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리 dele 1
혼다 다카요시 지음, 박정임 옮김 / 살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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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봤을 때는, 어둡고 칙칙하고 우울한 소설인 줄 알았는데! 반전이네요 ㅋㅋ

넘 재밌어요. 휠체어를 타는 '케이시' 줄여서 '케이'가 고객에게 의뢰를 받으면

신입인 '유타로'가 몸으로 뛰며 의뢰인의 죽음을 확인해 줍니다.


사망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면, 고객이 부탁한 기한이나 기일 내에 원하는

자료를 모두 삭제해주는 겁니다. 냉정한 케이와 반대로 활달하고 정이 많은

유타로의 캐미가 꿀잼맛집이에요.


의뢰인의 안타까운 사연을 참지 못하는 유타로는 

케이의 삭제 버튼을 만류하며 지우고자 하는 데이터를 보여달라고 하지만

케이는 돈을 받고 이행을 하는 만큼 그럴 수 없다고 차갑게 굽니다.


하. 지. 만

결국 유타로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죠. 당신 츤데레냐고요 ㅋㅋ

케이는 가끔 유타로와 사건 현장을 직접 가기도 합니다.

1권에는 5개의 단편처럼 5개의 의뢰 사건이 들어있습니다.


<삭제를 의뢰받은 데이터에 단서가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ㅡ자살일까 사고일까? 남자의 죽음에 얽힌 단서는 그곳에 있다.

ㅡ성공한 남자의 죽음에 갑자기 나타난 두 여인의 정체와 비밀의 단서.

ㅡ의뢰인이 혼수상태에 빠졌다. 한데 의뢰인이 이상하다?

ㅡ죽은 아내가 반드시 지워달라고 했던 파일 안에는 무엇이 있었길래.

ㅡ돌아가신 아버지의 통장에서 거금이 갑자기 사라진 미스터리가 그곳에 있다.



 


사건도 흥미로웠지만 등장인물들은 더 흥미롭습니다.

케이시의 누나 '마이'는 늘씬한 미인! 무려 건물주에 변호사입니다.

그런데 케이시는 그녀를 "변태"라고 유타로에게 알려줍니다.


친누나를 변태라고 소개했던 말이 의아했던 차에,

케이시의 지하 사무실 문을 열고 나오는 마이를 발견합니다.

상기된 얼굴은 무언가에 흥분한(?) 바로 그것이었죠.


짐짓 모른 척하며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옆방 문이 열립니다.

마주한 케이시의 얼굴엔 미세한 낭패감이 흘렀고,

유타로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의 옷매무새로 향했지만

케이시의 외관은 흐트러짐이 없었습니다.


사무실에 짙게 남은 마이의 향수 냄새를 뒤로하고

유타로는 친누나와 친동생의 관계가 이래도 되는 것인가. 생각합니다.

이후 이어지는 케이시의 대답은 호기심을 더욱 일으켰는데요,


"내가 말했지? 쟤 변태라고."


참지 못한 유타로가 조심스럽게 물어봅니다.


"그건, 그러니까 강제로 하는 거야?"

"꼭 강제도 아니야. 거절하려면 거절할 수 있어."


"케이가 납득한다면 난 상관없어."

"이 건물은 마이 소유인데, 시세를 따지자면 우리 수입으로는 월세를 낼 수 없어."


"돈 대신에?"

"그런 거지."


"돈 때문에 그런 것까지 해? 누나와 동생이잖아?"

"누나와 동생이니까 빚지는 건 없어야지. 원래라면 도저히 지불할 수 없는

금액이지만, 다행히 마이는 변태야. 한 달에 한두 번 응해주면 끝나는 얘기야."


              _134p (진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세요 ㅋㅋ)



죽은 여동생을 잊지 못하고 힘겨워하는 유타로의 사정도 재밌습니다.

떠난 친구가 부탁한 고양이 '다마 씨'와 어르신을 돌봐주는 다정함과

수준급 요리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친구는 거의 없습니다.


어느 날, 절친 '하루나'에게 케이시 사장에 대한 이야기를 해요.

그런데 하루나는 히죽히죽 웃더니 이런 말을 합니다.


"나와 다마 씨가 질투하는 중이잖아.

유타로가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거 처음 들었어.

그렇지 다마 씨?"  _271p



기대 이상으로 매력 있는 소설입니다. 얼른 2권으로 넘어가야겠어요.

케이시와 유타로가 또 어떤 '미궁의 사건'을 해결할지 궁금해요:)



 


#도서협찬으로 읽었으나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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