니다.

더운 여름이라 바닷가 마을인 이곳으로 휴양객들이 많이 옵니다. 파트리크 부부의 친척이나
친구들도 그렇고 매년 이곳에서 트레일러에 머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한 아이가 '왕의 협곡'에서 놀다가 시체를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 시체는 잔인한
흔적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사를 하다가 옛날의 한 사건과 비슷한 부분을 발견합니다.
24년 전의 사건. 이것은 모방 범죄인지 아니면 그 때의 살인마가 다시 살인을 시작하는 것인지,
휴양지이기 때문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이미 다른 이웃 마을로 많은 관광객들이 떠나버리고 수사는 쉽게 진척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24년 전인 1979년의 피해자로 보이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잠시 짧게 언급되기도 합니다.

수사물의 정수는 역시 차근차근 범인의 흔적들을 밟아나가고, 혹은 잘못된 방향은 지워나가
면서 진전되는 과정이 가장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오직 수사만을 위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경찰이나 관련 인물들의 일상도 겸해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조금 더디게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잔인한 모습보다는 사람사는 이야기인 것 같아서 홈드라마 같은
면도 느껴집니다.

수사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패턴과 범인에 대한 추리들은 미스터리 마니아라면 대충
추측할 수 있는 골격은 따르고 있어서 결말에 당황스럽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여태까지
추리를 해온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범인과 이야기로 결말을 맺는 미스터리를 싫어하는 편입
니다.) 그러나 뻔한 내용이라거나 추리가 쉽다거나 그런 만만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3. 마치면서

왠지 유럽의 소설들은 어딘가 철학적이고 사색적이라 지루하게 흐를 수 있고 또 꼭 미친 사람이
나온다는 패턴이 고정관념처럼 박혀 있는데 이 전에 읽었던 스웨덴 작가의 소설인 카린 알브테
옌의 '그림자 게임'과 여러모로 함께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둘 다 제 선입견과 비슷한 모습을 취하고 있긴 하지만 프리처 쪽이 좀 더 행복한 삶의 모습을
담고 있어서 범인이 더 비극적으로 치닿는 느낌도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림자 게임'에서
는 좀 더 개인의 선택에 의한 범죄이지만 '프리처'에서는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이야기가
타인에게는 엄청나게 큰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그런 관계랄까요. 

누구에게서부터 이 죄는 시작되었다고 봐야할까요. 그러나 누구에게서부터가 아니라 결국
죄를 지은 그 사람의 책임이긴 하지만요. 비극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소
설이었습니다. 그래서 범인상의 장르는 다르지만 비슷한 환경이라고 볼 수 있는데 참 다른
이미지로 남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비극보다는 파트리크가 부인 에리카와 함께 아이와 잘 살게될지 그런 이야기가 더 궁금
해지는 마력을 가진 부분도 있다는 생각도 드는 소설이네요. 그래서 후속편이 나왔을 것 같기도
하구요. 분명 '등골 오싹해지는' 범죄이긴 한데 파트리크 부부 이야기가 더 기억에 남네요. 


 


Predikanten by Camilla Läckberg (2004)
(주)살림출판사
초판 1쇄 2010년 8월 2일
임소연 옮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