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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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자 '가룟 유다'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읽어보았습니다.

명화 '최후의 만찬'에서도 등장하는 그는

돈을 받고 예수를 팔았던 배은망덕한 제자로 기억하는데요,

작가는 이러한 유다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주인공 '슈무엘'은 20대의 청년입니다.

<유대인들의 눈에 비친 예수>라는 석사학위 논문을 준비 중이고

애인도 사귀고 있었지만, 바람을 맞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대학을 그만둡니다. 그리고 게시판에서 광고지를 발견합니다.


*마음 맞는 분 구함*

인문학을 공부하는 미혼 남학생.

역사를 잘 알고 있으며, 상대방의 기분을 헤아리는

세심한 대화가 가능한 분.

... (생략)

특별한 상황으로 인해 면접에 통과한 사람은

비밀 유지 서약서를 작성해야 함



무화과나무와 포도나무 덩굴이 드리워진 정원을 지나

창문마다 철창살로 막아놓은 집의 녹색 철문을 두드리는 슈무엘.


청결한 향을 따라 들어선 복도 끝에서 서재에서 마주한 상대는

키가 크고 몸집이 좋지만 장애가 있는 노인 '발드'였습니다.

앞으로 슈무엘이 맡아야 할 대화 상대였죠.


이어서 매력적인 40대 미모의 여인이 나타나 주의를 줍니다.

저녁 5시부터 11시까지 딱 정해진 시간만 상대하면 되고,

노인이 한밤중에 소리를 치던 비명을 지르던 상관 말라고요.



 

슈무엘은 연상인 그녀 '아탈리야'의 무심한 매력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노인은 그 점을 경고를 하면서도, 그녀를 '나의 여주인'이라 표현하며

많은 의문을 남깁니다. 유일하게 잠겨 있는 방의 정체도 궁금하고

타인은 절대 들어올 수 없는 비밀에 대해 깊은 의문을 가집니다.


밤마다 이어지는 노인과의 논쟁은

유다와 역사, 정치와 배신자 이에 대한 또 다른 주장과

반론 또는 재평가까지 다양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본성상 의심이 많은 자에게는 재난이 찾아오는 법이야.

의심은 산(散)과 같아서,

그것을 담고 있는 그릇을 파괴하고

의심하는 자를 잡아먹는다네. _35p



슈무엘은 유다가 사랑하고 존경했던

삶에 이유이자 목적이었던 사람을 (예수)

자신의 손으로 죽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 목을 맨 것에 대해 이렇게 기록합니다.


그렇게 첫 번째 기독교인이 죽었다.

마지막 기독교인이. 유일한 기독교인이. _229p


베드로가 세 번이나 예수를 부인할 때

유다는 그를 부인하지 않았던 점을 들며 

얼마나 역설적이냐고 합니다.


한순간도 예수를 떠나지 않고

십자가에 달려 있던 마지막 순간까지

그가 하느님이라고 믿었던 유일한 기독교인이며

끝까지 예수가 온 예루살렘 앞에서 그리고

온 세계 앞에서 틀림없이 일어나 십자가에서

내려오리라 믿었던 기독교인이라고.


그리하여 예수와 함께 죽었고

그가 떠난 이후 더 살려고 하지 않았으며

가슴이 무너져 내렸던 유일한 사람이었지만

가장 전형적인 유대인으로 간주되었고


가장 혐오하고 경멸하는 사람이자 배신의 화신,

유대교의 화신, 유대교와 배신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보여주는 화신이 되었다 기록하기도 합니다.



 

기독교나 성경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이러한 내용들이 진실 여부와 맞물려 흥미로웠습니다.

갸웃하게 하는 부분도 있었구요.


이렇게만 보면 머리 아플 것 같지만

슈무엘을 통해 하나씩 밝혀지는 동거인들의 비밀과

아탈리야를 향한 연하의 욕망(?)도 있어서 재밌게 봤습니다.


주석과 역사 배경 등 미리 알고 보면 더 좋았을 많은 부분들이

살짝 아쉬웠어요. 나중에 재독해야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꼈을지 궁금하네요:)



가룟 유다의 입맞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입맞춤은,

당연히 배신자의 입맞춤이라고 할 수 없죠.

최후의 만찬을 마친 예수를 체포하라고 성전 제사장들이 보낸 무리는

가룟 유다가 그들을 위해 자신의 스승을 알려 줄 필요가 전혀 없었으니까요. _375p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런 기록 중에서

가룟 유다를 언급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나마 유다가 아니었다면 십자가도 없었을 테고

십자가가 없었다면 기독교가 없었을 텐데 말이다. _125p



이 두 민족은 서로 간에 공통점이 정말 많지 않나.

유럽인과 아랍인들은, 서로 다른 두 가지 방법으로

역사 속에서 기독교 유럽의 희생 제물이었어.

아랍인들은 식민지 제국들에 굴복하고 나서 압제와 착취를 당했고,

유대인들은 대대로 굴욕, 박해, 추적, 추방, 악행을 당했다가.. _338p

 

너는 언젠가 내게 편지를 보내어 네 눈에 예수는

우리 혈족의 일원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지.

사실 나는 그 말을 인정하기가 매우 어렵구나.

우리의 원수들이 그 사람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칙령, 얼마나 많은 박해,

얼마나 많은 학대로 우리를 괴롭히고,

얼마나 많은 억울한 피를 쏟았는데! _149p




#안타깝게도 #유작입니다 


 

 

#도서협찬 #주관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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