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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 - 열여덟 살의 성착취, 그리고 이어진 삶
강그루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3월
평점 :
18살의 미성년자였던 저자의 아픈 과거가 고스란히 담긴 책입니다.
자극적인 내용으로 보일만한 상황 설명도 있고, 성착취의 자세한 묘사도 있다 보니
출간의 의도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저자의 진심에 먹먹해졌습니다.
너무 오랜 시간 증오하고 자책하고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충분히 힘들어하고 괴로워했으면 이제 그만 털어내버리자고,
나머지는 그 남자들에게 이렇게 던져버리자고 말해주고 싶다.
과거 속에 갇힌 채 하루 종일 울어봤자,
끙끙 앓아봤자 자기 자신에게 벌을 줘봤자 되돌릴 수 없고,
바꿀 수 없다고.
어차피 과거 그때 그 모습대로 제자리일 거라고.
더 피폐해지기만 할 거라고.
그러니 이제는 그만하자고 잡아주고 싶다. _217p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주인공 '그루'는 첫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에 접속했으나,
고등학교 2학년 미성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이력서를 공개로 올려두고 연락을 기다리던 어느 날 문자가 도착했고
'대학생 오빠들이랑 한 시간 데이트로 3만 원 용돈'을 받는 알바였습니다.
순간 너무 놀라고 원조 교제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정상적인 일자리가 주어지지 않았던 상황에 점점 호기심이 들었고
친구들의 걱정을 뒤로하고 일단 만나보기로 합니다.
약속 장소에서 근사한 차로 마중 나온 남자는 긴장한 그루에게
긴장하지 말고, 이렇게 편하게 대화만 하면 된다며 데이트를 마무리했고
오히려 돈을 받는 것이 미안해질 정도로 속마음까지 털어놓은 하루가 좋았습니다.
이후 만남이 이어지면서 알바의 내용도 바뀌기 시작합니다.
학원비만 벌면 그만두려 했던 그루에게 더 빨리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수위를 높여간 것이었습니다.
내가 Z를 차단한 뒤 정신을 차렸더라면, 랜덤 채팅을 할 시간에
열심히 공부를 했더라면, 학원을 포기하고 돈을 포기하고
딱 1년만 버텼더라면 조금은 죄책감을 덜 수 있었을까?
10년이란 시간 동안 이렇게 미친 사람처럼 울고불고 하지 않았을까? _92p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계속 읽어내려갔습니다.
자신의 몸에서 지독한 '악취'를 맡게 된 주인공은
이후 동영상이나 사진이 공유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은 채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 열심히 노력을 하지만.... 배신의 상처만 늘어갔습니다.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절규하는 주인공을 보며 눈물이 많이 났습니다.
기구한 운명이라는 말이 떠오를 만큼 그루가 넘 가엽고 안쓰러웠어요.
성인 남자가 미성년자에게 접근하는 이유는
교복을 입은 진짜 중고등학생을 원해서다.
진짜 중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다니는 진짜 여학생들. _33p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결말이 어둠이 아닌 빛이라서 기뻤습니다.
치유받으며 스스로의 상처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길로
출간까지 선택하게 된 과정도 감동스러웠구요 ㅠ
악취를 기꺼이 들어주고 받아주었던 사람이 생기고
'과거의 그루'에서 벗어나 싫다고 거부하는 힘이 생기고
이제는 자신과 같은 고민을 가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주인공을 응원하며 책을 덮었습니다.
치유 과정 속에 담긴 진심을 다 옮기기엔 부족한 리뷰입니다.
책을 통해 더 가까이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나란히 걷기위해 기다리고 있다는 위로의 메시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