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연명의 유산
장웨이 지음, 조성환 옮김 / 파람북 / 2021년 3월
평점 :
무릉도원을 노래했던 중국의 대표적인 전원시인 '도연명'.
동진 말기부터 남조의 송대 초기에 살았던 인물이라고 합니다.
책을 읽기 전 검색해보니, 집 앞에 버드나무 5그루를 심어 놓고
스스로 오류선생이라고 불렀다고하는 일화도 보입니다.ㅎㅎ
<도화원기>라는 명작을 남겼다고 하는데 그보다 책에 나온
'화도시'의 조선시대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각종 사화 때마다 도연명의 시문이나 신세를 빌려서
자신의 감정을 넣어지었던 '화도시'와 '화도사'가 유행하였는데
자연에 은거한 선비, 망한 나라의 유민, 절의를 지인 선비들이
흠모하여 화도시를 짓기도 했지만,
반대로 절의가 없는 사람들도 화도시를 지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결함이나, 양심의 가책을 덮고, 자기를 높여보려는 심산으로요.
(저자는 이 부분을 베이징대학 중문과 취안싱 페이 교수의 글로 설명하고 있음)
중국의 대표 시인은 이태백이나 두보를 떠올렸는데
조선시대에도 이토록 유행이 될 정도였다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가 더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도연명은 삶의 대부분을 진퇴양난에 빠져서 인생의 엄중한 문제와 직면했다.
어떻게 하면 꾹 참고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일종의 존엄과 기본적인 자유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_7p
이 책은 대학 강의가 아닌, 저자 장웨이가 그동안 강연한 내용을
기록한 것으로, 조곤조곤 이야기 형식으로 원고를 다듬어 낸 것입니다.
저자가 도연명의 시를 감상하고 감상문을 말하듯,
독자 또한 감상의 즐거움을 맛 보길 바라는 저자의 의도가 느껴졌어요.
총 7강으로 구성되었으며, 127항목의 키워드가 있습니다.
작품의 비교 분석을 위해 플라톤에서부터 스티븐 호킹까지
32명의 명사를 등장시키며 공통점을 다각도로 보여줍니다.
표지만 보고 어렵게 생각할 수 있는데, 옛사람의 글에서
평소 생각했던 질문과 답을 듣게 되니 흥미진진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 하나만 소개하자면,
<아인(雅人의 재미있는 일>에 나온 대화입니다.
환온(312~373, 대장군)이 일찍이 외할아버지에게
"술에 무슨 좋은 점이 있기에 그대는 이렇게 그것을 좋아하는가?" 하고 물으니,
외할아버지가 웃으면서 대답하기를 "상관께서는 아직 술의 묘미를
알지 못하셔서 그런 것입니다."하였다.
환온이 또 "기녀의 노래를 듣는 경우, 현악기는 관악기만 못하고,
관악기는 사람의 육성만 못한 것은 어째서인가?"하고 물으니,
"점점 자연에 가깝기 때문입니다."하셨다.
- 진나라 정서대장군을 지낸 맹 씨 외할아버지의 전기 _211p
깊이 있으면서도 재밌지 않나요?ㅎㅎ
평소 '몸에 좋지도 않고 맛도 없는 술을 왜 취하도록 마실까?'싶었는데
제가 아직 술의 묘미를 알지 못해서 였군요.ㅋ
전원시인답게 시를 통해 고독과 여가를 즐기는 한가로운 생활을
엿볼 수도 있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계속에서 물 긷고 나무를 하며 노래하고
어둡고 누추한 집이지만 자신의 할 일을 해나가는!
현대인의 일상에서는 보기 힘든 유유자적한 삶을 보면서
잠시나마 자연과의 일체(?)를 느껴보니 좋더라구요 ㅎㅎ
'죽음'에 관한 인식의 차이를 소크라테스와 비교한다거나,
세속을 떠나 전원으로 돌아온 도연명의 일탈을 두고 (무종교였다고 함)
톨스토이와 위고처럼 '자유로운 영혼'에 대입해 보기도 하고,
유행을 따르거나 시세를 추종하지 않고 솔직하게 썼던 시들이
냉대를 받고 소외받게 되는 씁쓸한 과정도 기억에 남네요.
위진 시기에 성행한 '정글의 법칙'에 대한 글에서 나왔던
시는 무섭기도 했어요.ㄷㄷ #살육 #잘린목 #시체 #101p
'도연명'이 누구지?라는 단순한 호기심에 봤는데 읽기를 잘한 것 같아요.
세월을 뛰어넘는 문화와 인식의 차이점이 재밌었고,
'도연명'의 작품과 인생을 즐겁게 만나봤던 시간이었습니다.




#도서협찬으로 읽었으나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