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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웅불
다카하시 히로키 지음, 손정임 옮김 / 해냄 / 2019년 5월
평점 :
아버지의 전근으로 인해 지방으로 갓 이사온 '아유무'는 중학교 3학년이다.
이 학교는 다음해 진학생이 3명도 되기 힘들만큼 학생수가 적은 학교였다.
1, 2학년은 합반이고 3학년 아유무까지 합쳐도 6명뿐이다.
모든 일에 리더 성향을 보이던 '아키라'의 회장 선거가 당연하게 이루어지던 날
아유무는 부회장을 맡게되어 얼떨떨하다. 도쿄에서 생활을 하다 왔으니
새로운 지식과 생각이 있지 않겠느냐는 아키라의 주장이 한 몫한 결과다.
전학을 와서 새로운 친구들로 걱정했지만 이렇게 그들의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간소한 사당은 붉은 턱받이를 한 지장보살을 모시고 있었다.
신단에는 여름 밀감이 두 개 놓여 있었다. 오곡 풍작을 빈 것일까.
그러나 그 주변은 마을이 나뉘는 사거리인 걸로 보아 도조신 (道祖神,
길 가는 사람을 수호하는 신)에게 빈 것인지도 모른다.
남자는 그 사거리에서 길을 돌아 산기슭의 검은 숲으로 갔다.
그 즈음에는 이미 뒤쪽에서 들리던 강물 소리도 그쳐 있었다.
-배웅불 _8
좋은 일이 던, 나쁜 일이던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이었다.
인원이 없으므로 놀이도 하고 수업도 하려면 그들끼리 뭉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들만의 놀이가 묘하다. 지방 특유의 놀이인 모양으로 우리나라의 화투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패를 돌려 나온 숫자로, 진 사람이 나오면 잔심부름부터
상처가 날정도로 심한... 학대에 가까운 벌칙을 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회전판이라도 하자."
시험관 여섯 개 중 하나는 황산이 섞여 있다. 참새잡기 게임을 해서
망통이 나온 사람이 용액 하나를 손등에 맞는다. 아키라가 '오랜만에'라고
한 걸로 보아, 예전에 자주 했던 모양이다.
후지마는 메뚜기 시체를 힐끗 본 후에 심약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이건 너무 위험하잖아."
-배웅불 _44
어른 그 누구도 모르는 그들만의 세상은 너무 위험해 보였다.
장난인듯, 장난 아닌듯, 어느새 죽음에 이를만큼 치명적이기도 하다.
철저한 왕따 괴롭히기가 아닌, 친구를 가장한 괴롭힘이 더 무섭다는 걸 느꼈다.
항상 놀이에서 지는 친구는 '미노루'로 정해져 있었다.
패를 손에 잡은 아키라의 교묘한 장난을 아유무는 눈치 채지만, 거기까지다.
어느새 자신이 걸리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점점 더 커져갈 뿐이다.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줄은 정확히 미노루의 살을 파고든다.
아키라는 등 뒤에서 다시 미노루에게 묻는다.
어떠냐, 저승에 도달했어? 저승님이 강림하셨나?
저승님이 뭐라고 계시를 하시지?
-배웅불 _87
단순한 놀이 같은 이야기로 시작해서 충격적인 결말까지,
괴롭히는 아이와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 그 사이에서 순간순간 방관하는
아유무를 포함한 아이들의 심리 변화가 공포스럽다.
예상치 못했던 결말에 헐...하고 놀랄 수 밖에 없었던 소설이었다!
처음엔 '배웅불'이라는 마을 전설이나 요괴 이야기인줄 알았다 ㅋㅋ
의미는 있지만 직접적인 사건의 계기는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