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병동
가키야 미우 지음, 송경원 옮김 / 왼쪽주머니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예쁜 자신의 외모도 자각하지 못하는 여의사 '루미코'는 우연히 병원 주변을 걷다가

버려진 청진기를 발견한다. 주인을 찾지 못하고 루미코의 소유가 된 그것을 우연히

환자의 가슴에 대는 순간, 루미코는 환자의 마음을 보고 듣게 되는데...



그 청진기를 주운 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루미코-


루미코는 오해를 살 만큼, 말주변이 없어서 환자들 사이에 소문난 기피 대상이었으나

그날 이후로, 얼마를 주던지 지명하고 싶은 인기 의사로 급부상하게 된다.



"약을 먹으면 정말 마음이 차분해져요?"


사토코가 의심스럽다는 듯 나를 보았다.


"효과가 없는 사람도 있지만 시도해 볼 가치는 있습니다.

효과가 있으면 평온한 마음으로 갈 수 있으니까요."


루미코가 시한부 환자에게 이 말을 했을 때, 나도 읽다가 너무 놀랐다.

아니, 어떻게 아직 죽지도 않은 사람에게 저렇게 말할 수 있지? 헐..

역시나 환자의 어머니도 화가 나서 어이없다며 항의를 하는데, 옆에 선 간호사가

그런 뜻이 아니라 '평온한 기분으로 지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는 설명을 한다.

하지만 의사가 저렇게 말하면 대부분 저세상을 떠올리지 않을까...ㄷㄷ



당신은 내 몸 상태가 걱정도 안 돼?

내가 하루라도 더 살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어?

내가 죽는 게 슬프지도 외롭지도 아무렇지도 않아?

나는 대체 가족에게 뭐였단 말인가?

돈 벌어다 주는 기계? 고작 그뿐이야?


아, 얼마나 허무한 인생인가.

만약 인생을 다시 한 번 살 수 있다면 맹세코 야근은 안 할 것이다.

누가 뭐래도 안 한다.

                                            -family _151


단편처럼 총 4명의 환자에 대한 사연이 나온다.

어느 것 하나 소홀하게 읽을 수 없는 묵직함이 담겨 있다.

나의 엄마, 아빠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지금도 함께 지내는 친구일 수도 있고,

남편과 아내, 연인일 수도 있는 이야기라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중학교 3학년 그날, 그 죄는 역시 내가 뒤집어써야 했던 걸까.

스미오 혼자 죄를 뒤집어쓰게 하고, 오늘까지 나 혼자 태평하게

살아오고 말았다.

                                          -friend _327


투정도 부리고, 질투도 하고, 못되게 행동했던 지난날을

이 소설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떠올리고 반성하고 후회했다.


유명한 여배우의 딸이 입원하면서 나왔던 사연이 기억에 남는다.

화려한 엄마의 모습을 동경하던 딸은 데뷔하려고 하지만 엄마의 반대로

평범한 삶을 살다가 시한부 판정을 받고 엄마를 원망한다는 내용이다.

과거로 돌아간 그녀는 엄마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예인이 되는데...

자신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치열하고도 더러운 그 세계를 경험하면서

진정으로 엄마가 자신에게 주었던 사랑이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ㅡ와, 정말 연예인으로 살기가 이렇게 힘든 거구나... 싶었다!


 

로맨스도 등장하는데, 연예는 둥팅 둔감한 루미코를 바라보는

전직 모델 출신 의사 '이와시미즈'의 시선이다.

언제나 상냥하고 다정다감한 그는 멋진 외모만큼이나, 매너도 훌륭해서

환자나 간호사 모두에게 인기가 많다. 게다가 아버지가 재벌이다.

완벽해 보이기만 하던 이 남자의 숨겨진 이야기가 조금씩 등장하는 재미!!



가독성 좋고, 읽고 난 후에도 따뜻한 무언가가 남는 소설을 찾는다면

이 소설을 권하고 싶다. 그냥 왠지 처음부터 끌렸던 책인데

기대했던 만큼 재밌게 읽어서 행복하다. (뀨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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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찾아서
크리스틴 페레-플뢰리 지음, 김미정 옮김 / 니케북스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처음엔 잔혹 동화 같은 내용을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내용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추리 스릴러의 느낌이 강하다. 등장인물의 내면에 있는

또 다른 누군가와의 대화도 기묘한 기분이 들게 한다.


숨겨진 이야기들이 많으므로 주의 깊게 단서를 하나하나 유추해 본다면

어느 정도 범인의 정체를 알 수도 있지 않을까? (살짝 마주치는 사람까지도

물론, 나 같은 추리계의 양민은 무리지만ㅋ


가볍게 읽고 나서는 자연스럽게 맨 앞장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16살이 되기 전에 살해당한 금발의 어린 소녀들.

수사기관은 결국 연쇄 살인이라는 점을 알아내지만, 범인에 대한 단서는 없다.

하지만 범인이 노리는 소녀가 '아리안'이라는 사실에 수사망을 점점 좁혀간다.


ㅡ주인공 '아리안'은 16살 생일을 앞두고 살인자에게서 벗어나고자 가출을 감행한다.


해가 비치는 쪽에는, 구릿빛 머리카락과 푸른색 눈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응달이 진 곳에 있는 남자의 피부는 회색빛이었고 눈은 각막백반이 낀 듯 흐릿하게 보였다.

소녀가 중얼거렸다.

"천사와 악마. 승리와 절망."


ㅡ형사 '쥐드'는 자신의 누나 '오로르'가 첫 번째 희생자였다는 충격의 고통과 아픔으로

  감정적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직감과 추리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잘생겼다

...그들의 죄책감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그가 오로르의 시신을 발견한 그날 이후로.

죄책감은 계속해서 그를 따라다녔다.


살아있다는 죄책감.


ㅡ범인 '르 루에'오히려 그들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대담함과 완벽주의 성향을 보인다.

​"제기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잖아.........."

욕설을 퍼부었다.


어린이 동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찾아서>는 

제목부터 내용까지 비슷한 면이 곳곳에 등장한다.

읽을 때는 사냥 당하는 듯한 긴장감에 몰입되어 못했지만,

나중에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1. 동화 속 공주가 물레 바늘에 손이 찔린 것과 같이

소설 속 살해당한 소녀들의 왼손 집게손가락에도 바늘에 찔린 자국이 있다.


2. 동화 속 마녀는 잠든 공주를 깨우지 못하도록 그녀가 잠든 성을 가시덩굴로 뒤덮었는데,

이 소설의 범인 '르 루에'는 죽은 소녀들이 누운 침대를 가시덩굴로 뒤덮어 놓는다.

(르 루에: Ie Rouet. 물레라는 뜻)


3. 동화 속 공주는 왕자의 키스를 받아 눈을 뜨지만

  소설 속에서 입맞춤에 눈을 뜬 건 주인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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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온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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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중이라면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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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님, 여기선 곤란해요 2 - 완결
요안나 지음 / LINE(라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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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로코였다. 이사장님은 대체 못하는 게 뭐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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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웅불
다카하시 히로키 지음, 손정임 옮김 / 해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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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전근으로 인해 지방으로 갓 이사온 '아유무'는 중학교 3학년이다.

이 학교는 다음해 진학생이 3명도 되기 힘들만큼 학생수가 적은 학교였다.

1, 2학년은 합반이고 3학년 아유무까지 합쳐도 6명뿐이다.


모든 일에 리더 성향을 보이던 '아키라'의 회장 선거가 당연하게 이루어지던 날

아유무는 부회장을 맡게되어 얼떨떨하다. 도쿄에서 생활을 하다 왔으니

새로운 지식과 생각이 있지 않겠느냐는 아키라의 주장이 한 몫한 결과다.

전학을 와서 새로운 친구들로 걱정했지만 이렇게 그들의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간소한 사당은 붉은 턱받이를 한 지장보살을 모시고 있었다.

신단에는 여름 밀감이 두 개 놓여 있었다. 오곡 풍작을 빈 것일까.

그러나 그 주변은 마을이 나뉘는 사거리인 걸로 보아 도조신 (道祖神,

길 가는 사람을 수호하는 신)에게 빈 것인지도 모른다.

남자는 그 사거리에서 길을 돌아 산기슭의 검은 숲으로 갔다.

그 즈음에는 이미 뒤쪽에서 들리던 강물 소리도 그쳐 있었다.


                                            -배웅불 _8 

 

좋은 일이 던, 나쁜 일이던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이었다.

인원이 없으므로 놀이도 하고 수업도 하려면 그들끼리 뭉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들만의 놀이가 묘하다. 지방 특유의 놀이인 모양으로 우리나라의 화투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패를 돌려 나온 숫자로, 진 사람이 나오면 잔심부름부터

상처가 날정도로 심한... 학대에 가까운 벌칙을 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회전판이라도 하자."


시험관 여섯 개 중 하나는 황산이 섞여 있다. 참새잡기 게임을 해서

망통이 나온 사람이 용액 하나를 손등에 맞는다. 아키라가 '오랜만에'라고

한 걸로 보아, 예전에 자주 했던 모양이다.

후지마는 메뚜기 시체를 힐끗 본 후에 심약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이건 너무 위험하잖아."


                                                 -배웅불 _44


 

어른 그 누구도 모르는 그들만의 세상은 너무 위험해 보였다.

장난인듯, 장난 아닌듯, 어느새 죽음에 이를만큼 치명적이기도 하다.

철저한 왕따 괴롭히기가 아닌, 친구를 가장한 괴롭힘이 더 무섭다는 걸 느꼈다.


항상 놀이에서 지는 친구는  '미노루'로 정해져 있었다.

패를 손에 잡은 아키라의 교묘한 장난을 아유무는 눈치 채지만, 거기까지다.

어느새 자신이 걸리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점점 더 커져갈 뿐이다.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줄은 정확히 미노루의 살을 파고든다.

아키라는 등 뒤에서 다시 미노루에게 묻는다.

어떠냐, 저승에 도달했어? 저승님이 강림하셨나?

저승님이 뭐라고 계시를 하시지?


                                   -배웅불 _87


단순한 놀이 같은 이야기로 시작해서 충격적인 결말까지,

괴롭히는 아이와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 그 사이에서 순간순간 방관하는

아유무를 포함한 아이들의 심리 변화가 공포스럽다.

예상치 못했던 결말에 헐...하고 놀랄 수 밖에 없었던 소설이었다!


 

처음엔 '배웅불'이라는 마을 전설이나 요괴 이야기인줄 알았다 ㅋㅋ

의미는 있지만 직접적인 사건의 계기는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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